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5. 11:07

송종국 안정환 내세운 아빠어디가2 브라질 월드컵 중계 홍보로 전락

송종국과 안정환이 과거의 대표팀 동료가 아닌 아이들의 아빠로 재회하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아빠 어디가' 시즌1, 2에 나란히 출연하며 만날 일이 없었던 이들이 함께 하는 장면은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MBC가 준비하는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이라는 사실은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모두가 인정하듯 현재 '아빠 어디가 시즌2'는 위기입니다. 그 위기 진단들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과정 속에 여전히 가장 큰 적은 김진표입니다. 시청자들의 분노까지 산 그의 출연은 시즌2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제작진들 역시 시청자들의 분노와 달리,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만 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점에서 이들이 보인 행동에 대한 반감이 시청률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아빠 어디가'는 하나의 열풍처럼 번져나갔습니다. 프로그램을 그대로 산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큰 인기를 구가하는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국내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캠핑 문화와 아빠의 부재를 만회하려는 아빠들의 노력이 하나가 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아빠 어디가'는 분명 좋은 예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2를 준비하며 벌어진 일련의 소동들은 큰 논란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결국에는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라는 치욕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은 결국 시청자들의 이탈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막장 드라마는 욕이라도 하면서 본다고 하지만, 마음이 떠난 예능은 이런 욕으로 다져진 애정도 담아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빠 어디가'의 추락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락을 막아보려는 제작진들의 선택은 과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시즌1 멤버들을 차례대로 소환하는 것이었네요.

 

준수의 입학식을 담은 영상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은 제작진들에게 이런 과거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준수의 입학식에 이어 이번 주에는 송종국과 지아가 출연했습니다. 여기에 다음 주에는 형제 특집으로 남은 시즌1 멤버들을 모두 방송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시즌1 멤버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기는 하지만, 결국 시즌2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포맷까지 버리고 체력을 다지는 스케이트에 이어 축구로 넘어가는 과정 역시 현재의 이슈를 쫓아가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대거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노력과 송종국과 안정환이라는 2002 한일 월드컵 주역들을 전면에 내세운 방송 역시 본질과 벗어난 특별한 이벤트 일 뿐이라는 사실인 문제입니다.

 

송종국과 안정환은 단순히 '아빠 어디가'를 위함이 아닌 MBC의 브라질 월드컵 해설자로 참석하는 인연의 힘이 더욱 크게 작용했습니다. 월드컵과 같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는 방송사별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하고는 합니다. 이번 소치올림픽도 그랬지만, 브라질 월드컵 역시 방송사 모두 전력을 다해 중계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얼마나 친숙하고, 숙련된 인물이 해설자로 나오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번 '아빠 어디가'는 철저하게 MBC의 브라질 월드컵 홍보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차범근 효과로 엄청난 이득을 봤던 방송사들은 단순히 중계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해설자가 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방송사들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들을 전면에 내세워 중계팀을 꾸리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 중계는 각 방송사들이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문제는 그런 방송사 홍보를 왜 '아빠 어디가'를 통해 해야만 했느냐는 점입니다. 송중국의 축구교실에서 아이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모였다고 하지만, 기존 아이들과 아빠의 여행에서 큰 감동과 재미를 느꼈던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했습니다. 스케이트 정도는 일시적인 재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시즌1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그곳으로 가서 축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송종국과 안정환이라는 자사 해설 위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계팀 아나운서로 합류한다는 김성주까지 하나가 되니, 지난 '아빠 어디가' 방송은 마치 아이들을 병풍처럼 두고 2013 브라질 월드컵을 적극 홍보하는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런 일상들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에 큰 감동과 재미를 느꼈던 시청자들에게 이런 모습은 황당할 뿐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뒷짐을 쥔 채 오직 편법을 동원해 현재의 시청률 부진에만 집착하는 모습도 황당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사 프로그램 홍보의 장으로 '아빠 어디가'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문제입니다. 점점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시비라도 걸듯, 점점 잘못된 방식을 동원하는 제작진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한심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발 과거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아빠와 아이들의 흥미로운 여행과 성장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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