2012. 9. 9. 11:02

피에타 황금사자상 수상, 아리랑에 담은 김기덕 감독 수상소감이 무한 감동으로 다가온 이유

김기덕 감독의 신작인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네요.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대단함을 넘어서는 것은 바로 수상 소감 후 그가 부른 아리랑이었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셀프 타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한 '아리랑'에 담긴 그의 힘겨움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네요.

 

베니스 영화제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

 

 

 

 

 

김기덕 감독의 신작인 '피에타'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했네요.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젊은 비평가상과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노 타데이상까지 수상한 그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를 새롭게 만든 존재로 우뚝 서게 되었네요.

 

학벌 지상주의 대한민국에서 내세울 수 있는 학벌이 전무한 김기덕. 그래서 영화판에서도 따돌림을 당해야만 했던 그가 대한민국 영화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학벌과 인맥을 내세워 출세를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존재인 김기덕 감독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쾌거를 이룩한 것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최근까지도 칩거 생활을 하고 있었네요. 다른 영화인들이 엄청난 부를 쌓고 거대한 성 같은 집에서 호화롭게 사는 것과 달리, 깊은 산골에서 트레일러 하나에 의지한 채 살아가던 그의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영화가 그리고 후배가 자신을 배신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살아갈 힘도 낼 수 없었던 그는 그런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 '아리랑'을 통해 다시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산골에서 보낸 평범한 일상을 담아냈던 셀프 다큐멘터리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그는 본격적으로 다시 영화 일을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해서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피에타'였습니다. 그가 그동안 만들었던 '사마리아'와 '아멘'에 이은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 작품은 드디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 말았네요.

 

어린 시절 성직자가 되고자했던 열망이 그대로 투영되었던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대단할 수밖에는 없네요. 유명한 영화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SKY 출신도 아니며, 평론가와 영화계 인사들과 두리 뭉실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물도 아닌 김기덕의 쾌거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만큼이나 신선한 감독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악어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김기덕은 학력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는 존재였지요. 국내에서는 자신이 가진 학력으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는 아무런 보장도 없는 프랑스로 날아가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돌아와 영화감독으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그에게는 항상 적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여성을 대변한다는 이들은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성에 대한 논쟁에 불을 놓았고, 영화판에서는 김기덕을 비하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도 하니 그가 대한민국에서 영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안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네요. 

 

국내에서 배척받았던 김기덕이지만 해외에서는 그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지요. 영화 전공자들의 뻔한 공식이 아닌 김기덕 특유의 스타일이 해외에서는 대단한 존재감으로 다가왔으니 말이에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그를 주목하며 베를린영화제에서 2004년 감독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FIPRESCI 상을 수상하며 그의 존재감이 극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2011년 칸 영화제에서는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기도 했던 그는 수많은 해외 영화제의 단골손님이기도 했었지요. 그런 그가 2012년 대한민국 영화역사상 최초의 작품상을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모두가 주목해왔던 그의 영화적 업적이 이렇게 대한민국 최초 세계 3대 영화제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로 다가왔으니 말이에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것은 한 번 뿐이지만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다양한 영화들이 꾸준하게 베니스 영화제에 소개되고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황금사자상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물론 국내에서는 김기덕의 수상 소식에 크게 기대를 안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지에서의 분위기는 개막과 함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할 가장 유력한 영화라고 호평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아리랑'은 한국사람들이 슬프고 외롭고 힘들고 행복할 때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다. 인생의 고개, 우리의 슬픔 혹은 아픔, 기쁨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수상 소감과 함께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되었지요. 그의 전작인 '아리랑'에 담긴 분노와 아픔, 그리고 치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 노래는 단순히 그만의 것은 아니지요. 그가 시상식 직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아리랑이 무슨 의미인지 밝히는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힘겨움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으니 말이에요. 

 

학력도 없고, 돈도 없는 그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지요. 더욱 기존의 영화판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던 그가 힘겨운 투쟁을 하듯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일 수밖에는 없었네요. 

스타들을 앞세운 영화들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수백억을 개인 수입을 보장해주는 영화판이지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감독에게 대한민국은 설자리가 없는 곳이기도 하지요. 한 번도 풍족한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어 본적이 없는 김기덕 감독. 하지만 이런 열악함을 핑계 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 김기덕 감독의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저는 영화를 배운적도 없고 많은 돈도 없지만 영화는 가슴으로 만드는 것"

돈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가 그저 학력이나 돈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김기덕의 이 한 마디는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철저하게 학력만을 내세우는 이 사회에서 학력이 아닌 능력을 제대로 봐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김기덕 감독의 사례만 봐도 충분하니 말이에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생애 가장 위대한 순간이 다른 것도 아닌, '아리랑'을 불러야만 했던 것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네요. 학력으로 차별하고, 재산의 유무로 상대를 평가하는 이 척박한 대한민국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외침과도 같았던 '아리랑'은 그래서 더욱 슬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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