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 10:23

송중기 수상소감이 한석규 대상을 더욱 멋지게 만들었다

MBC가 연말 시상식을 파행으로 가져가며 비난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SBS는 호평을 받았어요. 그 이유는 단순했지만 상식적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상이었다는 점이 큰 차이로 다가왔네요. '뿌리깊은 나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수상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지요. 누구나 예상했던 한석규의 대상 수상과 이를 더욱 값지게 만들었던 송중기의 수상소감이 멋진 시상식이었어요.

한석규의 열정, 공정한 평가를 받았다




한석규의 대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점쳐졌었지요. 하지만 워낙 변수들이 많은 시상식이라 한석규의 대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충격적인 파격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KBS가 신하균에게 대상을 수여한 것이 더욱 파격적으로 다가왔으니 말이지요. 시청률이 낮고 현재 방영 중이라는 점에서 신하균의 대상은 당연하면서도 파격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에요.

SBS 연기대상이 모두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뉴스타상을 11명에게 몰아주며 상 나눠주기라는 핀잔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말 그대로 신인상에 해당하는 상을 11명에게 준다는 것은 그 상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신인상은 평생 단 한 번 밖에는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의미 있는 상이지요. 그런 상을 11명이 나눠 가진다면 11명이 모두 행복할 것 같지만 그 감동이 나눠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는 없어요. 연말 시상식의 병패가 되어버린 상 나눠주기는 점점 시청자들이 연말 시상식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지요.

또 하나 아쉬웠던 것은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불렸던 '사인'이 상 하나를 받는데 그쳤다는 것이에요. 박신양이 열연을 했음에도 그에게 그 어떤 상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지요. 더욱 장항준 감독 역시 충분히 상을 노려볼 만 했지만, 너무 일찍 방송되었다는 한계와 절대 강자인 '뿌리깊은 나무'로 인해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다들 미쳤냐고, 네 나이에 아역을 왜 하냐며 타박을 받았다"
"감독님 때문에 촬영장에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출연진들 사이에서는 감독님이 밀본의 본원으로 통했다. 하지만 감독님 덕분에 미흡한 연기력이었지만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세종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송중기는 프로듀서 상을 수상했어요. '뿌나'를 보신 분들이라면 초반 송중기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다들 알 수 있었지요. 그런 그가 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했어요. 연기를 통해 그 연기력이 인정받고 상까지 받은 송중기가 감격해 하는 것은 당연했지요. 더욱 그 나이에 아역을 왜 하느냐며 타박을 받으면서까지 선택했던 배역.

이제는 주인공으로 나설 수도 있는 인지로들 갖춘 송중기로서는 엄청난 선택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리고 쉽지 않았던 그 선택은 어쩌면 송중기 연기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듯하지요. 바로 한석규를 비롯한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작품을 함께 했으니 말이에요. 이런 송중기의 마음은 한석규와 함께 연기한 소감에서 그대로 드러났어요.

"아까 긴장 너무 많이 해서 한석규 선배님 성함 빼먹었다"
"한석규 선배님과 한 신밖에 촬영 못 했는데 어떤 예쁜 여배우랑 할 때보다 설레고 영광이었다. 감사하다"

송중기가 밝힌 한석규에 대한 감동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었어요. 그 어떤 예쁜 여배우와 연기할 때보다 설레고 영광이었다는 말보다 더 한 표현은 없을 테니 말이지요. 이런 경험들은 송중기에게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경험이 될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2012년 송중기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경험과 함께 그런 경험 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대상을 수상한 한석규의 수상 소감도 이례적이었지만 연기를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이야기들이었어요. 진중하게 소감을 밝힌 한석규는 수상소감도 대상 감이었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나의 외모, 목소리, 정신세계를 갖게 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종교는 없지만 신께 감사 드린다"

"배우에게 중요한 첫 번째는 희곡이다. 작가 분들에게 고맙다. 두 번째는 무대다. 좋은 무대를 만들어준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세 번째가 관객이다. 늘 변함없이 큰 성원과 사랑을 주신 관객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같이 공연하는 동료다. 한 때는 나만 잘하면 되겠다 그런 마음도 들었는데 연기를 하다 보면 동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뿌리깊은 나무에 출연한 많은 선후배들 대신 큰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우선 부모님에게 감사를 드린 그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신에게도 감사를 드린다면 말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 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이야기를 했지요. 좋은 글을 쓴 작가에게 감사를 드리고 좋은 무대를 만들어 준 관계자에게 감사를 드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봐준 관객 즉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그는 수상 소감마저 매력적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출연했던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신만의 노력으로 대상을 받은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해주었어요.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잘나 인기가 높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는 그는 이제 비로소 진정 연기자의 모습으로 화려하게 TV에 등장한 느낌이네요.

한석규의 탁월한 연기력은 '뿌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가치였어요. 신하균이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듯, 이제 어설픈 연기력 가지고도 주연을 꾀 차는 몇몇 CF 배우들이 아닌 진정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들이 많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 이 멋진 배우들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이 2012년에도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는 시상식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