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5. 07:43

예능소녀 리지 강심장을 녹이다

요즘에는 예능감이 충만한 아이돌이 무척 많아요. 이미 '깝권대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가요계와 예능계에서 고루 주목받고 있는 조권, 강심장을 통해 확실한 예능 기대주로 굳어가고 있는 이특 등은 공인된 예능 돌들이에요. 여기에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예능감은 충만한 리지가 강심장을 뒤 흔들었어요.

강심장도 녹인 리지의 예능 감




이번 주 강심장은 다음 주 추석을 맞이한 추석 특집으로 진행되었어요. 한가위 모든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나이대의 출연진들이 나왔지요. 류시원이 출연해 이승기와 함께 더블 MC를 잠시 보면서 강호동을 놀라게 만들었지요.

MC를 봐왔었기에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아무래도 강호동과 이승기라는 어울리지 않음이 어울림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비슷한 인물 둘은 매력적이지는 않았네요. 입담은 여전하고 노련하고 능글스럽게 진행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승기와 류시원의 조합은 비슷한 듯해서 아쉽게 다가왔지요.

뒤이어 등장한 리지는 오늘 방송의 핵심이었어요. 분량으로 따지자면 다른 이들과 다름없거나 많지 않았지만 가장 어린 출연자이기도 하고 그녀만의 특유의 발랄함은 좌중을 휘어잡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사투리를 고치려고 노력은 했지만 변하지 않는 억양을 이젠 소속사에서도 포기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업 시킨 그녀는 강심장에서는 금칙어 중 하나인 '유재석'으로 포문을 열었어요.

'유재석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주제로 과거 자신이 출연했던 '해피 투게더'이야기는 흥미로웠죠.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엉뚱하지만 전혀 거부감 없었던 리지의 활약은 의외의 발견이었어요. 그 방송 출연으로 당연히 리지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요.

단어 선택들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 고등학생인 리지는 선생님, 아저씨 등을 구사하며 강호동을 휘어잡는데 거침이 없었어요. 강심장을 '일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한 이도 리지도 최초이고 그런 리지의 말은 웃길 수밖에는 없었지요.

강심장에서 다른 프로그램 출연을 감사하고 강호동에게 유재석의 장점을 마음껏 풀어 놓는 리지의 이야기는 아직은 신인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지요. 다른 신인과 달리 리지가 예능소녀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신인들이 떨려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능수능란하게 자기 할 말을 모두 하는 리지는 탁월했지요.

감사의 말을 다른 곳도 아닌 강심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 '놀러와'에 가서 하지 그랬냐는 김영철의 말에 그곳에서는 불러주지 않아서라는 말은 솔직함이 주는 재치였지요. 사투리와 표준어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리지는 꿈이 아나운서였다며 가상의 아나운서를 보여주며 빵 터트렸지요.

"안녕하십니까. SBS 뉴스앵커 박수영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흐하하하항"


학창시절 방송 반 활동도 하고 제법 공부도 잘 했다는 그녀는 자신의 꿈인 아나운서가 아닌 아이돌이 된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아나운서 역을 해보였는데 첫 번째 소식을 자신의 시원한 웃음소리로 장식해 아나운서가 아닌 아이돌이 된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주게 했어요.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리지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 달리 그 솔직함 속에서 나오는 엉뚱함이 장점으로 다가오지요. 하늘같은 자신이 이야기 하듯 선생님이라 불러도 좋을 대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능숙하게 강호동과 대화를 나누고 그의 과거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주는 예능소녀다웠어요.

10년 전 부산 마트 행사장에서 강호동을 봤다는 리지는 그렇기에 유재석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강호동에게는 자연스럽게 아저씨라는 표현을 하게 된다고 말하네요. 대형마트이니 어떤 곳인지는 대충 이해되고 마트 앞에서 사회를 보는 국민 MC 강호동의 모습이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 상황을 기억해내 이야기하는 리지의 말이 재미있었던 거죠.

아쉽게 사인을 받지 못했다는 말에 수줍어서 그랬나 해서 "용기내서 사인을 받지 그랬냐"는 강호동에게 "용기도 없었고 시간도 없어서"라는 리지의 말은 강호동을 K.O시키기 부족함이 없었어요. 너무 친근해서 아저씨라는 말을 쓴다고 하자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은 오빠라는 말에 "오빠! 호동이 오빠"라고 부르는 리지는 예능 감 충만 이었어요.

할 말 다하고 알아서 "죄송합니다"로 마무리 하는 리지에게 강호동이 "보통 아닌 거 알아요?"라고 묻자 여기저기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서 너무 막말을 한 거 같아 죄송하다는 리지는 강심장에서도 공인받은 예능소녀가 되어버렸어요. 천하의 강호동을 쥐락펴락하던 리지는 함께 출연한 류시원에게도 "10년 전과 똑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며 한 방에 보내버리는 솔직 예능으로 큰 웃음을 줬네요.

사전에 준비된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베이비복수의 안무를 해보라는 말에 자신만의 해석으로 안무를 하는 모습에 원조 베이비복스 희진이 당황할 수밖에는 없고 재도전해서 최대한 리지처럼 깜찍하게 보이려는 노력은 바로 강심장에서 보인 '리지 효과'이겠죠.

신동과 조정린, 리지가 구성한 '오래된 캬라멜'은 그동안 '오렌지 카라멜'을 패러디한 그 누구보다 흥미로운 조합이었어요. 초등학생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오카를 흉내 낸 신동의 묵직한 'X-라지'는 엽기보다는 귀여움이었지요. 오카 패러디까지 이어진 오늘 강심장은 리지를 위한 리지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네요.

여러 아이돌들이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려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예능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쉬운 게 아니에요. 워낙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최고가 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환경 속에서 솔직한 모습으로 강호동을 만족시킨 리지의 앞으로의 활약이 무척이나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