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6. 16:48

망치폭행사건, 대중문화계는 막장인가?

대중문화 전반에 빨간 등이 껴졌네요. 연일 이어지는 연예인들의 논란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뮤지컬 공연 기획사 대표가 배우를 대낮에 망치로 머리를 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밀린 임금 200여만 원을 달라는 그에게 망치를 휘두른 기획사 대표는 인면수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었네요.

막장으로 가는 세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다름 아닌 서울 도심 유명 건물에서 대낮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상황에서 밀린 임금 225만 원을 달라는 배우를 불러내 준비해 간 망치로 머리와 어깨 등을 무차별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네요. 만약 지나던 시민이 망치를 빼앗고 말리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살인사건으로 번질 수밖에 없던 사건이었네요.

'라인컬처' 공동 대표인 김모씨가 지난 6~8월 공연되었던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던 피해자를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네요. 이주노, 유키스 신수현, 애프터스쿨의 정아 등이 출연했던 뮤지컬이었어요. 당시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등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기에 더욱 당혹스럽기까지 하네요.

문제는 '라인컬처'가 최근 배우들에게 급여를 지불하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공연이라는 것이 쪽박 아니면 대박일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의 개런티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해왔다는 것은 기획사의 문제일 수밖에는 없겠죠.

유명 연예인도 아닌 뮤지컬 전문배우가 최근 둘째 자녀를 출산하게 되어 돈이 급하게 필요하게 되어 밀린 임금을 요구했다고 하네요. 엄청난 금액도 아닌 225만 원이라는 어찌 보면 결코 클 수 없는 돈을 재촉했다는 이유로 망치로 두들겨 맞아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회사에 입사해 고정된 월급을 받는 이도 아니고 공연을 해서 출연료로 살아가는 배우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은 것도 잘못이지만 밀린 임금을 달라는 배우를 망치로 팰 정도라면 대중 문화계도 썩을 대로 썩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네요.

상대적으로 대중음악계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문화를 펼치고 있다며 우월한 지위를 이야기하던 그들이 시정잡배들도 하기 힘든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네요. 모든 대중 문화계 종사자들이 '라인컬처'대표처럼 범죄성향의 인물은 아닐 거에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고 관객들과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인물 하나로 대중 문화계 전체가 도매 급으로 넘어가서는 안 되겠지만 타격을 받을 수밖에는 없을 듯하네요.

더욱 신정환의 도박 외유와 도피에 이은 MC 몽의 병역 비리 논란, 권상우 파렴치 사건, 비 논란 등 끊임이 없는 연예계로 대중들의 시선이 차갑게 돌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뮤지컬 배우에게 가해진 살인미수 사건은 충격 그 이상이 아닐 수 없네요.

'라인컬처'가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뮤지컬 시장으로 데려와 어느 정도의 성공을 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더욱 무분별한 스타 마케팅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증이 덜 된 스타들을 뮤지컬 무대에 세운 다는 것은 뮤지컬의 발전보다는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박칼린이 이야기를 하듯 검증이 안 된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은 중요하고 당연하지요.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검증도 안 된 대중 스타들을 얼굴 마담으로 올려서 티켓이나 파는 행위는 그저 장사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지요.

대중문화가 예술만을 하는 곳은 아니지요. 다양한 형태의 문화들이 펼쳐지고 어울리는 자리에서 장사꾼들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장사꾼들의 장사 수완이 가끔씩 대단한 성과를 올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장사를 하고 떠난 그들로 인해 황폐해져가는 상황은 마치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폐허가 되어버리고 말 뿐이지요.

능력도 안 되는 스타들을 연극 무대 위에 올리며 장사에 집중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들로 인해 반짝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연극에 대한 저변 확대가 이뤄졌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없어요. 뮤지컬 역시 동일한 이치이지요. 능력이 된다면 누가 나와도 상관은 없지만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이 무대에 올라서는 일은 스스로 뮤지컬 시장을 붕괴시킬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거에요.

'라인컬처'는 과연 그들이 뮤지컬 시장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원했던 건가요? 유명 연예인들을 공연 무대에 올려서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들에게도 뮤지컬 전문 배우에게 했던 것처럼 했던가요? 누군가에게 225만원은 하룻밤 술값 정도밖에는 안 될지도 모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 금액은 생명과도 같은 돈이기도 하지요.

능력도 안 되고 실력도 안 되는 이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에게 망치를 들이대는 현실이 암담하고 무섭기만 하네요. 자신이 고생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고 백주대낮에 망치로 머리를 맞아야 하나요?

출동한 경찰의 어설픈 대응과 함께 뻔뻔하기만 한 '라인컬처' 대표는 법의 심판을 엄중하게 받아야만 할 거에요. 임금보장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아 부으며 살아가는 공연 배우들을 이대로 방치한 다면 더한 일들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에요.

관련부서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약한 환경에서 고생만 하는 배우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만 할 거에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번다는 이야기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고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망치를 두들겨 맞는 현실이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모습이라는 처참하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