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 07:05

한석규 2년 전 양복과 열연, 진짜는 내면에서 나온다

세종대왕으로 안방에 등장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한석규는 너무나 당연하게 대상을 수상하며 마무리되었어요. 워낙 연말 행사들이 문제가 많아 혹시 라는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한석규의 대상 수상은 그보다도 시청자들이 더욱 환호할 정도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였어요.

오래된 양복 속에서 나오는 한석규의 가치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보여준 연기 열정은 드라마의 성공과 같이했어요. 만약 한석규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 감동이 다가올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대단함 그 이상이었어요. 기존에 봐왔던 왕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갈라놓은 한석규로 인해 그가 연기한 세종 연기는 기존의 왕과 이후의 왕 연기의 기준이 될 정도니 말이지요.

한석규는 사실 90년대 최고의 배우로 정평이 났던 존재였지요. 94년 <서울의 달>에서 카바레 제비로 등장했던 홍식 역으로 최고의 화제였었어요. 함께 출연했던 최민식과 함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한석규의 인기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하는 작품마다 모두 성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요.

<은행나무 침대>, <접속>, <넘버 3>, <초록 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텔 미 썸딩>, <쉬리> 등 90년대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당시 최고의 화제작으로 올라설 만큼 최고였지요. 당연히 그가 출연한 작품들에 대한 평가 역시 전문가나 관객들이나 모두 호평을 할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존재였어요. 그런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지요. 2002년 <이중간첩>이 망하면서 한석규 시대도 끝이 났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말이지요. <11월의 비>, <주홍글씨>, <<미스터 주부 퀴즈왕>등이 개봉되었지만 예전의 한석규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그에게 2000년대는 절망과 후회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TV와 영화를 포함해 최고의 배우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그가 한 순간 나락으로 빠진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완벽하게 부활하지 못했지만, 마침내 95년 <호텔>이라는 작품이 후 16년 만에 브라운관 복귀 작인 <뿌리깊은 나무>로 다시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네요.

대단한 내공으로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던 한석규가 오랜 시간 최고가 아닌 그렇고 그런 한물간 배우 취급까지 당해야만 했지만 여전히 탁월한 연기력은 변하지 않았음을 <뿌리깊은 나무>는 잘 보여주었어요. 어쩌면 그가 90년대 최고 자리로 복귀하지 못한 것은 그의 연기력을 완벽하게 부각시켜줄 작품이 없었는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2011년 하반기를 <뿌리깊은 나무> 열풍으로 이끈 주역은 탄탄한 이야기의 힘도 있었지만 우리가 기존에 보지 못했었던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의 힘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에요. 한석규의 탁월한 연기력이 없었다면 절대 이 작품이 이정도의 찬사를 받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석규는 다시 한 번 최고의 배우로서 정점을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지요.

대상 수상이 화제가 되고 그의 후속 작(베를린)도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와 관련된 사진 하나가 화제가 되었어요. 바로 2년 전 <백야행> 시사회에 입고 나온 양복이 2011년 연말 시상식에 입고 나온 양복과 같다는 것이었어요. 짙은 회색에 검은 색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마치 같은 날, 찍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일했지요.

이런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검소한 한석규의 모습과 극 중 세종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그에 대한 찬사를 이어가기에 바빴지요. 사실 비슷하지만 다른 옷일 수도 있고 한석규 자신이 좋아하는 드레스 코드이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저 사진으로 당시 입었던 양복을 그대로 다시 입고 나왔다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한석규의 이런 모습에 감탄하고 흥분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연기가 너무 탁월했기 때문이에요.

마치 그동안 한석규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처럼 갑자기 그에 대해 열광하는 이들로 인해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탁월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그동안 연기력도 안 되는 아이돌들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나 막장이 기본인 드라마로 식상하고 분노하던 시청자들에게 한석규의 등장은 진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에요. 한석규의 연기에 눈이 뜨인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신하균의 신들린 연기에 환호를 보낼 수 있게도 되었지요.

한석규로 인해 한국 드라마도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갖춘 이들이 주인공이 되고 중심이 되는 드라마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단순히 시청률을 위해 막장이 대세가 되고 연기력이 안 되어도 팬덤 장사를 하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쓰는 드라마는 줄어들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한석규의 2년 된 양복이 주는 의미는 그의 탁월한 연기력과 함께 변하지 않는 가치로 다가오지요. 대스타이면서도 외형적인 멋에 치중하지 않고 내면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한석규의 모습은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일거에요. 단순히 오래 된 옷을 다시 입고 나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 바탕에 한석규라는 존재가 탁월한 연기자라는 판단이 내려져 있기에 가능한 찬사이니 말이지요.

한석규나 신하균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이들이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2012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말도 안 되는 막장도 이제는 사라지고 연기력도 안 되는 아이돌을 내세우는 드라마도 줄어들며 양질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가 2012년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한석규의 오래된 양복 속에 감춰진 진정성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듯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다른 배우들이 한석규처럼 재평가되는 2012년이 되기를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