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9. 10:11

응답하라 1997 마지막회 결말은 서인국과 정은지만 남겨준 것은 아니었다

매주 화요일 저녁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최종화를 끝으로 종영되었네요. 윤제와 시원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 이나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마무리된 드라마. 끝이라고 해도 끝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 기묘한 기분은 '응칠앓이'를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을 듯하네요.

 

한 회, 한 회가 매력적인 이야기의 성찬이었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제작진과 연기자들의 노력이 그대로 전해진 드라마였어요.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드라마가 많은 요즘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교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왜 많은 이들이 '응칠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응답하라 1997'은 누구나 해봤을 법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담은 드라마였지요. 물론 199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주인공인 시원이 빠순이로 활약하며 시대 문화를 대변하는 드라마로 보이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주제는 '첫사랑'이었지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이란 존재하고 그런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의 사랑은 그래서 소중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어요.

국민 첫사랑으로 대단한 사랑을 받았던 수지의 '건축학개론'은 그저 동경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지와 비교해보면 너무 평범하게 다가온 정은지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첫사랑의 아이콘이기도 했어요. 뛰어나게 예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정은지. 그녀를 보면서 아련한 기억 속에 남겨진 첫사랑을 떠올려보는 것은 너무 익숙했으니 말이지요.

 

출산을 앞둔 시원은 아이 아빠를 찾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태웅과 윤제. 과연 누가 시원의 남편일까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에게 제작진들은 못다 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기 시작했지요. 남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여자의 술자리 문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쿨한 남자 윤윤제이지만 자신의 여자인 시원이 술을 마시는 것은 싫은 평범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남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들 앞에 취해 망가지는 모습이 보여 지는 것도 싫은 그저 사랑에 눈이 먼 평범한 남자라는 사실은 윤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지요.

 

운명의 그날 항상 시원의 집 앞에서 쫓겨나기만 하던 윤제는 용기를 내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 자신과 시원의 생일을 조합해보지만, 그 답은 시원이 사랑하는 토니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이 윤제를 살짝 아쉽게 하기는 했지만,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지요.

결혼 전까지는 들어올 수 없다는 시원의 말을 어기고 집으로 들어선 윤제. 그렇게 그들은 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지요. 키스를 해주면 집에 가겠다는 윤제의 달콤한 앙탈에 어쩔 수 없이 뽀뽀를 해주지만 만족하지 못한 윤제의 거친 키스는 시원을 무장 해제시키고 말았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그들은 반 동거 생활을 하게 되고 의도하지 않았던 아이까지 가지게 되면서 형 태웅의 결혼을 위해 잡아놓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모두 윤제와 시원이 차지하는 촌극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그렇게 두 번째 아이를 가지고 출산을 앞둔 그들에게 태웅은 멋진 이름을 선사하지요. 시청자들을 빵 터지게 만든 이유는 태웅이 지어준 이름이 바로 시원이 그토록 사랑하는 토니의 본명이었으니 말이에요. 이길 승에 클 호. 즉, 승호라는 이름을 지어준 태웅의 이 장면은 제작진이 만든 재미이기도 했어요.

 

'응칠'의 마지막 회가 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일까 궁금해하던 이들에게 제작진들은 친절하게 그 이유를 이야기해주었지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처럼 녹아들어가 있는 사랑이 첫사랑의 거대하과 아름다웠던 기억과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이에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가 상대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영악하지 못한 젊음이 있었고, 지독할 정도로 순수한 내가 있었으며,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극중 윤제의 이야기처럼 첫사랑이란 강렬함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다들 그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 처음 하는 사랑이 주는 거칠고 어수룩한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뜨거운 열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윤제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게 진리이기 때문이지요. 

 

사랑의 시작은 뜨겁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마저도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 고단한 일상으로 변해간다는 말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첫사랑의 뜨거운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무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윤제의 시원의 사랑을 보면 그렇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사랑 역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비록 첫사랑의 강렬한 감정을 평생 가지고 살 수는 없지만 진한 우정이 기반이 된 그들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매력적이니 말이지요.

 

윤제와 시원이 행복한 삶을 살며 주목받은 존재는 윤제를 사랑했던 준희였지요. 고 1 반 배정을 받은 순간부터 한 눈에 반했던 존재 윤윤제. 그를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던 준희가 시원에게 처음 고백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준희. 그런 준희의 고백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윤제를 멀리하려 했던 시원의 우정.

 

너무나 우연한 상황에 준희가 윤제를 사랑해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제는 비록 그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시원과의 사랑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준희에게 따뜻한 포옹과 함께 "밥이나 먹자"라고 건네는 이 투박하지만 속정 깊은 말 속에는 비록 이성적인 사랑으로 동성인 준희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언제는 진정한 친구로서 함께 하겠다는 윤제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으니 말이지요. 

아이돌인 정은지가 출산 연기를 하면서 보여준 연기 내공은 대단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출산 연기였지만 마치 애 한 둘은 낳아본 여자처럼 능숙하게 하는 모습에서 그녀에게 쏟아지는 찬사가 왜 그런지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됩니다.

 

서인국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와 정은지의 천재소리를 듣는 연기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97'이 남겨준 것은 너무나 많지요. 우선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이들에게 비난받기도 하는 '빠순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결코 비난받을 것은 아니라는 확신에 선 주장은 흥미롭게 다가왔네요.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일에서도 그 열정을 맛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분명한 진실이니 말이지요.

 

송동일과 이일화가 만들어낸 너무나 일상적인 연기는 왜 그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표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들의 살아있는 연기는 그 자체가 행복이었으니 말이지요. 이시언의 발견은 어쩌면 '응칠'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을 거에요. 청산유수처럼 쏟아내는 말의 향연 속에 이시언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었으니 말이지요. 신소율 역시 그녀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밖에는 없을 듯하지요.

 

드라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그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하게 했던 음악들이었어요. 90년대 우리를 자극하고 매료시켰던 그 대단한 음악들이 이야기 흐름에 맞춰 등장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게 했다는 점에서 응칠의 BGM은 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지요. 

 

연기자들과 훌륭한 음악들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제작진들의 노고는 그 무엇보다 감사해야 할 대목이지요. 살아있는 대사들을 만들어낸 작가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을 영상으로 담아낸 감독까지 '응칠'에서는 그 무엇 하나 빼놓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였어요.

 

'응답하라 1997' 마지막 회가 방송이 되고 더 이상 그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한동안 그들이 전해준 90년대의 추억은 우리의 삶을 지배해갈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 등장했던 첫사랑에 대한 정의와 열정의 순기능을 그대로 전해준 '빠순이 문화' 역시 익숙한 설렘으로 우리에게 영원히 남겨질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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