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0. 17:13

비 황금어장 재방송 통편집은 굴욕이 아니라 배려다

지난 수요일 방송되었던 <황금어장>은 국민 여동생 김연아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미 녹화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었죠. 파업으로 인해 언제 방송될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웠던 이들에게 이날 방송은 단비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 없었죠.

불행이라면 이런 김연아가 방송되는 날이 비가 녹화를 함께 했다는 거이죠. 이원 녹화라는 재미있는 상황은 방송 중 김연아 녹화 현장에 전화 연결을 시도하면서 드러났죠. 비가 출연했는데 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김연아와 인터뷰를 해보겠다고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비에게는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어요.

더욱 비굴해진 순간은 처음 전화 연결은 실패하고 두번째 통화에서는 녹화중이니 전화를 끊으라는 통보였지요. 어떤 상황인지 잘알고 있는 상황에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상황은 비를 두번 죽이는 일이었지요. 굳이 전화를 해야할 이유도 없었고 비와 김연아를 비교하듯 연결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지만 MC들의 개인적인 궁금증과 나름 월드스타라는 칭호를 받는 비에 대한 의도적인 기꺽기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촌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5분 굴욕은 또 다시 비를 희화화했지요. 여기서 중요한것은 비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입니다. 이를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면 제작진들은 무척이나 무례한 행동을 한거죠. 하지만 이를 방송 포맷에 맞춘 재미로 판단했다면 즐거운 유희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릎팍 도사'와는 달리 '라디오 스타'는 마이너 마니아를 지향하는 방송입니다. 처음부터 5분이나 10분 방송이 일상이었고 때론 몇 주동안 결방 되는 경우들도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철저하게 마이너 감성으로 독하고 강한 이야기들로 인기를 얻은 독특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방송에 나오면 철저하게 자신이 비하되고 희화화되는 것을 즐겨야만 하죠. 우대받고 스타대접을 받고 싶다면 아마도 '라디오 스타'는 굴욕의 연속이며 비웃음의 파티가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그런 상황 자체를 재미로 생각하는 비의 모습은 의미있게 다가왔었죠.

방송이야 상황에 따라 유연해져야만 하는데 그런 상황과 관계없이 "나 비인데!"라는 스타의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출연도 힘들었겠지만 여론의 십자포화를 벗어나기는 힘들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5분의 출연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즐겼던 비의 승리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 수상자이자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까지 받고 있는 김연아의 출연은 동시간대 그 누가 나와도 이기기 힘든 패이니 말이지요.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방송 스타일에 맞게 유연하게 행동하는 비의 모습은 그래서 보기 좋았죠.

재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다시 방송한다면 이는 제작진들이 비를 울궈먹으려는 처사 밖에는 안되었지만 재방에서 비가 출연했던 '라디오 스타'를 빼버렸다는 것은 최소한 비에 대한 예우라고 보여집니다.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는 그렇게 방송이 되었지만 비라는 존재에 걸맞는 대우를 역설적으로 재방송에서 통편집을 함으로서 살렸다고 봅니다. 
 

앞서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비가 즐겼는지 모욕으로 생각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방송을 보신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를 굴욕으로 보기보다는 '라디오 스타'에 가장 부합한 방송에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물론 비라는 존재감으로 본다면 '라디오 스타'를 45분 방송해도 부족하겠죠.

'라디오 스타'가 어떤 방송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으로 재미를 준 비는 역시 스타였습니다. 어떤 이에게굴욕이 될 수 있는 상황도 당당할 수밖에 없는 비에게는 굴욕이 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대단하다는 이유겠죠.

이번 재방송 통편집은 제작진이 비에게 전하는 최소한의 대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