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0. 14:04

MBC 연예대상, 유재석 수상소감 속에 숨겨진 무도에 대한 불편한 진실

올 해 개최된 MBC 연예대상은 김재철이라는 낙하산 사장의 마지막 회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네요. 작년에도 망조든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던 그가 이제는 연기까지 하며 '나가수'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실소를 머금게 했어요. 이와 달리 유재석의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MBC를 그나마 살린 것은 유재석이었지요.

자사 출연 연예인들에게 주는 상을 뭐라 하겠느냐 마는...




한 해를 마감하며 자사에서 활약한 연예인들에게 상을 주겠다는데 왈가왈부하는 모습이 이상할 수도 있을 거에요. MBC 사규에 맞게 알아서 상을 나눠준다는데 시청자들이 왜 간섭 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방송은 개인이나 회사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공공제 여야만 하는 방송이기에 시청자들 역시 그들의 행위에 대해 충분히 간섭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KBS 연예대상이 파행을 일으키며 대상 후보에도 없던 '1박2일'에 대상을 주며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더니 이번에는 MBC 연예대상에서 '나가수'에게 대상을 수여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프로그램에 상을 주겠다면 갑자기 기준을 바꿔 논란이 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마치 대단한 이변이라도 일어난 양 호들갑을 떨며 "의외의 결과네요. 나가수"라며 대상 호명을 하는 김재철 사장의 황당한 연기는 조롱거리가 되었어요.

 

상이라는 것이 특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희귀하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다 받을 수 있는 상이라면 이는 개근상이나 정근상 등 출석만 하면 주는 일상적인 상과 다를 것이 없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열심히 한 출연진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취지와 걸맞지 않게 세분화시켜 모두에게 상을 주겠다고 나선 MBC의 시상은 최악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수상자도 민망하고 어디 가서 자랑도 할 수 없는 상은 고물상에서도 헐값 밖에 못 받는다는 점에서 참 허탈하기만 하네요.

더욱 지난 7년 동안 MBC 예능의 대들보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무도가 이렇게 홀대를 받는 상황은 더욱 당황스럽기만 하지요. '나가수'가 등장하며 잠깐 화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가수'가 '무도'를 능가하고 대상을 받을 만 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무도 없지요. 처음부터 '나가수'에게 상을 주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그들의 행태는 당연하게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질타를 당할 수밖에는 없지요.

올 한 해 방통위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워나가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가치들을 담아내주었던 '무도'는 대상을 10개 몰아 줘도 부족할 정도로 MBC에게는 효자 프로그램이에요. 그런 무도를 홀대하고 반짝 인기를 얻었던 '나가수'를 위해 시상식의 원칙마저 훼손하는 작태는 황당할 수밖에는 없지요. 위기에 빠진 '나가수'를 어떻게든 살려 내년에도 인기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는 오히려 적만 늘게 만든 꼴이 되었어요.

시상식 역시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되어 더욱 핀잔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사가 되었지요. 진행자부터 참가자들까지 나아가 축하해주러 온 가수들까지 뭐하나 만족스럽지 않았던 2011 MBC 연예대상은 최악을 넘어 존폐를 이야기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퍼주기 식 시상식에 시청자들은 외면하고 상이 남발되며 권위마저 사라진 시상식을 보며 우수상을 수상한 박미선이 수상 소감으로 건넨 이야기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이었어요.

"인기나 시청률을 벗어나 골고루 상을 주는 것 같아 조금은 지루했지만, 잔칫날 두루두루 떡 나눠먹는 것 같아서 흐뭇하고 기분이 좋네요.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후배들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게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잔칫날 떡을 돌리듯이 상을 나눠주었다는 박하선의 수상 소감이 2011 MBC 연예대상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지요. 권위는 사라졌지만 그나마 나눠 가질 수 있어 기분은 좋았다는 말은 당연히 수상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요. 그들에게는 어차피 기억은 한시적이기에 집에 기념으로 남겨 둘 상의 가치가 의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로서는 경악스러운 경험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에요.

 

당연한 대상 수상자여야 할 유재석에게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들은 다시 한 번 유재석을 농락한 꼴이지요. 그나마 유재석이 착하니 아무런 거부감 없이 감사하게 상을 받았지만 대상을 지정해 놓고 시청자들의 비난이 심해지자 유재석의 최우수상을 쥐어주는 행위는 파렴치하기까지 했어요.

"제작진과 무한도전 놀러와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큰 웃음 주겠다. 방통심의위 위원들께도 웃음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재석은 수상소감으로 무도와 놀러와 멤버들을 직접 호명하며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여기에 방통위 위원들까지 웃을 수 있게 하겠다며 뼈있는 한 마디를 던지며 의미를 더했어요. 이런 유재석이니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겠지요. 이와 달리 낙하산 김재철 사장의 어설픈 연기는 망조든 그들의 모습을 보는 듯 씁쓸했네요.

"예상을 깨고...나가수"

대상 시상을 하러 나와 봉투를 열며 놀라는 척을 하고 던진 김 사장의 이 한 마디는 김문수 도지사가 119에 전화 거는 것과 함께 망조든 이야기로 꼽힐 수밖에는 없지요.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다 예견하고 있었던 '나가수' 몰아주기를 해놓고 '예상을 깨고'라는 발언을 하는 것만큼 파렴치한 짓은 없겠지요.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나가수'에게 대상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뒤집어엎어 놓은 주범이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이런 말도 안 되는 리액션을 하는 모습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요.

철저하게 현 정권에 충성하는 낙하산 수뇌부로서는 그에 반해 강직하게 풍자로 현실을 이야기하던 무도에게 대상을 줄 수는 없었을 거에요. 더욱 그 중심에 있던 유재석에게 대상을 수여하는 것 역시 무도에게 대상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들이 어떤 짓을 해도 이미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올해의 대상으로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무도 멤버와 김태호 피디에게 대상을 수여했어요. 김 사장과 권력은 이제 곧 사라지겠지만 무도는 우리 옆에서 영원히 함께 하기 때문에 2011 파행으로 시작해 파렴치한 결과로 막을 내린 연예대상은 두고두고 놀림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