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0. 06:16

MBC 연예대상, 박명수 대상보다 유재석의 PD상 수상소감이 감동인 이유

박명수가 스스로 만든 점오를 마치고 대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시상식 전부터 박명수의 대상 수상이 예정되었다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변수 없이 그가 대상을 받으며 축하와 함께 씁쓸함이 교차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유재석은 피디들이 주는 상을 받았습니다. 대상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가 대상이 아닌 피디들이 가장 인정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대상과 피디상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유재석에게 더욱 큰 박수를 보내는 상황 역시 자연스러웠습니다.

 

박명수 대상과 유재석의 피디상 수상 사이, 미묘하지만 확실한 차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연예대상은 역시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박명수가 대상을 수상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에서 그에게 대상을 주는 것이 부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정성을 생각해보면 과연 유재석을 제치고 박명수가 대상 수상자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점오 시대를 열었던 박명수의 대상 수상은 흥미롭습니다. 만년 2인자에 머물지 않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명수의 대상 수상은 반가운 일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대상 수상에 의문을 품고 아쉬워하는 이유는 유재석의 역할과 활약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20년째 MBC에서 방송하고 있다. 혹자는 직원이라고도 하는데 난 일주일도 방송을 쉰 적이 없다.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20년 전에 날 예뻐 해주시고 키워주신 감독님들이 다 국장님 되시고 본부장님 되셨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이라 20년 후 영광을 더 빨리 당길 수 있다. 오늘 개콘 후배들과 녹화했지만 여러분도 손색없다. 용기를 내고 열심히 하면 그 영광 더 빨리 당길 수 있다고 생각 한다"

"20년 만에 꿈이 이뤄졌다. 오늘 '무한도전'에서 또 하나의 꿈인 작곡가의 꿈이 이뤄졌다. '무한도전' 김태호PD, 아이디어를 내줬던 형제보다 가까운 재석이 준하 길 형돈 하하 홍철이 너무 감사하다. 형제만큼 친해서 수식어를 붙여 말하기 어렵다"

"어머니께서 재석이가 대상 받을 때 '넌 언제 한번 받을래'라고 욕하셨다. 어머니 드디어 내가 해냈다. 열심히 해서 상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버지도 열심히 일하시는데 그래서 내가 더 잘 되고 있다"

"올해 두 가지 꿈을 이뤘다. 젊은 친구들도 꿈이 없으면 낙이 없다. 도전하고 달콤한 열매의 맛을 2013년에 보기 바란다. 상 받고 잘되면 내 덕인 줄 알라고 말한 이 상의 50%도 아니고 100%가 당신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한수민씨 진심으로 말합니다. 사랑해요"

 

박명수는 대상 수상에 충분히 준비한 수상 멘트를 남겼습니다. 자신을 MBC 직원이라고도 부른다는 말을 자랑스러워하는 박명수에게 대상 수상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채 코미디언답게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는 멘트도 흥미로웠습니다. 

 

작곡가가 된 박명수와 대상을 수상한 박명수는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룬 한 해가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작곡자 박명수를 위해 특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 무한도전에 감사를 전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도 흐뭇하게 해주었습니다. 부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 박명수의 대상 수상은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가 대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냅니다.

 

"KBS '개그콘서트'의 독주 속, MBC 예능본부가 코미디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박명수가 초반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MBC 공채 개그맨으로 출발해 지난 20여 년간 MBC의 대소사를 함께 했던 그간의 공로를 높이 샀다"

 

박명수의 대상 수상에 대해 MBC 측에서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대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단순히 올 한 해 활약보다는 20년간의 공로를 높이 샀다는 말로 유재석이 아닌 박명수에게 대상을 준 이유를 전했습니다.

 

올 한 해 활약보다는 그동안 보였던 노력을 감안했다는 방송사 측의 발언은 달리 생각해보면 대상 수상자로 이미 내정된 박명수를 위한 현실적인 대답을 고민했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지난 해 대상 수상이 유력했던 유재석이 아닌 프로그램에 대상을 주었던 MBC가 이번에는 박명수에게 대상을 준 행위는 그래서 더욱 황당하기만 합니다.

 

"생각 치 못한 상이다. 상을 주신 예능PD들에게 감사하다"


"김원희씨 저와 함께 '놀러와' 시작하면서 마무리할 때까지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못 나왔다. 인사 못 드리고 끝이 나서 아쉽다. 그동안 '놀러와'를 함께 만들었던 제작진을 대표해 시청자에게 말하고 싶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셔서 감사하다. 이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 감사 합니다" 

"감사드릴 사람이 너무 많다. '놀러와' 함께 한 길, 이하늘, 조세호, 유승민, 초창기 멤버 박명수, 노홍철 등 수많은 게스트들에게도 감사하다" 

"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중간에 상을 받으면 불안함이 엄습하다고 하더라. 그러나 전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경규 형 형 마음 알겠어요" 

"'무한도전' 할 때도 말했지만 6개월 동안 방송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사랑해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3년 내년을 기억하겠습니다"

대상 후보로 올랐음에도 대상을 번번이 놓친 유재석은 이미 수상과는 상관없는 존재가 된 듯합니다. 박명수가 대상 수상자가 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축하를 해주었던 존재가 유재석이라는 점에서도 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재석의 피디상 수상과 수상 소감으로 '놀러와'를 이야기하자 함께 출연했었던 김나영이 눈물을 흘리자 소감을 말하며 위로를 건네는 그는 여유까지 있었습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했던 '놀러와'가 갑자기 폐지되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던 유재석은 수상 자리를 빌어 '놀러와'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장면은 짠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쳤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 MBC 사주의 행동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MBC. 2013년에도 이런 기류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절망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 지독한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이번 연예대상은 철저하게 사주를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상을 몰아준 시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피디들이 준 상과 이 상을 받고 8년 동안 응원을 보내준 '놀러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유재석의 수상소감이 감동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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