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7. 13:22

손석희 사과 진정성 높인 10초라는 침묵의 무게, 모두를 울렸다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건이 벌어진지 하루가 지난 상황에서도 아직 실종자 287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이지만 수많은 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대부분 침몰한 배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JTBC 앵커의 황당 발언부터 세월호 선장 논란까지 이번 사건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우 생존한 여학생에게 친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한 앵커로 인해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한심한 발언은 당연히 대중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JTBC 뉴스를 이끄는 손석희가 9시 뉴스에 나와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장면은 그나마 많은 이들에게 분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트릴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손석희가 종편을 선택하며 큰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었지만, 결국 다른 종편과 달리 JTBC가 언론으로서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 역시 손석희가 만든 결과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손석희의 진가는 이번 사고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갖가지 재난보도를 해왔습니다. 재난보도는 사실에 기반 해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희생자와 피해자 유족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16일) 오후 있었던 부적절한 인터뷰로 많은 분들이 노여워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떤 변명과 해명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자이자 선임 앵커로서 제가 배운 것을 후배 앵커에게 전해주지 못한 것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속보를 진행했던 후배 앵커는 지금 깊이 반성하고 있고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을 거울삼아서 저희 구성원들 모두가 더욱 신중하고 겸손하게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손석희는 자신이 진행하던 9시 뉴스 시작과 함께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자신이 해왔던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에 대한 설명과 함께 후배 앵커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하는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책임자이자 선배로서 후배에게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는 모습에서는 손석희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가 사과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발언들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그가 왜 대단한 존재인지가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꼭 집어 언급하고 사과를 하는 모습은 역시 손석희라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손석희의 진정성이 그대로 묻어나온 것은 진행중 그가 보인 행동이었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인 그의 모습은 참언론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지요.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방송을 이어간 그에게 많은 이들이 감동을 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생존자들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묻던 손석희는 백 교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말을 하자, 순간 말을 잊지 못하는 방송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방송에서 1초만 침묵해도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데 10초면 엄청난 긴 시간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긴 침묵에 오히려 전화인터뷰를 하던 백 교수가 오히려 당황해서 "여보세요?"를 외치는 모습에서 손석희의 진정성은 그대로 묻어나 있었습니다.

 

탁월한 연기가 아니라 그의 모습에서 그대로 전해오는 그 지독한 아픔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연기라면 부담스럽게 다가왔을 그 장면은 손석희라는 언론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가 종편으로 향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욕도 했던 입장에서 그에 대한 애증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그가 삼성가에게 가서 무슨 바른 언론인으로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종편을 보지는 않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손석희가 보여준 이 진정성이 가득한 모습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참언론인 손석희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 지독하도록 무겁고 힘겨웠던 10초의 침묵은 손석희 앵커만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침묵이었습니다. 그 짧은 그러나 너무나 길었던 10초의 침묵은 그렇게 모두를 울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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