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5. 14:10

나영이 가사 논란 핵심은 알리와 소속사의 무책임한 동정심이 문제

어제 음원을 발표하자마자 논란이 되었던 알리의 '나영이'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알리와 소속사 측에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영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곡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값싼 동정심으로 자신의 음악을 파는 짓과 다름이 없을 뿐이에요.

값싼 동정심으로 그 아픈 상처를 감쌀 수는 없다




해외 뮤지션들의 경우 사회적 문제를 노래로 만들어 히트를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 사회 참여적인 행위 자체가 비난받을 짓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획일적인 사랑 이야기를 벗어나 사회적 관심사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적극 찬성할 일이지요. 그럼에도 이번 알리의 신곡 '나영이'는 사회 참여의 나쁜 예로 기록될 수밖에는 없을 듯하네요.

세상을 경악스럽게 했던 '나영이 사건'은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지요. 초등학생이 교회 화장실에서 잔인하게 성폭행 당하고 버려진 채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던 사건(잔인한 폭행 후 쓰러진 아이에게 물을 틀어놔 죽도록 방치한)은 대중들의 분노를 살 수밖에는 없었지요. 범인인 조두순은 뻔뻔스럽게도 술에 취해 범행 사실을 잘 모르겠다고 부인하고 이런 천인공로 할 범인에게 법원은 술에 만취했기에 감형의 사유가 된다는 파렴치한 판결로 다시 한 번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어요.

피해를 당한 나영이(가명)은 평생을 그 죽음보다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야만 하는 운명이에요. 이런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하는 아이의 상처를 굳이 노래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언급할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은 당연하지요. 그저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런 파장까지 몰고 오지는 않았을 거에요. 문제는 직접적으로 '나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불분명한 가사로 인해 상처를 끄집어내서 고통을 주는 노래는 그 잔인한 범죄와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았어요.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나영이' 곡은 15일부로 삭제할 것이며 14일 오프라인으로 유통된 '나영이' 곡이 수록된 앨범 역시 전량 수거 및 폐기처분 할 것입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알리 소속사는 긴급하게 사죄 글을 올리고 음원을 삭제하고 수록된 앨범을 전량 수거 폐기처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대중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그들이 아동 성폭행에 대한 피해와 아픔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면 이런 직설적인 언급은 피해야만 했어요. 이런 언급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심한 모욕과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 딸을 소재로 한 노래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아이 뜻과는 다르게 적혀진 가사였어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가수 쪽에서 사전에 이런 노래가 나온다고 이야기 해주거나 양해를 구한 적도 없었어요. 가사 내용이 너무 암울해요. `마음이 더럽혀졌다` 부분은 사건과도 다릅니다. 스스로 마음을 더럽힌 것과 사고로 더럽혀진 것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왜 우리 딸 마음이 더럽습니까."

"요즘에 과제물 숙제 하다 보면 인터넷 많이 하거든요. 어찌하다가 보게 된 모양이에요. 그런데 저에게 말도 하지 않고 내색 안 해요. 제가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아빠 뭐 봐?`하면서 제 눈치를 살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픕니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영이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대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밝혔어요. 좋은 의미로 읽혀지지도 않는 가사에 자신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나영이'라는 직접적인 제목으로 노래를 부른 그들을 이해 할 수가 없다는 의견이었어요.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이 가사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했고 나영이 부모님 역시 이런 가사들에 많은 상처를 입었음을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게 하지요. 알리는 범인에 대한 비판이라고는 하지만 이 가사는 충분하게 논란이 될 수밖에는 없어요. 당연히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영이'를 욕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은 부적절할 수밖에는 없지요.

"먼저, 나영이(가명)와 나영이 부모님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의도가 어떠했든 이번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아픈 상처를 되새겼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나영이'라는 곡은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고 소중했지만 가장 조심스럽기도 했던 곡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노래로 담아 'Trust your mind(너 자신을 믿어라)' 라는 가사처럼 나영이(가명)에게 자신을 믿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책해주신 부분 중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라는 가사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파렴치한 인격을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전적으로 노래를 만든 제 과오입니다. 하지만 저의 진심은 피해자를 생각하고 쓴 것은 절대 아님을 알아주시길 정중히 부탁 드립니다"

"나영이(가명)와 나영이 부모님, 그리고 저와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젊은 가수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혼란을 야기시킨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관심 어린 많은 질책과 가르침을 벗삼아 앞으로 더욱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작사까지 했던 알리는 곧바로 장문의 사죄글을 올려 노래에 대한 변명과 함께 사죄를 알렸어요. 개인적으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의도적으로 '나영이'를 폄하하고 비하하기 위해 가사를 썼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비정상이 일상이 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어긋난 존재들이 대중들을 상대로 일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지요. 알리 입장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아픔을 공유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하지만 그 근간에는 값싼 동정심이 자리하고 있었음도 부정할 수 없을 거에요.

자신은 깊은 동정심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런 모습을 값싼 동정심으로 앨범 장사를 하려고 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니 말이에요. 앞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알리나 소속사가 아동 성폭행에 대한 경고와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이런 무식한 방법이 아닌 좀 더 깊이 있는 가사와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어야만 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들은 '불후의 명곡2' 출연에 목매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과감한 선택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은 사죄가 앞서야만 할 거에요. 지금 그들이 '불명2' 출연을 저울질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죠. 노래 잘하는 가수로 평가받고 있는 알리로서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한 번의 실수로 모두 날려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당장의 이익보다는 좀 더 멀리보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