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3. 07:24

에이핑크 정은지 응답하라 1997로 연기돌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다

에이핑크의 리드 보컬 은지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연일 화제네요. 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는 그 재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15년 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며 첫 사랑과 마지막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드라마는 웃음과 감동을 모두 탑재한 특별한 드라마임은 분명하네요.

 

연기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에이핑크 정은지 흥미롭다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응답하라 1997>에 등장하는 성시원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특출 나게 예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은지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 일거에요. 아이돌들의 연기 겸업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연기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은지의 연기는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지요.

정은지만이 아니라 서인국, 인피니트 호야 등 가수 겸업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네요. 그동안 발연기의 대명사로 이름을 알렸던 이들의 대부분이 가수 출신 연기 겸업자들이니 말이지요. 더욱 아이돌 출신들이 자신들의 인기만 믿고 드라마에 출연해 민폐가 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니 말이지요. 하지만 '응답'에 출연한 이들은 완벽한 연기로 그런 비난과는 관계가 없는 존재로 자리 잡기 시작했네요.

 

33살 동갑내기 친구들이 동문회를 하는 자리에서 시작해 과거 그들이 뜨거운 고교시절을 보내던 1997년을 추억하는 과정으로 드라마는 시작하지요.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성시원(정은지)가 주인공으로 그녀의 절친인 모유정(신소율)과 남자 친구들인 윤윤제(서인국), 도학찬(은지원), 강준희(호야), 방성재(이시언) 등이 모이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이 안에 한 쌍이 오늘 결혼 발표를 한다는 말로 과연 누가 그 연인인지 추리하는 재미도 솔솔 했어요.

 

1997년 18살 고등학생이었던 시원과 유정에게 인생의 낙은 아이돌 그룹인 HOT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어요. 열정적인 사랑을 보인 1세대 빠순이들인 그들의 일상은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 어느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HOT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은 사실 그 시대를 특징지을 수 있는 상징으로 다가올 뿐이지요. 사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시작과 함께 한 쌍의 커플 이야기가 나오듯 첫 사랑의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안타까움 들이 매력적으로 배치된 드라마이지요.

 

시원을 사랑하는 윤제. 윤제를 좋아하는 준희와 유정. 방송된 4회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들의 사랑 구도는 점점 흥미롭게 이어질 수밖에 없도록 하지요. 첫 방송인 2회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첫 사랑을 확인하고 시원에게 첫 키스를 하는 윤제의 설렘은 풋풋함 그 자체였지요.

그 상황에서 윤제의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하지만 시원 역시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한)시원이 윤제를 때리는 것으로 그날의 해프닝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들의 이 첫 키스의 아련함은 이후 복잡해지는 관계들을 매력적으로 담아내주었네요.

 

지금은 이해하기 힘든 PC 통신이 등장하고 섬세하고 여성적인 취향인 준희와 채팅을 하는 시원은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게 되지요. 매일 싸우던 부모가 걱정이었던 시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가까워진 부모를 보고 당황했고, 그런 시원의 이야기를 들은 준희 역시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지요. 자신이 윤제를 좋아한다는 정말 충격적인 비밀이었어요.

 

시원 역시 윤제를 좋아하지만 학교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더욱 친한 친구들이 윤제를 좋아한다고 자신에게 고백해오면서 자신의 마음을 억눌러야 하는 시원이 힘들지요. 함께 태어나 함께 자란 'XX친구'인 윤제. 너무나 가까워서 혹은 그래서 소중할 수밖에 없는 시원과 윤제의 관계는 흥미롭기만 하지요. 

 

시원의 가장 친한 친구 유정은 윤제에게 직접 사랑 고백을 하고, 또 다른 친구인 준희는 자신에게 윤제를 좋아한다는 비밀이야기를 털어 놓은 상황에서 시원의 성격상 윤제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요. 털털하고 직선적이지만 그 누구보다 속 깊은 정을 지닌 시원에게 이런 상황은 힘겹기만 하지요.

 

1997년이란 시절에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잡지들, 그리고 다마고치와 삐삐 등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는 신기한 것들이 등장하며 그 시절을 살아왔던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당시 시원과 비슷한 나이였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재미는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움이에요. 

2, 30대에게는 너무 정겨운 이 시절의 추억은 '응답'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지요. 단순한 추억만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도 중요해요. 성동일과 이일화가 나와 시원의 부모 역할을 하면서 보여주는 재미는 코믹함의 근원이지요.

 

무대뽀 전라도 아빠와 큰손 경상도 엄마 사이에서 정신 사나워 법원에 찾아가 전라도와 경상도는 법적으로 혼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시원의 투정은 재미있지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해서 사랑스러운 시원의 부모들은 '응답'에서는 빠질 수 없는 매력덩이들이지요.

 

윤제의 형인 태웅(송종호)와 시원의 언니인 송주(김예원)이 연인 사이였음이 드러나며 이 드라마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어요. 92년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하던 날 MT에 참가했던 송주가 차량 사고로 숨지는 장면은 대단했지요. 가장 행복한 순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불행이 닥쳐온 성동일의 그 표정은 잊을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

 

송주의 과외를 해주며 사랑을 싹틔우던 태웅은 항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달라고 보채던 그녀를 잊지 못하지요. 전국 1등까지 했던 수재인 그가 여전히 부산을 떠나지 않고 고등학교 수학교사라 재직하는 이유가 바로 송주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서울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5년 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접속' 노래를 떠올리며 현재 시점의 시원과 윤제, 그리고 준희를 엮어주던 이 노래의 힘은 중요한 순간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지요. 태웅 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겨준 워크맨을 마지막 이별 순간에 송주에게 주었던 기억과 자신에게 다가와 시디플레이어를 보며 그 당시 송주가 들었던 '접속' 노래를 듣고 즐거워하며 "이거 나 줘"라고 말하는 시원의 모습을 정말 닮았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과거의 기억이 깨어난 태웅이 "그래"라고 하며 웃는 모습에서그 한 쌍의 연인이 시원과 윤제가 아니라 시원과 태웅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보게 했지요.

 

뭐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 드라마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탄탄한 이야기의 힘일 거에요. '남자의 자격' 출신의 신원호 피디가 회사를 옮겨 만든 첫 번째 작품이지요. 작가는 '1박2일'의 이우정 작가이고, 총괄 책임을 담당하는 CP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한 이명한 피디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었지요.

 

KBS 일요 예능의 황금기를 만들고 이끌었던 이들이 모여서 만든 드라마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했지만 상상도 못했던 걸작이 나오고 말았네요. 전문 드라마 작가와 피디가 아님에도 이렇게 정교하고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은 대단하지요.

 

이런 탄탄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몫이지요. 이미 드라마 출연으로 연기력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서인국과 전문배우인 신소율, 이시언을 제외하고 중심이 되는 배우들이 모두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은 불안했지요. 정은지외 호야, 그리고 은지원까지 연기 경험이 없는 이들이 과연 드라마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당연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은지의 매력적인 연기는 모든 우려를 불식시켜 버렸지요. 부산 출신답게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과 연기 경험이 없음에도 완벽하게 성시원 역할을 소화해내는 그녀로 인해 '응답'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게 되었어요. 주인공인 그녀가 어설픈 연기를 했다면 결코 '응답'은 지금처럼 큰 관심을 받기는 힘들었지요. 기존의 아이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찰지게 망가져버린 은지로 인해 '응답'은 최고의 드라마가 되었네요. 

그동안 인기에 힘입어 혹은 거대 기획사의 힘으로 드라마에 출연해 민폐만 끼치던 아돌들과는 차원이 다른 연기력을 보인 정은지는 연기돌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었어요. 한없이 망가지면서도 결코 그 매력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은지의 매력은 다른 연기돌들의 발 연기를 민망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지요.   

 

아이돌들이 연기에 도전하면서 넘어야 할 큰 산이 되어버린 정은지의 완벽한 성시원 빙의 연기. 캐릭터 소화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정은지의 연기로 인해 연기돌을 꿈꾸는 많은 아이돌들에게는 은지가 그 기준점이 되고 있는 듯하네요. 1주일에 한 번 방송이 된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최고의 재미를 주는 '응답하라 1997'은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임이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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