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9. 07:04

드라마의 제왕 권해효, 김재철 MBC 사장의 시청률 지상주의 비판이 통렬했다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은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드라마 제작과정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화제가 되었던 이 드라마가 14회에서는 MBC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시청률 1위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김재철 MBC 사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드라마의 제왕'은 최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해효가 김재철 사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마지막에 던진 대사는 모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일 뿐이다는 권해효의 대사가 답이다

 

 

 

 

 

김명민이 연기하는 앤서니는 역시 김명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워낙 다양한 연기 폭과 연기를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연기의 신답게 그는 복잡하고 트라마우마가 많은 앤서니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주고 있었습니다.

 

 

까칠하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앤서니를 사랑하는 두 여인의 모습 역시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고의 여배우인 성민아와 주목받는 신인 작가 이고은이 앤서니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은 충분히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모습들보다 더욱 흥미롭고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권해효가 연기하는 남 국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은 사라진 채 오직 돈만 밝히는 자신의 아버지인 제국 엔터테인먼트의 남국현 회장의 아들인 남운형 국장은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자신이 그토록 부정해왔던 아버지의 힘으로 자신이 국장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했습니다. 사장을 찾아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사표를 내는 것이 남 국장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습니다. 자신이 증오하던 아버지의 힘으로 자신이 국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이었으니 말입니다.

 

남 국장의 이런 모습이 잘못 되었다고 일깨운 존재는 아이러니하게 그가 가장 싫어하는 앤서니였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보다 더욱 증오했던 제작자인 앤서니가 건넨 말은 남 국장을 부끄럽게 했으니 말입니다. 국장이 되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부도덕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못된 제작자들을 사라지게 만들겠다던 남 국장의 다짐은 중요했으니 말입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제작자들로 인해 드라마 제작 환경이 최악이 되었다는 점에서 남 국장의 개혁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자신의 증오하던 아버지의 힘으로 만들어진 자리라는 점에서 모든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남 국장을 찾아 그가 다시 드라마 국장으로 복귀해야만 하는 이유를 앤서니답게 이야기를 했지요.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음지의 방식으로 그 자리를 얻게 되었다고 밝히며 제국 회장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고백하는 남 국장에게 앤서니는 깊은 깨달음을 전합니다.

 

"나 같은 인간은 이 드라마 판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근데 결국 전 남고 국장님은 떠나시게 되었네요. 떠나시기 전에 이 것 만은 알아두십시오. 그렇게 되면 결국 남는 건 음지의 방식으로 판치는 더러운 인간들뿐이라는 거"

 

자신을 증오해왔던 남 국장에게 건넨 앤서니의 이 발언은 멋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가 자신이 증오하는 이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개혁 의지마저 꺾으면 안 된다는 발언이었습니다.

 

그 행위가 남 국장이 평생 살아왔던 신념과 충돌하는 행위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냐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부정하고 싶은 가족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가야 할 길까지 포기하고 도망가지는 않았다고 밝힌 앤서니는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앤서니의 이런 발언은 결국 남 국장을 다시 깨웠습니다. 남 국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김 부국장이 국장 대리로 앉으며 방송국은 오직 시청률만을 바라보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무조건 폐지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 잡기에 안간힘을 쏟는 김 부국장의 모습은 실제 김재철 MBC 사장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무조건 폐지만 하는 이 허망한 상황을 '드라마의 제왕'은 상황을 빌려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갑과 을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들먹이며 제작자나 출연자들의 불만을 눌러버리는 김 부국장의 행동은 김재철 사장의 모습과 완벽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오직 시청률만 높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김재철 사장의 악행을 그대로 닮은 김 부국장에 맞서 다시 돌아온 남 국장의 모습은 어쩌면 MBC가 정상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었을 듯합니다. 방송이 공공제라는 점에서 시청률과 상관없이 가치를 가진 방송은 제작되어야만 하지요.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가진 프로그램들이 사회를 보다 밝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김 부국장님 말씀대로 우리가 갑 맞습니다. 근데 이 점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힘없는 정의란 참 무기력하고 허망합니다. 하지만 정의 없는 힘은 그저 폭력일 뿐입니다. 이제 폭력의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폭력의 시대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갑과 을이라는 관계를 앞세워 폐지를 무조건 주장하고 관철하려는 김 부국장에 맞서 남 국장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네요. 갑과 을이라는 힘의 관계에서 남 국장이 밝힌 이 소신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원하는 가치일 겁니다. 

 

힘없는 정의의 문제와 함께 정의 없는 힘은 그저 폭력이라는 발언은 특별하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폭력의 시대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남 국장의 발언은 어쩌면 우리 시대 정치인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발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의는 없고 힘만 가진 권력자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이 발언은 모든 이들에게 통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앤서니를 둘러싼 성민아와 이고은의 삼각관계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남 국장의 이 발언들이었습니다. 김재철 MBC 사장의 시청률 지상주의의 문제를 냉철하게 꼬집고, 방송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 '드라마의 제왕'은 대단했습니다. 부정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뛰어든 남 국장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요.

 

 

오늘은 투표 날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도록 모두 투표에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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