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6. 12:07

닥터진 경탁의 슬픈 운명을 보여준 김 대감의 한 마디 경악스럽다

흥선군이 자신의 아들을 통해 권력을 잡게 되면서 김경탁의 운명은 힘들게 되었습니다. 진혁의 머릿속에 혹이 거대해지면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다가오며 흥선군과 김 대감의 권력 대결은 흥미를 더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하게도 슬픈 김경탁이 과연 행복한 결말을 가져갈 수는 있을지 궁금해지지만 점점 그의 불행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아버지라 부르라는 김 대감, 그 지독한 발언은 경탁의 죽음을 예고 한 다

 

 

 

 

 

흥선군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만 진혁이 과거 속으로 들어와 과연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했지요. 하지만 그 역시 역사 자체를 왜곡시킬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뻔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물론 진혁이 미래에서 사랑했던 여인이 과거에도 존재했고 그 여인과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는 과정 등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원작과 다른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김경탁이라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닥터진'은 아쉬웠을 듯합니다.

 

자신을 내치는 아버지에게 매달리는 경탁과 그런 아들에게 정적인 흥선군을 죽이라고 명하는 김 대감은 잔혹한 인물입니다.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비록 서자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살인 청부를 하는 이 잔인한 존재는 당황스럽게 다가올 뿐이니 말입니다. 

 

진혁과 함께 걷던 흥선군을 노리며 흔들리던 경탁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버린 진혁을 쏘고 싶었을 겁니다. 사랑도 운명도 모든 것을 뒤틀어지게 만들어버린 진혁을 쏘고 싶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갈증이 심했던 그에게 선택은 흥선군이었지요.

 

권력을 잡기 위해 대비에게 자신의 아들을 양자로 입적시키고 모든 권력을 잡고 있는 김 대감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흥선군에게 자객이 따라 붙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미 김대감의 적자인 김대균이 자객을 보내 흥선군과 진혁을 모두 해치려고도 했었기에 이런 움직임이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주체가 다른 자객들이 아닌 경탁이라는 사실이 중요했지요.

 

경탁의 총에 맞고 쓰러진 흥선군과 그렇게 죽어가는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진혁. 그들은 급한 수술을 통해 흥선군을 살려냅니다. 진혁이 다니는 곳이 사건이 일어나고 죽음의 고비에 있던 환자도 말끔하게 치료해버리는 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흥선군 역시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죽어야 하는 사람을 살리고 대신 다른 이가 죽게 된다는 춘홍의 발언과 이로 인해 역사가 뒤틀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진혁의 탁월한 의술 앞에서는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하니 말입니다.

 

죽었을 것이라 기대했던 흥선군이 진혁에 의해 목숨이 구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김 대감이 놀란 것은 당연하지요. 부자의 정을 이용해 경탁에게 임무를 맡겼지만 그 마저 실패했다면 흥선군을 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철종이 승하하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흥선군과 김 대감이 모종의 밀약을 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권력을 탐하려는 자들의 속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이지요. 자신의 숙적이라 생각해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그들과 잠시 손을 맞잡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에요.

 

자신을 저격할 때 사용한 총을 가지고 있는 흥선군은 자신을 도와 달라는 청을 거절한 김 대감 앞에 내밀며 읍소를 합니다. 자신을 저격한 존재가 경탁이고 그가 김 대감의 서자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점에서 김 대감으로서는 이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비 앞에서 왕의 자리에 대한 청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흥선군에 반기를 들기만 하던 김 대감이, 스스로 흥선군의 편에 서서 흥선군의 아들을 왕으로 옹립하자고 청하는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하지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잠시 손을 잡은 김 대감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쇄신의 대상인 김 대감과 손을 잡는 흥선군의 모습은 경악스럽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타도의 대상에게 모든 권력을 그대로 줄 테니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어달라는 흥선군의 읍소는 결국 왕이라는 자리에 올라서면 대리청정을 통해 김 대감과 안동김씨를 몰락시키겠다는 복안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그런 대안을 가진 그에게 김 대감과의 약조는 그저 허술한 결합일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에요.

 

이 과정에서 불행한 존재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요. 진혁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흥선군은 권력을 잡자마자 천주교 신자들을 박해하게 됩니다. 이는 곧 천주교 신자인 영래 역시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진혁 역시 예측한 일이지만 흥선군의 말 한마디에 넘어가버린 어색함이 궁색하게 다가올 정도였네요.

 

흥선군에게 총격을 가하고 그의 수하들에게 붙잡히는 과정에서 경탁은 죽었던 친구 영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고 흥선군과 함께 권력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자신과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절친에 대한 아픔은 그가 포로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사주를 한 자가 누구인지 밝히려는 주팔이 일행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던 경탁은 영휘를 보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편이 되어 신분과 지위에 상관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말에 헛웃음을 보이는 경탁에게 영휘는 그저 몽상가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요. 혁명을 원하지만 그 혁명의 주체역시 권력에 대한 탐욕이 가득한 존재라는 점에서 영휘의 이상은 그저 허망함으로 끝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니 말입니다.

 

영휘가 경탁에게 그저 김 대감에 의해 이용만 당한다고 질책하자, 경탁 역시 영휘에게도 동일한 이야기를 하지요. 권력의 주체가 아닌 이상 그저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신세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경탁은 그래서 더욱 슬프지요.  

 

"흥선군이 자네는 버리지 않겠다 약조하던가?"

 

"버려지는 것이 두려우면 쓰이지도 않았겠지. 서 있는 곳만 다를 뿐, 우린 똑같은 신세"

 

흥선군 역시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영휘를 가차 없이 쳐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지요. 영휘가 꿈꾸는 세상과 흥선군이 지향하는 세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경탁의 이 발언은 결국 슬픈 결말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겠지요. 영래는 천주교 시잔 박해로 죽을 가능성이 높아졌지요. 영휘 역시 자신이 꿈꾸던 세상과 달리 흥선군이 집권한 세상은 또 다른 안동김씨 같은 권력만 낳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흥선군에게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취조를 받고 절친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보여준 김재중의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사극이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가 보여준 사극 연기는 압권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허름한 집으로 도망친 그가 그곳에서 영래와의 마지막을 고하는 장면도 안타까웠지만 다시 김 대감의 집으로 찾아가는 과정은 슬프기만 했습니다. 

 

자신을 내치고 죽이려고까지 하는 아버지에게 다시 찾아간 김경탁. 그가 다른 욕심이 있었거나 분노가 지배하는 존재였다면 김 대감을 내치는 편에 서서 그의 목에 칼을 겨눴을 거에요. 비록 김 대감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서자인 그가 김 대감을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설 때부터, 아버지가 아닌 '대감마님'으로 그를 불러야 한 삶은 굴욕과 핍박의 세월이었으니 말이지요.

 

이복형이자만 적자와 서자의 차이를 주장하며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김대균에 대한 분노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김 대감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소매를 잡고 들어선 집. 모질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핏줄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단순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봐준 영휘와 영래가 이렇게 되지만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휘는 흥선군을 돕고, 영래는 진혁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경탁의 선택은 죽음이 아니라면 아버지를 찾는 방법 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김 대감은 돌아온 경탁에게 "이제 아버지라고 불러라"라며 웃는 모습은 잔인하기만 했습니다. 조선 후기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신분제도가 명확한 시절 적자가 아버지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를 받아들인 것은 하나의 이유 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흥선군이 가지고 있는 증거인 총은 경탁의 것이었고 어차피 흥선군은 자신을 배신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김 대감이 이 증거를 처리하기 위해 경탁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경탁의 간절함을 이용해 그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김 대감의 모습은 정말 경악스럽기만 했네요. 경탁이나 영휘는 모두 권력에 취해 그 권력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김 대감과 흥선군의 희생양 노릇밖에는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네요. 결과적으로 그들의 운명은 슬픈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탁에게 보여준 김 대감의 호의는 그의 죽음을 위한 마지막 식사와 같은 발언이었네요. 이 슬픈 운명이 과연 마지막 순간 한 번이라도 행복한 경험을 해보고 죽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사극 연기가 처음인 김재중은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에서의 드라마 출연까지 포함해 세 번째 작품에서 완벽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재중은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닥터진'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준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역할로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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