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를 남긴 상황에서 왕인 재하의 머리에 총을 겨눈 시경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힘겹게 항아까지 중국의 수용소에서 구해낸 상황에서 믿었던 시경에 속아 김봉구 일당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된 재하는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요?
재하와 시경의 키스는 죽음을 암시하는 키스였을까?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는 시경의 도발은 재하마저 놀라게 했어요. 분명 시경의 말이 합리적이고 거대한 힘을 가진 봉구를 잡기 위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재하로서는 유일한 친구인 시경을 사지로 몰아넣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어했어요. 가능성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봉구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악랄함을 봤을 때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할 위험이 더욱 높았기 때문이지요. 시경이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를 사지로 스스로 걸어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아버지의 실수 때문이지요. 자신이 가장 믿고 존경했던 아버지가 선왕 시해를 도운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 누구보다 충성심과 자긍심이 강했던 시경으로서는 김봉구는 선왕을 시해한 역적이며 아버지를 궁지로 몰아낸 파렴치범이었지요. 그런 그를 잡기 위해 스스로 적진으로 뛰어드는 과정은 그이기에 가능했고 그이기에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어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모든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재하 역시 시경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어요.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시경을 붙잡을 수 없었던 재하는 함께 봉구를 무너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지요.
왕들의 육성 일기를 담는 장치에 재하를 위협하고 선왕 시해를 자인하는 봉구의 메시지를 알아챈 재하는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어요. 녹화를 시작하는 키워드가 재하가 자주 사용하던 "좋냐?"였는데 봉구 역시 이 말을 사용한 것이었지요. 재하는 의식하지도 않았지만 이 단어가 사용된 순간 모든 내용은 녹화가 되었고 이는 곧 봉구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재소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어요. 이제 문제는 봉구가 ICC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로 숨는 것을 막는 문제만 남은 셈이지요.
이를 위해 시경은 위험을 무릎 쓰고 스스로 봉구 앞으로 향하게 되지요. 악랄함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봉구와 죽음이 취미인 봉봉에게 위협을 당하는 시경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어요. 악랄한 고문 속에서 그를 구원한 것은 더욱 궁지에 몰리기 시작한 봉구였지요. 항아가 극적으로 재하에게 구출되며 중국 측이 극단적으로 봉구와의 관계를 끊어버리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이미 패가 드러난 시경을 이용해 재하를 살해하는 것만이 전부였어요.
봉봉의 악랄은 고문과 아버지와 재신을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고, 봉구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며 부족한 자신을 네가 채워주라며 회유를 하기도 하지요. 시경이 회유보다 힘겨워한 것은 바로 아버지와 공주 재신을 위협하는 발언들이었어요. 죽이지는 않겠지만 끊임없이 고통 속에 살게 하겠다는 봉봉의 악랄함에 시경도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지요.
쉽게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했던 재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시경이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마지막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애절하기까지 했지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를 가지고 떠나야 하는 그에게 재신과의 데이트는 간절함과 애절함이 함께 한 상황들이었어요.
재하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도 되느냐고 말할 정도로 왕실근위대 대위와 공주가 아닌 남자 시경과 여자 재신의 만남을 원했던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눈물이 날 정도였네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진실을 드러내고 패닉에 빠져 있던 재신을 위해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주문처럼 외우라는 시경의 당부와 하반신 마비를 이겨내기 위해 매일 걷기 운동을 하라는 시경의 부탁은 보는 이들을 슬프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어요.
누가 봐도 목숨을 내놓은 임무에 나서는 시경이 마지막으로 재신을 만나 그녀를 업은 채 이런 대사를 나누는 장면은 애절함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재신이 수줍게 건넨 뽀뽀에 그동안 참아왔던 시경은 폭발하듯 재신에게 키스를 하게 되지요.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상황에서 그들의 키스는 뭔지 모르게 어색했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는 없었어요. 키스를 하고 나서도 공주와 근위대장의 간극으로 "죄송합니다"를 외치는 시경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은 당연했지요.
시경과 재신의 키스도 매력적이었지요. 수용소에 갇힌 항아를 구하러 간 재하의 모습도 매력적이었지요. 당당한 왕으로서 위엄을 버리지 않은 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위험도 무릎 쓰는 재하의 모습은 최고였어요. 자신의 눈앞에서 총상을 입은 항아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재하는 시청자들마저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 정도였지요.
다리 총상을 치료하고 퇴원을 하는 과정에서 시경에게 걸려온 전화는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시경을 완벽하게 믿고 있던 재하는 아무 일 없으니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있으라며 항아에게 짧은 키스를 보내는 모습은 뒤에 이어질 위급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애절했지요. 마치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넨 마지막 키스를 보는 듯 답답함으로 다가온 재하와 항아의 키스는 시경과 재신의 키스처럼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그들이 보낸 가장 간절함이 담긴 키스였어요.
재하와 시경이 건넨 키스가 마지막 죽음의 키스가 되기 위해서는 봉구 일당 앞에 잡혀간 재하가 시경의 총격을 받고 죽는 설정 외에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봉구 일당을 일망타진할지가 중요하게 다가올 뿐 시경이 재하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요. 오히려 재하를 구하기 위해 시경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말이에요.
재하와 시경이 건넨 키스가 마지막도 죽음의 키스도 아닌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약속의 키스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랄 수밖에는 없네요. 탁월한 연기력으로 모두를 숨죽이게 만드는 '더킹 투하츠'의 배우들. 하지원의 탁월한 연기력과 윤제문의 광기서린 연기. 뮤지컬과 연극에 이어 영화를 찍고 드라마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조정석의 존재감. 그리고 그동안 배역을 잘못 받은 듯한 이윤지의 폭발적인 연기까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대단함 그 자체였어요. 여기에 가수 출신으로 많은 부정적 시각에도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기의 탁월한 재능은 감탄할 수밖에 없게 하네요.
과연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매 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더킹 투하츠'는 걸작임이 분명하네요. 여기에 이젠 완벽한 연기자로 거듭난 이승기의 탁월한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해준 드라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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