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1. 09:06

내딸 서영이 김혜옥의 이혼선언에 응원을 보내는 이유

서영이의 이혼에 이어 지선까지 이혼을 선언했습니다. 노년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나이에 이혼을 선택한 지선의 마음에 격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혼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는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설날 3년 만에 집을 찾은 서영과 그런 서영을 환하게 맞이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편안한 가족의 정이 낯설기만 한 서영은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고는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서영이에게 그 공간은 애증과 같았습니다.

 

지선의 이혼, 그녀의 당당함에 응원을 보낸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지선에게 마술사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드럼 학원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마술사는 마치 자신을 들여다보듯 지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습니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의지가 되어주었던 서영이가 떠나고 더욱 외로워진 지선에게 마술사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술사와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이 결국 지선을 궁지에 몰아넣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래도 남편을 의지했습니다. 최소한 남편만은 자신에게 큰 의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경찰차 안에서 지선은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 말이지요.

 

지선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서영에게 연락을 취한 기범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자신과 회사의 체면을 앞세운 그의 행동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철저하게 의도된 상황에 몰려 간통범이 되어버린 지선은 남편에게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믿지 않더라도 남편만은 믿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위너스 사모라는 사실을 밝혔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했던 남편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영이를 부른 남편 강기범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더욱 이 모든 문제가 회사에서 벌어진 문제로 인해 불거진 악의적인 협박이라는 사실은 그들을 더욱 경악스럽게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 사장이 의도적으로 지선에게 접근해 간통범으로 몰아 거액을 뜯어내려 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부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없이 오직 자신과 회사의 체면만 생각하는 기범에게 지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는 없었습니다. 결혼부터 철저하게 목적을 가지고 했던 삶이 행복할 수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성공을 위해 그 밑받침이 필요했고, 그 역할이 바로 지선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사랑 없이 시작된 결혼에서 사랑을 찾기는 지선의 가족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선을 전혀 믿지 않는 기범에게 사랑이나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부인에게 여자 티를 내냐고 꾸짖는 그에게 정이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믿고 안 믿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그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상황에서 함께 하는 삶이란 무의미했으니 말입니다.

 

서영이에게도 기범의 행동은 처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소한 자신을 더 이상 며느리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집안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을 불렀고, 그런 그의 행동도 당혹스럽지만 그저 돈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내려는 기범의 행동에 서영이 힘이 빠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아침 일찍 가족들을 불러놓고 지선은 이혼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안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 서영이를 통해 고소를 하겠다고 발언한 지선의 통보는 강렬했습니다.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가족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지선의 가족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가장의 권위만 앞세운 채 자신의 가치관만 주입시키는 가족에게 서로를 챙겨줄 수 있는 정이란 힘들 수밖에 없지요. 아무리 서로의 정이 없다고 해도 위기 상황에서는 가족의 힘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기범에게는 그런 상황조차도 무의미했다는 점에서 지선의 이혼 선언은 당연했고,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대립관계 속에서 아버지를 부정한 채 힘겨운 결혼 생활을 해야 했던 서영은 상우의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합니다. 설날 집을 찾은 서영이 제사를 지내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 격한 감정으로 집을 나서는 서영이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그런 서영이를 잡지 말라는 삼재에게는 딸의 변화가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자신이 잘만 했다면 고통과 아픔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착하고 똑똑한 딸 서영이. 그렇게 힘들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된 서영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삼재에게 서영이의 이런 작은 변화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오피스텔로 향하던 서영은 자신을 기다리던 우재와 함께 둘 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게 됩니다. 가족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서영이 뿐이라는 사실과 그런 우재를 통해 아버지를 기억하게 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달고나를 하고 있는 우재의 등을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을 위해 달고나를 해주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 서영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정이를 통해 아버지의 통장과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삼재의 변화된 삶을 보면서 서영이의 마음도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요했습니다. 지선을 협박한 그들의 잘못을 밝혀낸 서영이로 인해 모든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지선을 협박한 안 사장을 용서하는 우재에게도 삼재는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서영이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IMF때 짤리며 미안하다는 소리 한 번 없었던 사장에 대한 아쉬움을 기억한 우재의 배려는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잔인한 방식이 아닌, 배려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 우재의 행동은 결국 서영이의 마음을 변하게 하는데 한 몫 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한 번도 살지 못했던 서영이와 지선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모두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살아야 했던 그들이 이혼을 통해 새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이혼을 장려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잘못된 결혼이라면 이혼이 답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서로를 위하고 믿는 관계가 아니라면 결혼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이라는 관계는 무의미해지니 말입니다.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힘겨울 때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 믿음과 배려 없는 가족이라는 무의미한 형식적인 가족일 뿐이니 말입니다.

 

설날 아침 큰 집에 덜러 혼자 남은 기범은 도우미 아주머니도 없는 빈 집에서 홀로 식사를 합니다. 과거 자신이 추하다고 생각했던 부인 지선처럼 큰 양푼에 밥과 반찬을 부어 즉석에서 만든 비빔밥을 먹는 처량한 모습은 바로 믿음과 배려가 없는 가장의 현실입니다. 돈만 많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식의 기범의 가치관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이유가 되니 말입니다.

 

상우의 휴대폰 속의 가족사진을 보며 행복해하던 서영은 우연히 미경이 상우와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영이는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아픔과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과감하게 황혼 이혼을 선택한 지선에게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믿음과 배려가 없는 가족은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혼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지선의 이혼선언은 시청자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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