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1. 14:02

승승장구 폐지에 놀러와와 달리 시청자 반응이 다른 이유

승승장구가 10일 녹화를 끝으로 폐지가 된다고 합니다. 김승우의 예능 외도를 완성시켜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방송일 듯합니다.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 착한 토크쇼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큽니다. 

 

토크쇼라는 점에서 승승장구나 놀러와는 유사합니다. 그런 두 프로그램이 한 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폐지가 결정되었음에도 평가는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놀러와 폐지에 대중들이 분노한 것과 달리, 승승장구 폐지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유재석과 김승우의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행복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승승장구

 

 

 

 

2010년 방송을 시작해 횟수로 3년이 되는 2013년 1월 10일 '승승장구'는 폐지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방문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한 방식으로 들려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를 거느린 성공한 토크쇼였습니다.

 

 

같은 시간대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과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고 시청률 전쟁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승승장구'의 폐지는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강심장'이 강호동 논란으로 인해 이승기가 홀로 맡으며 첫 번째 위기를 넘기면서도 폐지는 막으려 노력했습니다. 강호동의 갑작스러운 이탈에도 이승기의 탁월한 능력이 '강심장'을 살렸지만, 이승기가 나간 후 신동엽과 이동욱이 더블 MC를 맡으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는 하지만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강심장'이 평균 7%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승승장구'가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폐지는 조금 성급한 느낌도 듭니다. SBS에서 '강심장'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폐지를 두려워 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지도를 쌓는 게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승승장구'의 폐지는 의외로 다가옵니다.

 

다양한 스타들이 출연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스타들에 따라 시청률이 좌우되는 한계는 아쉽습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스타들이 출연하며, 더 이상 새로운 스타들을 모시고 유사한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게 찾아왔습니다.

 

출연하는 스타들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고 이기광이 빠진 이후에 MC 추가 없이, 김승우와 이수근, 탁재훈이 이끄는 '승승장구'는 과거의 재미와도 조금씩은 멀어진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강심장'과 달리, 착한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그나마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 역시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요. '강심장'이 자극적이고 산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승승장구'역시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폐지의 이유를 단순하게 하나로 이야기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같은 프로그램 폐지임에도 대중들이 느끼는 감정의 선이 다른 이유가 뭔지는 명확합니다. '놀러와'와 '승승장구'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프로그램들 모두 자극을 배제하고 착한 예능을 펼쳤다는 점에서 공통점은 많으니 말입니다.

 

착한 예능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고 폐지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그만큼 대중적인 호응과 지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니 말이지요. 방송사의 입장에서 적절하게 폐지와 신규 프로그램 제작을 진행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폐지는 방송사 고유의 권한입니다. 그런 권한에 대해 시청자들이 개입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장사를 하는 방송사에서 더 이상 장사를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폐지에도 품격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놀러와'의 경우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방송이 된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시청률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청률 저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코너들을 만들고 야심차게 변화를 모색한 '놀러와'는 가시적인 효과와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새롭게 바뀐 '놀러와'가 많은 이들에게 조금씩 소문이 나는 과정에서 갑자기 폐지가 결정된 사실은 안타까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분명 변화는 올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폐지보다도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절차였습니다. 폐지가 어쩔 수 없다면 사전에 제작진과 주요 출연진들에게 폐지 여부를 통보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놀러와'의 경우 이런 아주 기본적인 절차도 무시한 채 상부에서 무조건 폐지를 통보하고 곧바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방송을 준비도 하지 못하고 통보 받은 날 녹화가 마지막 방송이 되어버린 이 황당한 상황에 고작 마지막 방송에 대한 고지 글이 전부인 상황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유재석이 수상 소감을 하면서 '놀러와'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절차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시청률이 저조하기는 했지만, 사랑해준 많은 시청자들과 공식적인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8년 동안 방송을 진행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지요. 

 

'승승장구' 폐지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는 하지만, 분노하지는 않습니다. 차분하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그 과정을 통해 마지막 방송을 뜻 깊은 방송으로 마무리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놀러와'가 강압적이고 갑작스럽게 폐지를 당하는 것과 달리, 같은 폐지이지만 '승승장구'는 최소한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모두 사전에 폐지에 대해 대비하고 시청자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차이를 보여주니 말입니다.

 

'놀러와'가 갑작스럽게 강제 폐지를 당하며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을 사랑하고 아껴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삿말도 하지 못한 것은 황당했지요. 이런 황당한 상황에 유재석과 김원희를 포함한 출연자들이 큰 종이에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글을 적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사진은 슬플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현재의 MBC라는 사실은 더욱 시청자들을 멘붕으로 이끌기만 합니다.

 

방송에 나오면 욕먹고 물건이라도 날아올까 겁나 시상식 대상 수상에 나오지도 못하는 한심한 사장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는 MBC. 함께 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황당하게 대우하는 사장이 있는 회사는 오래 갈 수가 없지요. 모래알보다 못한 단결력으로 성장과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같은 폐지임에도 '놀러와'에 비해 '승승장구'가 아름다운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와 애정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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