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0. 11:05

미생 임시완의 오열, 이 지독한 울림에 시청자도 울었다

이렇게 대단한 드라마는 다시는 쉽게 만날 수 없을 듯합니다. 원작인 웹툰도 뛰어났지만 드라마로 제작된 '미생' 역시 원작과는 다른 듯 같은 괘를 걸으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기고 뜨거운 남자들의 눈물이 시청자들마저 울게 만들었습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결말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생'은 무척이나 큰 약점을 쥐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본다는 것보다 허무한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여자들의 눈물이 애절함을 전달한다면 남자들의 눈물은 굵직한 감동을 전해준 듯합니다. 오 차장이 영업3팀을 위해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가는 과정에서 보인 이들의 뜨거운 눈물은 시청자들마저 울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 지독한 울림 하나만으로도 '미생'은 위대할 수 있었습니다.

 

최 전무의 과도한 요구에도 묵묵하게 따를 수밖에 없었던 오 차장. 그는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오 차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 전무는 이런 약점을 붙들고 그에게 과도한 요구를 했고, 장그래가 걸린 사업에 어쩔 수 없이 따르던 오 차장은 의외의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오 차장과 영업3팀을 위한 행동이 독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녹취를 한다는 발언은 결과적으로 본사에서 내려오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웠던 영업3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위기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이 지독한 위기 상황에서 신입사원인 장그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중국과의 꽌시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며 불거진 이 사건은 장그래의 녹취 발언이 밀미가 되어 최 전무를 흔들었습니다. 사장까지 직접 나서 최 전무를 무너트리는 과정은 폭풍같이 이어졌습니다. 신입사원의 한 마디는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고, 최 전무는 한직으로 옮겨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최 전무를 배웅하기 위해 도열해 있던 사원들의 모습 속에서 이미 미래를 예감한 오 차장의 허망한 표정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최 전무와 오 차장이 과거 열심히 일을 하며 만들어냈던 수많은 사업들. 그런 사업들로 인해 맺어진 끈끈함이 어느 한 순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과거 계약직 사원과의 일로 인해 멀어진 이들의 관계는 다시 한 번 계약직인 장그래로 인해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계약직 사원의 죽음이 있었고, 이번에는 최 전무의 한직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 거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중국 측에서 집단으로 원 인터내셔널과의 관계를 끊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최 전무 중국 라인들이 모두 거세게 반발하며 그가 한직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반항을 하는 상황은 오 차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사내에서는 오 차장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직으로 밀린 최 전무와 만난 오 차장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의 고통은 이미 예고되었지요. 임원이라는 위치가 주는 부담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최 전무는 진정한 거인이 되지 못한 자신을 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찾고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는 포부까지 보였지요.  

 

 

문제는 최 전무는 그렇게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존재했지만, 오 차장에게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 사업을 받기 전부터 예고되었던 총알받이 역할을 자신이 모두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오상식 차장이라는 이름으로는 그 어떤 사업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는 실제였습니다. 모두가 사업 가능하다고 확인된 사업도 위에서 끊어버린 현실 속에서 영업3팀은 고립될 수밖에는 없었지요.

 

동료와 후배들에게도 찬밥신세가 되어버린 오 차장. 그것도 모자라 정상적인 사업도 자신 때문에 반려되는 상황에서 선택을 하나 밖에는 없었습니다. 퇴사를 하지 않으면 영업3팀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그는 느낄 수밖에 없었지요. 파벌도 없고 라인도 없었던 오 차장으로서는 비빌 언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한 그가 사표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꺼낸 그 이야기에 타박을 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명료하게 "아이가 셋이라는 거 알지?"라는 부인의 질문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들었습니다. 오 차장 부인의 이 질문은 그저 술기운에 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진짜 결심을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으니 말이지요.

 

남편의 확고한 생각을 확인한 부인은 갑자기 메모지에 가전기들을 적기 시작했지요. 냉장고부터 TV, 컴퓨터까지 적기 시작하는 부인이 의아한 오 차장에게 "사표 쓰기 전에 직원가로 살 것들"이라며 "미워"라는 부인의 한 마디는 오 차장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힘겨울 수밖에 없음에도 남편을 믿고 그의 결단을 존중하는 부인의 이 현명함은 가장 위대하게 다가왔지요. 그런 현명함이 곧 이런 강직한 오 차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부인의 위대함은 임원을 뜻하는 거인보다 진짜 거인처럼 다가왔습니다.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결심하던 날 처럼 가장 깨끗한 모습으로 출근하던 오 차장은 로비에서 만난 신입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출근하자마자 사표를 제출하고 모든 것을 마무리했습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선 차장과 고 과장과 이별을 고하고 영업3팀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을 마중 나온 신입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마지막을 고했습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이런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장그래에게 자신이 신던 슬리퍼를 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는 오 차장의 뒷모습은 뭉클하기만 했습니다. 영업3팀의 마지막 술자리일지도 모르는 대폿집에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며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던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슬프기만 했습니다. 어설픈 위로보다는 평소와 다름없는 농담으로 그 답답함을 애써 감추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으니 말이지요.  

 

 

화장실을 간다며 나선 김 대리가 웃고 떠들던 모습과 달리, 서럽게 통곡을 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도 따라 올 수밖에 했습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김 대리의 눈물의 가치는 무게를 잴 수 없는 값진 것이었으니 말이지요. 술자리가 끝난 후 오 차장과 집까지 함께 한 후 쓸쓸하게 돌아가는 장그래. 그 무거운 발걸음과 짓눌린 어깨를 바라보는 오 차장의 눈빛은 가장 애처로우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 벤치에 앉아 허탈해하는 오 차장의 모습은 수많은 아빠들의 모습이었지요. 회사 생활은 언제 사표를 내야할지 모르는 살얼음판입니다. 이런 해직자들과 퇴직자들이 넘치는 현실 속에서 오 차장의 이 허망한 마지막 장면은 우리 아버지들을 떠올리게 해서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힘겹게 꾹꾹 참아왔던 장그래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야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눈물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통곡은 안타깝기만 했지요. 자신의 잘못으로 그렇게 존경했던 상사를 잃어야 했다는 사실은 장그래에게는 버틸 수 없는 고통 그 이상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 차장에게 사죄를 하며 통곡을 하는 장그래의 그 눈물은 시청자들마저 함께 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구하나 버릴 것 없는 최고의 존재감들. 그 위대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미생'도 이제는 마지막 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90분으로 편성된 마지막 회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눈물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재발견된 임시완이라는 배우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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