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5. 07:21

그겨울 송혜교 숨 막히는 연기 시각장애인 연기의 기본을 세웠다

노희경 작가가 새롭게 재창조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매력적입니다.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기본 틀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재미는 대단합니다. 거칠지만 너무나 매려적인 남자 오수를 보여주는 조인성은 여전히 최고였습니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실제 시각장애인들과 만나 관찰하고 이야기하며 얻은 경험이 그대로 연기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손동작 하나 눈빛 하나만으로도 연기의 가치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송혜교의 숨 막히는 연기는 시청자들마저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조인성의 매력과 송혜교의 마력이 하나가 된 그 겨울

 

 

 

 

지하철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자신을 밀어달라는 영이와 그런 그녀를 붙잡는 수는 지독한 운명처럼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죽고 싶어 하는 여자와 살고 싶어 하는 남자가 만나며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수에게 경계를 하는 왕 비서와 영이의 약혼자인 이명호는 그가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집중합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수에게 피엘그룹의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없다는 이들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유전자 확인에 까지 나서게 됩니다.

 

진짜 수가 되기 위해 자료들을 분석하고 이를 자기화하는데 집중했던 가짜 수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액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수에게 이런 행위는 엄청난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의 면도기를 통해 유전자 확인을 하려는 이명호에게 맞서 그들의 선택은 단순하고 명쾌했습니다. 희주의 여동생인 희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만회하려는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진짜 수의 면도기를 찾아 증거물을 바꾸면 유전자 조사를 해도 수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수가 살던 옥탑방은 새로운 공사에 들어가고 수거된 쓰레기를 뒤져 문제의 면도기를 찾는 희선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일진 출신의 희선이 수의 작전에 참여하고 이를 돕는 역할을 수행하며 혼자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들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재미있으니 말입니다.

 

수를 의심하는 것은 왕 비서와 이명호만은 아니었습니다. 영이가 근본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오빠인 수를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수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이 울고 있을 때마다 자신을 위로해주던 물건을 가져오라는 영이의 요구는 불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학습을 해도 영이와 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비밀까지 수가 알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믿고 싶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영이가 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그런 영이의 의심을 풀어내기 위해 수가 선택한 것은 자신의 방법대로 영이의 의심을 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수와 영이의 외출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남매간의 외출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것이 없지만, 친남매가 아닌 그들이 보인 외출은 그저 외출이 아닌 그들의 첫 데이트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을 죽여주면 모든 재산을 수에게 주겠다는 유서를 써주겠다는 영이. 그런 영이의 발언이 그저 자신을 떠보려는 행위 정도로만 생각하는 수. 그런 그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백허그를 해주며 음악을 그대로 느껴보라는 수와 그런 행동에 불안해하며 떠는 영이의 모습은 낯설게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선물을 하기 위해 사격을 하는 수.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수와 그런 수의 행동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영이의 모습은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볼 수는 없지만 사격을 해보겠다는 영이를 위해 조준은 자신이 하고 영이는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해서 한 번에 풍경을 따낸 둘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던 이들이 서로 힘을 합하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둘의 사랑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한 겨울 물풍선 맞추기에 나선 이들이 생뚱맞기만 하지만, 물에 흠뻑 젖은 수의 얼굴을 닦아주는 영이. 어린 시절 오빠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영이의 모습은 차가운 수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늦게 어디론가 향하는 영이를 뒤쫓아 간 수는 수목원 안 비밀의 방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 곳에는 어린 수와 영이의 사진과 함께 추억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들이 즐비했습니다. 바로 그곳은 두 아이의 엄마가 만들어 놓았던 비밀의 방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일상을 녹화해 영상일기를 만들고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추억하기 위한 비밀의 방은 이제 영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에게는 낯선 그 공간에서 어린 시절의 그들 모습을 바라보는 수의 모습은 오묘함이 가득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수에게 그 영상들은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모두 담겨 있는 영상일기를 보는 수에게 그 일기는 단순히 일기 이상이었습니다. 영이의 아픔과 영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소이니 말입니다.

 

수의 유전자 검사를 하려는 명호와 이를 막기 위해 작전을 세운 진성과 희선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서류 봉투를 바꿔치기해 조작에 나서려던 희선은 작전에 실패하게 되고 유전자 검사는 그렇게 실체를 드러내는 결과로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물론 이후 작전을 통해 유전자 검사 결과가 현재의 수가 진짜 피엘그룹 후계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되겠지만 말이지요.

 

아름다운 영상과 탄탄한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배우들의 열연이 하나가 되니 명품 드라마가 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조인성의 8년 만의 귀환이 이렇게 반가운 것도 그가 연일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인성이 이제서야 시청자들을 찾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이니 말입니다.

 

사투리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정은지는 표준어 연기로도 충분히 연기돌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를 도우며 멀리서 짝사랑하는 그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니 말입니다. 초반 분위기를 압도하는 있는 것은 역시 송혜교입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 그녀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더욱 완벽하게 해주는 시선처리나 작은 손동작 하나가 명품 연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송혜교의 연기력은 놀랍습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송혜교로 인해 시각장애인 연기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 지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송혜교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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