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3. 14:36

2NE1, 인기가요 컴백이 욕먹는 이유

기다렸던 2NE1이 SBS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네요.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타이틀곡을 세곡으로 하는 의외의 전략은 그만큼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찾아온 그들은 역시 2NE1이었어요.

인기가요의 문제가 2NE1 발목 잡는다




2ne1 팬들이나 비슷비슷한 아이돌들만 있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귀환을 반기는 이들은 많았어요. 기존의 걸 그룹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그녀들은 여기 YG 스타일로 무장한 참신한 걸 그룹이었죠. 정규 앨범 없이 싱글로만 활동을 하면서 화끈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린 그녀들이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죠.

그렇게 공개되자마자 온오프라인에서 엄청난 반항을 일으킨 2ne1은 과도한 자신삼이 만들어낸 트리플 타이틀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도마저도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통상 앨범 중 가장 좋은 노래나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을 수 있는 곡을 타이틀로 활동하는 것이 정상인데 세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는 것은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지요.

YG와 SBS와의 밀월 관계는 제법 오래된 관행 같은 파트너십을 지니고 있지요. 다른 음악방송에 등장하지 않았던 지드래곤과 2ne1이 인기가요에만 고정으로 출연한다거나 하는 방식은 타 방송 음악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는 즐거워 보일 리 없었지요.

노골적으로 YG의 행태를 비판하는 경우들도 생겼고 이런 상황에서 양현석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SBS에서 잘해주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밀월 관계를 모호하게 정리한 경우도 있었어요.

돈을 주고받는 식으로 독점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방송국을 타깃으로 집중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요. 그만큼 한 무대에 집중함으로서 양질의 무대를 선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2ne1의 이번 인기가요 컴백 스테이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다른 가수들처럼 엠넷을 시작으로 한 음악방송 순례가 아닌 오직 한 방송에만 집중함으로서 분산된 시선이 아닌, 강한 임팩트로 팬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효과적일 테니 말이지요. 인기가요에서 준비한 특별한 스테이지는 무척이나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어요.

다른 무대와는 비교될 정도로 정성스럽게 꾸민 각 곡의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은 그녀들의 곡을 더욱 효과적으로 살려주었어요. 트리플 타이틀곡인 '박수쳐', '고 어웨이', '캔트 노바디'로 이어지는 그녀들의 무대는 역시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파워풀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막내 민지의 변신은 가장 도드라져 보였어요. 성숙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달라진 민지의 모습은 2ne1의 정규 앨범의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듯했네요. 전반적으로 곡 자체의 완성도나 퍼포먼스 등에서 그녀들만의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좀 더 성숙한 그녀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내년에는 윌 아이엠과 준비 중인 앨범으로 미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고 하지요. 그녀들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미래에 대한 무한 기대를 하게 하네요.

이런 그녀들의 신곡들이나 가능성에 대한 평가보다는 인기가요에서 3곡을 부른 것이 서태지나 보아와 비교해 편파적이라 주장하는 일부의 의견은 이상하기만 하지요. 항상 한 곡씩 부르던 노래들이 언제부터인가 파워가 강한 가수들의 컴백 무대에는 두 곡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되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한 무대에서 3곡을 부른다는 것은 파격에 가까운 배려가 아닐 수 없지요. 여기에 YG와 SBS라는 특별한 우호 관계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비난받을 수 있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장 비교를 해서 지적하려면 서태지나 보아가 아니라 DJ DOC여야 하지요.

SBS 인기가요와 DJ DOC와의 논란은 워낙 크게 불거져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새로운 앨범을 내고 돌아온 그들은 다른 이들과 다름없이 음악방송 순례를 하는 상황에서 인기가요에서는 그들의 출연을 취소했어요. 강심장 출연과 연계해 인기가요 출연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DJ DOC는 분개했고 SBS 인기가요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인 비판을 했었지요.

군소 기획사와 거대 기획사와의 차이는 음악방송에서도 문제로 지적되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 방송국의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했지요. 이번 2ne1의 3곡 파격 편성 역시 이런 측면에서 봐야겠지요. 이름값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DJ DOC도 3곡을 완곡해도 좋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힘의 논리와 함께 방송국이라는 거대 세일즈의 마인드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2ne1에 대한 비난보다는 SBS가 보여주는 처사와 거대 기획사들로 인해 편향된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요계 전체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야 할 거에요. 방송국이라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 그것이 흔들리는 순간 모든 것은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지요. 

사회 전반에서 '공정사회'를 부르짖지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가 불공정에 길들여져 있는 상황에서는 어설픈 구호만으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요. 좀 더 구체적인 논의구조와 이를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방식들이 통용되기만을 바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