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0. 15:49

누가 유재석을 울게 하나?

무한도전이 1년이 넘게 고생을 해서 진행한 레슬링 특집이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갑자기 레슬링 관련자들이 집단으로 달려들며 트집을 잡는 일이 생겼네요. 레슬링을 비하했다는 말부터 시작해 돈 이야기에 자신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의도적으로 무도를 폄하하기 위한 그들의 비난도 무도 인들의 노력을 넘어설 수는 없지요.

누가 그들을 울게 만들었나?



의도적으로 무도를 폄하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그들의 못된 언플에도 4천여 명의 관객들은 그들이 펼쳐놓은 땀이 담긴 레슬링에 환호를 보냈어요. 그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레슬링을 처음 접하면서 저질 체력을 레슬링을 위한 몸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낯선 레슬링 기술들을 하나 둘 배워가며 아마추어 레슬러로서 능력을 가지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해냈어요.

처음부터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무도 멤버들이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레슬링을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공식적인 경기에 나가거나 프로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시작이 아닌 철저하게 과거의 추억을 현재의 즐거움으로 느끼기 위해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장난스러운 협회인 WM7을 만들었고 그들만의 레슬링 대회를 위해 연예인 중에 레슬링을 좋아하는 이를 찾아 사사를 받았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채리필터의 손스타였고 그 역시 프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동안 레슬링을 좋아해서 매일 연습을 하고 경기를 보러가는 열혈 레슬링 애호가였어요.

그를 통해 기술에 대해 전무했던 무도 멤버들은 기본적이지만 레슬러로서는 꼭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 둘 익히기 시작했지요. 체력이 부족하면 체력 훈련을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체력을 바탕으로 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들의 레슬링을 배우는 장면들은 마치 '20세기 소년'에서 어린 아이들이 미래의 일을 장난처럼 꾸몄다가 실제 그 일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장난처럼 시작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 프로젝트가 되고 자신들만의 레슬링 세계를 펼쳐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실을 화려하게 맺은 그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었지요.

이런 그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프로 레슬러와 협회 관계자들의 행동은 참 씁쓸하기만 하지요. 격투기 해설가인 김남훈과 국내 챔피언인 윤강철 선수가 노골적으로 무한도전의 레슬링을 철저하게 비판하며 논란을 부추겼어요. 협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챔피언 박탈 논란까지 부추기며 그들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왜 자신들이 중심이 되지 않았느냐 였어요.

재미있는 것은 김남훈과 윤강철이 작년에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협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이에요. 레슬링 활성화가 거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레슬링 관련 협회만 몇 개인지 모르겠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런 행사를 하는데 왜 자신들을 끼워주지 않았느냐가 전부이네요.

레슬링을 모독했다는 그들의 표현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는 게 연예 프로그램에서 하는 모든 스포츠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모두 모독일 수밖에는 없어요. 그 어느 것 하나 기초적인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고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철저한 훈련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프로처럼 하지 않았다고 타박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들은 처음부터 프로가 아닌 철저하게 자신들이 과거 좋아했던 레슬링에 대한 향수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 향수를 공유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 것뿐이에요.

무도를 까는데 지쳤는지 열심히 그들을 지도한 손스타를 레슬링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존재로 폄하하는 그들로 인해 프로 레슬링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점점 사라지게 만드네요. 그들이 왜 한때 최고의 인기 스포츠에서 이제는 대중들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 되었는지 '무도 WM7 레슬링 대회'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 셈이에요.

정준하는 경기 직전 리허설 도중 응급실에서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맞고 링에 복귀했고 정형돈은 구토를 하는 등 쉽지 않은 도전에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요?

장충체육관에 모인 4,000여 명의 관객들은

제 1경기 '장모 거세게 반데라스' 정준하와 '원 머리 투 냄새 캡틴 곰팡이' 박명수의 타이틀 매치
제 2경기 '섹시 맵시 퐝문질환 턱주가리아' 노홍철과 '입 닫어 요 이스키' 길의 돈가방 매치
제 3경기 '저쪼아래' 유재석, '체리체리 양파 쿵치따' 손스타 대 정준하 '집 샌 물 샌' 정형돈의 태그매치 타이틀전

에 환호를 보냈어요. 들어만 봐도 웃기는 닉네임과 1년 동안 준비해온 레슬링 기술을 후회 없이 선보였어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객들은 모두들 그들의 레슬링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고 하지요. 그만큼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힘들게 익힌 기술을 맛깔나게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레슬링에 만족한 것이지요.

무도 레슬링 대회를 욕하기에 앞서 왜 자신들은 그들처럼 레슬링을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못했나는 반성하지 않았나요? 죽을 정도로 노력했는데도 대중들이 레슬링을 외면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대중들이 레슬링을 외면한다고 생각하나요?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들을 먼저 되돌아보는 노력을 기울여보시기 바라네요.

레슬링 대회를 마치고 뒤풀이 하는 자리에서 무도 멤버들이 하염없이 흘린 눈물은 당신들처럼 옹졸하게 남을 뒤에서 욕하는 이들 때문이 아니에요. 그들은 서러워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부상도 잊은 채 최선을 다한 자신들을 위한 눈물이었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을 찾아준 팬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노력한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위로였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