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6. 11:10

이승기 1박2일 하차 비난해서는 안 되는 이유

'1박2일'이 3주 동안 절친 특집을 하는 동안 2월 종영을 예고한 그들의 행보가 다양한 형식으로 기사화되고 있네요. 시즌 제로 가겠다, 전혀 다른 방송일 수도 있다며 정신없던 그들이 이제는 기존 멤버들이 포함된 그냥 '1박2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이승기의 하차는 박수를 받아야만 한다




KBS 예능국의 패착은 강호동만 봤다는 점 일거에요. 강호동이 하차를 결심하자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대응도 상관없이 무조건 '1박2일' 종영 후 폐지를 선언한 그들의 섣부른 판단이 현재의 혼란을 야기한 주범이니 말이지요. 이 정권 들어 정신없는 방송은 이런 부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참 바보 같은 존재감이 아닐 수 없지요.
강호동의 하차 선언과 급격하게 변한 상황 속에서 더욱 위기를 극대화시킨 것은 그의 연예계 잠정 은퇴선언이었어요. 이후 '1박2일'이 과연 존재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은 방송국이 만든 호들갑 때문이었지요. 실제로는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온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주었어요. 강호동이 주가 되는 '무릎팍 도사'를 제외하고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들은 안 해도 되는 우려들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주었지요. 

 

'1박2일' 종영 역시 같은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어요. 여행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전국을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1박2일'은 강호동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그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나피디를 중심으로 한 제작진과 다른 출연자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 어느 특정인 한 명이 좌지우지할 정도의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강호동이 갑자기 빠진 상황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주목을 끌었어요. 공익 근무 후 복귀해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홀로 비난을 받아오던 어리바리 김종민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아쉬움을 주었던 엄태웅이 말문이 트이며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강호동이라는 절대 강자 앞에서 숨죽이고 있기라도 한 듯 좀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며 다섯 명의 출연진들이 황금비율을 만들어가며 오히려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진귀한 상황을 연출해주고 있어요. 

강호동이 빠진 이후 현재까지 큰 흔들림 없이 고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KBS의 어설픈 판단과 결정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가 있지요. 뒤늦게 수습한다고 동동거리고 있지만 팬들의 아쉬움은 그래서 더욱 커질 수밖에는 없어요. 국민 예능이라는 찬사를 받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예능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폐지를 선언한 그들의 행동은 시청자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으니 말이지요.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모습이기를 원한다면 이런 손쉬운 결정을 할 수는 없었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 뒤늦게나마 '1박2일' 그대로의 모습을 담겠다는 그들의 태도 변화가 반갑기는 하네요. 다양한 기사들을 종합해 보며 대체적인 윤곽은 드러나 보이지요. 현재 하차를 결정한(결정적으로 보이는)이승기와 은지원을 제외한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은 그대로 합류할 것으로 보이네요.

 

이 후 여섯 명으로 멤버를 확충한다고 하니 세 명의 새로운 멤버가 합류해 기존의 방식처럼 여행을 떠나는 버라이어티로 남는다면 큰 문제없이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요. 문제는 강호동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 등 기본적으로 중추 역할을 해왔던 이승기가 빠진다는 점이에요.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그가 준비된 예능 MC라는 점을 확실하게 증명해주었지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호동의 빈자리를 두 곳에서 완벽하게 채워줬다는 점에서 이승기의 존재감은 다시 한 번 검증을 받았어요. 

'절친 특집'에서도 그가 센터에 서지는 않았지만 오프닝과 크로징, 그리고 중간 중간 진행 과정들을 모두 도맡아 하며 실질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가장 어린 막내이지만 누구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승기의 부재는 곧 중심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요. 물론 강호동이 없어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이승기가 그 공백을 매웠듯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은 분명해요. 스타일이 다르고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기는 하겠지만 빈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에요.

이미 한 차례 하차 의지를 밝혔었던 이승기로서는 이번 2월 촬영을 끝으로 하차하는 것은 결정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하네요. 일본 활동과 드라마와 새로운 예능 도전 등 이미 준비하고 기대하고 있는 활동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1박2일'까지 함께 하기는 힘겨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변수들이 있기에 이승기가 잔류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의 하차가 확실해지더라도 그를 비난할 사람은 있을 수 없지요. 

항간에는 벌써부터 이승기의 하차를 두고 배신이라고 단죄하는 이들도 있어요. 여기에 강호동이 이승기의 하차를 돕기 위해 자신이 총대를 매고 하차를 선언했다는 앞뒤 문맥도 안 맞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퍼트리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어요. '1박2일' 하차를 하고 SBS의 새로운 예능에 출연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런 그의 모습은 배신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는 이들은 비난 할 자격조차 없지요. 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고 그런 도전을 위해 안정적인 인기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배신이라 표현한다면 세상에 배신 아닌 것은 없지요. 이승기로서는 안정적인 인기가 보장된 '1박2일'을 굳이 떠날 이유는 없어요. 

현재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의 '1박2일'내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에요. 이미 일요 예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일 수밖에 없어요. 만약 강호동 파동이 있던 그 시기에 하차를 선언했다면 이는 배신자로 낙인 찍혀도 할 말이 없었을 거에요. 가장 힘든 시기에 프로그램을 박차고 자신만을 위해 나가는 모습은 문제가 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최고의 예능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안정적인 인기를 새삼 확인시킨 상황에서 맞이한 선택은 존중되어야만 하지요.

강호동이라는 절대 강자가 없는 '1박2일'이 누군가에게는 끝이라고 여겨졌지만 전혀 흔들림 없이 더욱 높은 시청률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이승기를 중심으로 한 현재 멤버들의 노력이 만든 성과에요. 그리고 가장 화려한 순간 명예롭게 하차를 결정하려는 이들에게 비난을 하는 것은 시청자로서도 도리는 아니지요. 그대로 남아 있으면 안정적인 수입과 인기가 따라오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결심을 하는 그들에게 비난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니 말이에요.

'절친 특집' 족구 대결에서 이동국의 킥에 중요 부위를 맞아 쓰러지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던 이승기. 경기가 끝난 후 평소 축구를 좋아하던 그가 이동국과 이근호에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모습은 특별함으로 다가왔어요. 미대형의 특징을 그대로 흉내 내는 이승기의 모습도 스스럼없이 그들과 하나 되어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순수함에서 나온 모습들이었습니다. 

이승기만이 아니라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다섯 명의 멤버 모두 잔류하든 하차하든 그들의 판단에 박수를 보내야만 할 거에요. 가장 힘겨운 순간을 흔들림 없이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니 말이지요. 이승기의 하차와 관련해 비난하기 보다는 그가 어떤 도전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는 것이 최소한 '1박2일'을 사랑한 시청자라면 당연한 모습 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