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4. 11:14

수상한 몰래카메라 조작단, 유재석의 공백과 정형돈의 열정이 돋보였다

설 특집으로 방송된 수많은 프로그램들 중 주목을 받는 방송은 별로 없지요. 이런 점에서 무도 멤버들이 대거 출연한 '수상한 몰래카메라 조작단'은 흥미로웠어요. 유재석만 제외된 채 진행된 몰카 조작단은 유재석 부재가 얼마나 큰지와 함께 정형돈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했으니 말이에요.

유재석의 가치를 증명하고 정형돈의 미존개오의 2012년 지속을 알렸다




유재석이 빠진 무도 멤버들이 모두 함께 하고 김구라가 메인 MC로 나선 '수상한 몰카 조작단'은 우선 시청자들의 차가운 반응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몰카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했지만 과연 이런 틀이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지요.

설이나 추석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완성도와 재미를 인정하면 정규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 방송은 중요했지요. MBC가 일요 예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방송은 그 대체 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유재석이 함께 하지 않은 이유도 일요 예능에 정규 편성이 될 가능성도 점쳐졌기 때문이지요.

유재석이 없는 자리에 고영욱이 함께 하고 양세형이 추가된 형식이지만 유재석이라는 존재를 채울 수는 없었어요. 김구라가 진행하는 MC역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며 그가 이끄는 방송이 메인 MC 혼자서는 절대 할 수가 없음을 잘 보여준 방송이기도 했지요. 후반 노홍철이 가세해 더블 MC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둘의 진행 역시 유재석을 절대 능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한 불안 요소로 남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좌중을 압도하지도 못하고 긴장감과 흥미를 담은 진행마저 보여주지 못한 채 어설픈 모습으로 일관한 김구라와 노홍철의 진행은 그저 케이블 정도에나 어울릴 법한 수준이었어요. 그나마 8년 동안 호흡을 맞춘 무도 식구들이 상황을 만들고 이끄는 과정들이 있어 틈틈이 웃을 수가 있었지만 이런 식의 진행을 하고 다른 출연진들이 함께 한다면 한 달도 버틸 수 없는 방송이라는 점이 증명되었어요.

유재석이 왜 최고인지는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박명수가 항상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나 김구라가 메인 MC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 등은 '수상한 몰카 조작단'에서 여실히 드러났으니 말이지요. 

속이는 과정과 이를 적극적으로 흥미롭게 이끄는 과정이 중요함에도 진행에 급급한 김구라는 그 상황을 극적으로 이끌지도 못했어요. 그저 수수방관하듯 상황에 놓인 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몰카니까 라는 안일함에 늘어진 진행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분명한 한계만 보였지요. 노홍철 역시 진행 솜씨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고 그런 그가 더블 MC로서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네요. 

유재석이 없는 방송에서 메인 MC의 존재감이 극대화되며 전체적인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점이 '수상한 몰카 조작단'을 초라하게 만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정형돈이 돋보였던 것은 그의 연기가 최고였기 때문이지요. 식중독 상황을 연출해 패닉에 빠지게 만드는 과정이 핵심이었고 이를 통해 몰카 사실을 알린 후 본격적으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마피아 게임'과 비슷한 형식은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었어요. 물론 그런 과정 속에서 느슨한 상황들(이는 MC가 긴장감을 유도하고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한계)이 연속되며 재미마저 반감시켜 버리고 말았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것은 정형돈이었지요. 실제 두드러기까지 나고 토하기까지 한 그의 연기는 주변을 술렁이게 만들었고 이후 진행된 상황 극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형돈의 존재감은 최고였어요. 범인이 드러나고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정형돈의 미존개오가 거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지요.

편식이 심한 정형돈은 음식을 많이 가리고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는 점에서 이상한 음식을 먹고 이상 반응을 보인 그의 모습은 그럴 듯했어요. 그런 그럴듯함을 완벽하게 만든 것은 정형돈의 노력이었지요. 실제 구토를 하고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알레르기가 있는 복숭아를 요구하는 과정은 그가 왜 많은 이들에게 대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랑을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어요. 

살신성인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제 구토와 함께 알레르기를 유발시켜 두드러기를 만들어낸 장면은 진정한 프로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모습이었지요. 정형돈의 이런 노력이 함께 했기에 '미존개오'라는 별명과 함께 현재의 그가 만들어졌을 거에요. 대세가 기울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정형돈의 2012년이 밝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방송을 살리려는 그의 노력이 대단하기 때문일 거에요. 

몰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열정을 가진 정형돈의 모습은 그래서 흥겹고 정겨울 수밖에는 없지요. 2011년이 정형돈의 전성시대를 여는 한 해였다면 그런 대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더욱 화장시킬 수 있는 해가 2012년이 될 수 있음은 그의 이런 몸을 던져 보여준 열정 때문에 가능할거에요. 유재석이 빠진 공백이 너무 컸던 방송에서 그나마 얻을 수 있었던 재미는 정형돈이 보여준 열정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