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4. 14:44

정선희 논란마저 잠재운 김제동의 유머와 감동

어제 방송되었던 '놀러와'는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였어요. 좋은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오랜 만에 공중파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선희에 대한 반응은 예측한 것만큼 뜨거웠어요. 이제 그녀를 받아들여도 된다는 측과 고 안재환 가족에게 사과부터 하라는 측으로 나뉘며 다음 주에 이어질 '놀러와'도 뜨겁게 하고 있네요.

김제동, 역시 대단한 존재였다



방송을 시작하면서도 이야기를 했듯 '뜨거운 친구들'은 정선희를 위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그와 절친인 이경실, 이성미, 김제동, 김영철, 김효진 등이 출연해 진정한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전체적으로 본다면 '놀러와-뜨거운 친구들'은 철저하게 정선희만을 위한 방송이었다는 것이 맞을 거에요.

'놀러와'피디가 철저하게 정선희가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숨죽여 지내야만 하느냐 이제는 툴툴 털고 자신의 본업인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해도 좋을 시간이라 판단하고 편성한 프로그램임을 방송을 본 후 알 수 있었어요. 더욱 통상 한 회로 그치는 방송이 2회로 방송되는 것만 봐도 피디가 정선희에 대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지요.

기본적으로 정선희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요. 고 안재환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서를 보면 과연 정선희가 안재환의 죽음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해요. 물론 고 안재환의 가족들이 의문을 품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내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에요.

자신이 숨길 것이 없고 한때 시집이었던 남겨진 그들을 위해 고 안재환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모두 공유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봐요. 그렇지 않고 그저 침묵이 서로를 돕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네요.

정선희도 피해자라면 고 안재환의 가족들 역시 피해자에요. 오랜 시간 잘 키웠던 자식이 결혼 후 행복해야 할 시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편안해할 가족들은 없을 거에요. 그렇기에 정선희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생때같은 자식을 형제를 잃은 그들에게는 숨김없이 그들이 원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줘야 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공중파 TV에서만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이미 라디오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지속적인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놀러와' 출연은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본격적으로 공중파 진행을 하겠다는 의지와 다름없어요. 그녀 하나만으로 보자면 이제 그만 자신의 본업인 방송을 해도 상관없다고 봐요.

하지만 고 안재환 가족과의 관계가 여전히 문제인 상황에서는 그녀의 활동이 원활할 수는 없어요. 지속적인 안티의 공격을 받아야만 하고 이런 고질적인 논란은 그녀의 원활한 방송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오늘 방송을 빛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김제동이었어요. 명언들을 잘하는 것을 알려진 그는 다시 한 번 멋진 말로 정선희의 상황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어요.

"제발 재능을 숨기지 말아라. 잘하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김제동은 외할머니의 말로 인해 30여 년 동안 자신의 잘못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자책을 하며 살아왔다고 해요. 그런 자신이 '굿 윌 헌팅'을 보고 그 안에 나온 "It's not your fault"였고 이 대사를 듣고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고 해요.

자신이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듯 정선희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했어요. 더 이상 정선희의 잘못이 아니니 이제 툴툴 털고 일어나 자신의 일을 즐기라는 김제동의 말은 시청자들도 감동스럽게 만들었어요. 여전한 논란과 상관없이 힘겨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김제동의 이야기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가 감동만 전해준 것이 아니라 유재석, 김영철과 함께 의도하지 않은 외모 경쟁을 벌이며 서로 1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전에 볼 수 없는 빅 웃음을 전해주었어요. 정말 셋이 모여 있으니 누가 우선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각자 1위를 자신하던 그들은 순위를 확정하지 못한 채 최후의 수단을 강구했어요.

바로 안경을 벗고 서로의 얼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었지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나마 자주 봤던 유재석의 안경 벗은 모습은 봐줄만 했는데 김제동과 김영철의 안경 벗은 얼굴은 힘들었네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비교하며 자칫 한 쪽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에 즐거움을 전해주었네요.

어느 한 쪽을 편들 수도 없고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공중파에서 용감하게 2주 동안 정선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용기가 아닐 수 없어요. 유재석 역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논란이 분명한 패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대단해 보였네요.

언제 어디서나 그 분위기에 맞고 오랜 시간 생각하게 만드는 멋진 말들로 감동을 주는 김제동은 오늘도 여전히 '놀러와'를 빛내주었어요. 그런 그를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2주간에 걸친 '놀러와'의 정선희 특집이 그녀의 공중파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이들에게 정선희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만은 확실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