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8. 11:05

무도 나름 가수다 정형돈의 완벽무대보다 유재석이 더욱 돋보인 이유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나름 가수다'는 예능이란 무엇인지를 증명해주었어요. '나가수'마저 긴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들의 열정은 왜 무도가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지 잘 보여주었지요. 정형돈의 완벽한 뮤지컬 무대보다 유재석의 공연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과정 때문 일거에요.

선 기립 후 감상 이끈 유재석의 힘. 바로 노력이 답 이었다



 

'무도 나름 가수다'는 정말 놀라운 무대였어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길을 제외하고 하하나 박명수가 가수 겸업을 하고 있지만 일반 가수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이런 대단한 무대를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기적이었어요.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나가수'에게 상을 주기 위해 편법을 자행한 MBC에 쿨 하게 '나가수' 대상 수상을 인정하던 김태호 피디의 모습은 최고였지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시청자들이 자신들을 인정하는 한 상이란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 속에는 당당함과 함께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있었어요. 그런 그들의 당당한 자신감은 '무도 나름 가수다'만 봐도 확실하게 느껴졌지요.

해외와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청중 평가단이 된 관객들은 출연자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띤 호응을 보내며 스스로 즐기는 무대를 만들어 주었어요. 연말 특집이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이라는 취지에 걸 맞는 관객과 하나 된 '무도 나름 가수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장난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청중 평가단 600명을 모시고 그 앞에서 경연을 해야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문제였어요. 냉정한 평가를 받는 다는 점에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무대였고 그런 무대를 위해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중간 평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두렵고 긴장되는 첫 무대에 오른 정준하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담은 '키 큰 노총각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어요. 

익숙한 '캐논 변주곡'에 하하의 원곡을 잘 섞어 정준하만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는 당연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지요. 순위가 무의미했던 그들의 경연이었지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준하가 직접 개사한 가사의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어요. 중요했던 첫 무대를 잘 소화한 정준하로 인해 '나름 가수다'는 성공할 수 있었지요.

뒤이어 나온 노홍철은 다이나믹 듀오와 노라조 그리고 관객으로 왔던 바다까지 합세해 정신없는 조합의 결정판을 만들며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어요. 파격의 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그들의 합동 공연은 어쩌면 콘서트 무대에 단골 메뉴로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쾌하면서도 흥겹고 매력적인 무대였어요.

하하와 스컬이 함께 무대에 올라 레게음악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는 의도적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이크 사고로 한차례 중단되는 상황 속에서도 레게음악의 매력을 잘 보여주었어요. 스컬의 폭풍 랩만으로도 소중했던 그들의 무대는 사랑스러웠네요. 김범수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해 보여준 박명수의 무대는 개리의 랩 부분만 잘 소화했다면 최고의 무대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쉬웠지요.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며 '광대'라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박명수의 무대는 랩을 제외하고는 최고였네요.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부정하고 싶어도 정형돈의 영계백숙이었어요. 국내 최고의 뮤지컬 연출자와 음악 감독이 함께 만든 이번 공연은 한국 뮤지컬의 미래마저 환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김종욱 찾기'라는 순수 뮤지컬로 국내 시장을 평정했던 김동욱과 국내 뮤지컬 음악계 최고라 불리는 원미솔이 함께 만든 무대는 최고일 수밖에 없었어요. 

주인공인 정형돈이 등장하지 않은 채 궁금증을 유발하고 모두가 기대하는 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폭발하는 음악과 함께 등장한 정형돈은 최고였지요. 관객과 호흡할 줄 아는 무대 연출가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대목이었어요. 코믹함을 적절하게 결합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정형돈의 '영계백숙'은 원곡자인 윤종신마저 놀랄 정도였지요. 코믹 푸드 송이 이토록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질지는 윤종신마저 상상할 수 없었으니 말이에요. 조금 살을 붙인다면 창작 뮤지컬로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최고의 무대였네요.

이런 최고의 무대마저도 숨죽이게 만들었던 것은 유재석이었어요. 중간평가를 할 때까지만 해도 곡이 나오지 않아 힘겨워했던 유재석이 이렇게 대단한 모습을 보일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신사동 호랭이가 몸살로 누워 제대로 편곡이 이뤄지지 않아 힘겨워했던 유재석은 송은이와 김숙과 함께 무대에 올라 최고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복고 디스코 음악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원곡의 느낌은 노래를 불렀던 노홍철을 경탄하게 만들었지요. 무조건 내지르는 노래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바뀔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에요. 완벽하게 노홍철만을 위한 곡이었던 '더위 먹은 갈매기'는 신사동 호랭이와 유재석을 만나니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네요.

아이돌 전성시대를 이끈 후크송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 '여름'을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중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네요. 유재석이 좋아하는 디스코 음악에 익숙한 후크까지 결합해서 만들어낸 '더위 먹은 갈매기'는 걸작일 수밖에 없었어요.

무엇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낸 유재석이라는 존재였어요. 이틀 전에 곡을 받아 날을 세고 연습해 무대에 오른 유재석. 말이 쉽지 꽉 짜여 진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야만 하는 국민 MC가 이틀 동안 날을 세면서 연습에 몰두 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어요. 약속한 무대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그의 마음이 만들어낸 이 대단한 무대는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네요. 정형돈을 위시한 다른 이들의 무대 역시 최고였지만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재석과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지요.

'무한도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정재형의 말에 모두들 기립을 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유재석의 존재감이 무엇인지는 잘 드러났어요. 왜 그들이 유재석에 환호하고 연호하는지는 그의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에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그의 근면함이 바로 대중들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지요.
  
정형돈의 완벽한 무대와 정준하의 진정성 넘치는 노래보다 유재석의 흥겨운 리듬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은 과정 속에서 그가 보여준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 일거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유재석은 역시 최고 일 수밖에는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