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1. 13:36

런닝맨, 마초 최민수보다 부드러워 강했던 유재석이 답 이었다

마초를 극단적으로 내세운 최민수와 그에게 쫓기며 당황해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전부였던 <런닝맨>은 결과적으로 최민수가 승리한 게임이었지만 유재석 놀이에 마초 최민수가 놀아난 것으로 보였네요. <런닝맨>에서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 이번 레이스는 유재석의 진가가 확실하게 드러났어요.

마초 최민수 능가하는 메뚜기 유재석, 그가 답이다




다른 멤버들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오직 유재석과 레이스를 펼친 최민수의 모습은 흥미로웠어요. 지난 출연에서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현장을 장악했던 그가 유재석에게 당하며 승리를 놓치자 다시 돌아와 메뚜기 사냥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지킨 특집이었지요.

이번 방송의 기본 적은 틀은 배트맨 다크 나이트를 패러디한 형식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최민수가 조커 분장을 하면서 확연하게 드러났지만 다른 멤버들을 각각의 장소에 따로 감금하고 그들을 통해 탈출을 하게 하는 트릭은 모두 영화에 등장한 내용들이었지요. 둘 중의 하나를 구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주고 이를 즐기는 조커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듯 최민수가 멤버들을 감금하고 유재석을 쫓는 방식은 흥미롭기는 했어요.

모든 패를 쥐고 그 속에 들어 온 유재석을 농락하겠다는 기본 전략은 성공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만큼 최민수에게만 유리한 게임이었다는 점에서 승자는 최민수라기보다는 유재석이라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지요. 유재석에게 네 번의 기회를 주어 공평성을 유지하는 듯했지만,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분명한 한계와 모든 게임의 룰과 틀을 제공한 최민수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우위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해야만 했던 유재석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지요.

감금된 멤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고 그 동선마저 사전에 모두 인지하고 있는 최민수가 유재석을 쫓는 형식은 쥐를 독안에 몰아넣고 고양이가 장난을 치는 것과 유사했어요. 모든 길목을 알고 선점한 채 당황하는 유재석을 잡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에요. 그럼에도 상황 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극적인 재미로 만들어준 유재석의 능력은 대단했네요.

철저하게 최민수에게만 유리한 게임의 룰은 그의 등장이 흥미롭기는 하나 레이스 자체는 긴장감도 재미도 없었어요. 누구나 메뚜기 잡는 최민수의 활약에 집중하도록 요구했지만 반전을 노릴 수 없는 게임의 특성상 이번 레이스는 무조건 최민수가 이겨야만 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촘촘하게 최민수 위주로 짜여진 레이스는 자연스럽게 유재석을 힘겹게 만들기만 했으니 말이지요.

경고음이 들리는 것이나 잘못된 사람을 풀어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레이스에 별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지요. 구해준 멤버들이 합세해 유재석과 최민수의 대결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레이스는 최악이기도 했어요. 다른 멤버들은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지 않은 채 그저 빈방에 묶여 있는 것 외에는 한 일도 없다는 점에서 낭비였지요.

그동안 '런닝맨'에서 보여주었던 촘촘한 레이스의 재미가 최민수의 등장으로 모두 깨어지고 오직 마초에 빠진 남자의 광기만이 전부인 듯 나오는 모습은 별로였네요. 지난번의 패배를 무조건 갚아야만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힌 채 철저하게 유재석을 농락하겠다는 의지만 돋보였던 이번 레이스는 결과적으로 승리한 최민수의 몫이겠지만 이런 밋밋한 레이스마저 흥미롭게 만든 유재석의 승리였지요.

게임의 룰을 최대한 이용해 적당하게 최민수의 먹잇감이 되어주는 유재석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했어요. 그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멤버들을 모두 구해내고 자신을 압박하는 최민수와도 대적을 해야만 했던 유재석으로서는 1:7의 대결과 다름없었지요. 자신을 도와주는 이 없이 최민수가 짜 놓은 틀 속에서 그를 피해가며 멤버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극적인 상황들을 연출한 유재석의 승리였지요.

이번 레이스의 반전은 모든 것이 끝난 후 유재석이 건넨 한 마디였어요. "1승1패"라고 최민수를 도발하는 유재석이야 말로 진정한 승자이자 강자였지요. 지치지 않는 체력에 탁월한 게임 센스까지 지닌 그는 최민수에게 농락당하는 듯했지만 철저하게 방송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최고의 엔터테이너였어요. 전체를 모두 아우르며 상황들을 이끌어가는 유재석의 능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 속에서도 화려하게 빛났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했네요.

<런닝맨> 준비 단계부터 함께 했던 유재석의 능력은 다른 멤버들 전체를 합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번 레이스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네요. 최민수가 주는 마초 이미지가 극적인 재미와 순간적인 강렬함을 선사해준 것은 흥미로웠지만 레이스 특유의 재미를 놓친 방송을 극적으로 이끌며 완성도를 만들어낸 유재석의 재능은 역시 최고였어요.

마초 최민수에 쫓기는 나약한 메뚜기 유재석. 쫓는 자보다 그럴듯하게 쫓기는 역할을 해야 하는 유재석이 더욱 힘들고 중요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지요. 그런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마지막 반전으로 모두를 놀라 게 만드는 유재석은 역시 최고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