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6. 10:14

이승기 해명과 관련해 비난으로 일관하는 일부의 모습이 씁쓸하다

이승기 해명이라 무슨 일인가 했는데 지난 연말 시상식들이 난무하던 즈음 KBS 가요대축제에서 이승기가 부른 노래에 대한 논란이었네요. 군대 문제로 입국금지를 당한 유승준의 히트곡인 '나나나'와 '열정'을 부른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시청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어요.

이승기가 유승준의 노래를 불렀다고 동급으로 취급말라




춤과는 인연이 멀었던 이승기가 색다른 변신을 보인 것은 지난 연말 KBS 가요대축제 무대에서 였지요. 기본적으로 격한 안무가 들어가야만 하는 유승준의 노래를 소화하며 이승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무대 자체는 흥겹고 즐거웠어요.

이승기 콘서트에나 가야 그가 이야기하는 율동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을 통해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승기 팬들에게는 즐거운 무대였어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의 이런 모습이 문제로 다가왔나 보네요. 바로 그가 선곡한 노래가 다름 아닌 유승준의 곡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유승준은 한때 대한민국을 호령하던 최고 스타였어요. 작지만 단단한 몸에서 나오는 화려한 춤과 노래는 대중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건강한 이미지를 더욱 대단하게 만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이민자 출신 아이돌들에 대한 인식마저 바꿔놓을 정도로 특별하게 다가왔지요.

언제나 자신은 군대에 갈 것이고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외치던 그가 군 입대를 앞두고 미국 국적을 택하며 스스로 쌓아 놓은 이미지들을 하루아침에 내던져버린 상황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이는 사회문제로 비하되어 영원한 출입금지 대상으로 정해질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어요. 대중들을 기만하고 사기에 가까운 행동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요.

지금은 잠잠한데 작년까지만 해도 한 언론사가 집요하게 유승준의 소식들을 전하며 분위기를 이끌고 심지어 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었어요. 물론 이런 몰이는 논란을 만들었고 논란이 확산되자 유승준 스스로가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국내 복귀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지만 여전히 유승준은 대중들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어요.

여전히 유승준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대중들은 그를 미워하고 있어요. 그에 대한 미움은 시간이 가면 약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현재의 흐름으로 보면 그런 미움이 적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승기가 무대에서 유승준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충분히 논란이 될 수도 있어요.

노래마저 비난을 받고 금지곡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상 부르는 것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시청자 게시판에 유승준의 노래를 부른 이승기의 무대가 부적절했다고 질책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 번 유승준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거센지를 확인하게 하네요.

"가수 유승준은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지난 2002년 법무부로부터 입국이 금지 조치된 연예인이다. 많은 노래들 중, 좋지 않은 내용으로 부각됐던 가수의 노래를 부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청자 의견

"연출자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아티스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가요대축제' 당시 이승기는 기존의 방송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하며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 '나나나'와 '열정'을 준비했다"

"이 두 곡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작곡가 김형석, 이현도의 곡으로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곡으로 사료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연출에 최선을 다했다. 이 같은 오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수신료의 가치를 더욱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방송에 더욱 힘쓰겠다" -KBS 답변

유승준에 대한 평가와 비난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승기의 노래 선곡은 아쉽지요. 사람이 미운 것이지 노래까지 미움을 받는 것은 부당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노래를 통해 그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대중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쉬움이에요.

이승기 본인에게는 어린 시절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를 선택해 색다른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요. 물론 좀 더 세심하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가려내는 기민함을 보이는 것도 좋았겠지만 선곡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논란이 되고 문제가 된다면 행사를 준비한 KBS 측에 있겠지요. 시청자 역시 이승기의 문제가 아닌 KBS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진짜 문제는 이런 소식을 듣고 만들어지는 여론이에요. 이미 여러 곳에서 이승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트집 잡기에 정신이 없는 그들에게는 이 문제는 좋은 먹잇감이었나 보네요.

노래를 선곡하고 무대에 올리는 모든 과정은 이승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더욱 연말 결산을 하는 중요한 무대는 오래 전부터 담당 피디와 선곡과 퍼포먼스까지 세밀한 부분들을 모두 사전 협의를 한 후 올리는 것이기에 단순히 이승기가 부르고 싶다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승기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말도 안 되는 것이지요.

유승준이 저지른 잘못을 그의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이승기마저 동급으로 취급당하는 것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에요.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어린 시절 자신이 즐겨 들었던 노래를 재현했다고 군 입대를 피해 도망친 유승준과 아직 입대 전인 이승기를 엮어서 비난을 일삼는 것은 도를 지나친 비난이라는 것이지요. 다수가 아닌 소수의 못난 비난들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비난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을 때 무의미한 비난 놀이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뮤지션의 고민은 그들이 한 번이라도 해봤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