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9. 06:30

뿌리깊은 나무 최대 수혜자는 한석규가 아닌 송중기였다

연일 방송 전후 커다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는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와 더불어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돌아온 한석규의 격이 다른 연기와 카이저 소제가 된 윤제문의 카리스마 연기 등 연 일 화제 속에 송중기의 재발견은 가장 극적이네요.

이제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아도 잔상이 오래 남는 배우 송중기




송중기가 이토록 빼어난 연기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네요. 세종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송중기는 이 작품을 통해 완벽한 연기자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뿌리깊은 나무>의 최대 수혜자는 송중기 일수밖에는 없어요. 한석규나 윤제문 같은 경우는 기대치를 채워주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 놀라운 연기력을 갑자기 보여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송중기의 경우 성장하는 과정 중의 배우이기에 그의 연기는 놀랍기만 하지요.

 

2008년 <쌍화점>을 통해 연예계 데뷔를 한 송중기는 만 3년 차가 되는 올 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행운을 넘어 그의 노력이 대단했다는 반증으로 다가오네요. 물론 외모가 대중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타고난 매력이지만 요즘처럼 잘생긴 남녀가 넘치는 세상에 단순히 외모만으로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송중기의 성공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없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지요.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라는 최고의 배우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름도 생경했던 그가 이제는 그들과 비교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송중기의 성장에 이제는 깊은 관심을 가져야만 할 시기라고 생각되네요. 많은 이들이 알고 계시듯 송중기는 어린 시절 쇼트 트랙 선수로 활약했었지요. 전국체전에도 출전할 정도로 전도유망했던 그는 중학교 시절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제학 중이던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를 했어요.

연기학원을 다니며 싸이더스 소속이 되면서 의외로 빠른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섰기 때문이겠지요.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연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송중기의 극적인 성장은 바로 2010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었지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은 고수와 한예슬이 주연했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한예슬의 어린 시절 오빠로 등장한 것이었지요. 매력적인 모습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안경우로 출연했던 <산부인과>에서도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송중기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준 것은 <성균관 스캔들>이었어요.

박유천, 박민영을 중심으로 송중기, 유아인, 전태수, 서효림 등이 등장했던 이 드라마는 꽃미남 4인방으로 인해 안방극장이 후끈했었지요.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전태수로 이어지는 F4는 '꽃남'과 비교되며 시청률을 올려주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주었어요. 물론 원작의 힘과 드라마가 주는 재미가 높았기에 가능했던 인기였지만 이 쟁쟁한 배우들의 몫을 폄하할 수도 없지요.

이 작품을 통해 송중기는 비로소 그가 주연 급 배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어요. 돈으로 산 양반이지만 성균관에서 가장 깨어있는 인물 중 하나였던 구용하는 당대 최고의 매력남으로 등장하지요. 여성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구용하를 연기한 송중기는 느끼할 수도 있는 배역을 담백하게도 넘치는 기름기를 뿜어내기도 하는 등 매력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주었어요.

이런 그가 연기자 송중기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에요. 한글 반포 보름 전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이정명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옮긴 이 작품은 시작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한석규를 필두로 장혁, 신세경, 윤제문, 조진웅, 안석환, 이재용, 백윤식, 송옥숙, 한상진 등 다양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어요.

원작이 주는 탄탄한 이야기의 힘에 글이 아닌 영상으로 그 느낌과 재미를 살려내야 하는 힘겨움 속에서도 탁월한 비주얼과 연기는 <뿌리깊은 나무>를 매력적으로 만들었지요. 지난 주 카이저 소제처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윤제문으로 인해 화들짝 놀란 시청자들에게 이번 주부터는 어떤 극적인 재미로 흥분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되지요.

이 상황에서 송중기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 때문이에요. 1~4회까지만 등장했지만 짧은 분량에도 그가 보여준 연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름의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캐릭터가 주는 한계가 명확해서 성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요. 연기를 잘 한다는 평가보다는 '매력적이다'는 개인에 대한 호감도만 높인 작품이 '성스'였다면 '뿌나'는 그가 진정한 연기자로 한 단계 올라섰음을 알려주었어요. 

거대하고 강력했던 아버지 태종에 맞서 조선의 왕으로 오롯이 서려는 그의 도전은 흥미로웠어요. 피로 만든 권력과 그런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태종과는 달리, 자신은 그런 조선이 아닌 자신만의 조선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대항하는 모습들은 결코 쉽지 않은 연기였어요. 

나약한 세종에서 강력한 세종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보여 지면서, 그 섬세하고 과감한 연기는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울고불고 하는 연기가 아니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송중기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있었어요. 태종 역으로 나왔던 백윤식과 벌이는 연기 대결은 송중기가 정말 성장하고 있구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지요. 여기에 한석규의 환상 장면에서 과거의 자신인 송중기와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연기는 대단했어요.

대 배우인 한석규의 신들린 연기에 뒤지지 않는 송중기의 매력은 많은 이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될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저 예쁜 얼굴을 가진 배우 정도로만 여겨지던 송중기가 섬세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가진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뿌나'는 송중기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밖에는 없을 듯해요. 

백윤식과 한석규와 연기 대결을 하듯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연기는 능숙했어요. 자칫 송중기의 연기가 어설펐다면 명품이라는 드라마에 커다란 흠결이 될 수밖에는 없었지만, 그가 초반 세종 역을 완벽하게 보여줌으로서 한석규의 세종 연기도 자연스럽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볼 수 있지요. 그만큼 송중기가 보여준 연기는 최고였다는 이야기이지요.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다양한 배우들이 사랑받고 조명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반 등장해 '뿌나'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송중기가 최고였다고 생각되네요. 최근에는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가 개봉되면서 송중기가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어요. 이미 '뿌나'를 통해 진지하지만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가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어느 정도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송중기 전성시대는 2012년을 화려하게 해줄 듯하네요. 새로운 배우의 발견. 시청자로서 가장 행복한 것은 이런 배우를 발견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