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4. 07:02

남자의 자격 폐지 공감대 잃고 시청자들 떠난 예능의 현실은 씁쓸하다

남자가 해야 할 101가지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시작했던 3, 40대 남성을 위한 버라이어티인 '남자의 자격'은 3년 만에 폐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언론에 노출된 이상 폐지를 되돌리기는 힘들 듯합니다. 

 

소재고갈과 시청률 부진에 빠진 남격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보다는 이 시점에서 그만두는 것이 정답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은 현명해보입니다. 방송사에서 바라본 모습이 시청자들이 느끼는 한계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시작부터 한정된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종영이 될 수밖에 없는 예능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이 떠난 예능의 끝은 씁쓸하다 

 

 

 

이경규가 이끄는 예능으로 많은 애착을 보이기도 했던 남격이 폐지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경규 자신입니다. '힐링 캠프'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이경규로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자마자, 남격이 폐지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남자의 자격은 한때 최고의 주가를 받았던 예능이었습니다. 그동안 주류에서 밀려나야 했던 중년 남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으니 말입니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돈 벌기에만 급급했던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위한 예능은 하나의 힐링과도 같았으니 말입니다. 

 

3, 40대 남성들을 위한 예능이라는 점에서 초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예능의 발견은 하나의 현상이 되었고, 예능 늦깎이인 김태원을 본격적으로 예능의 일원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다양한 도전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행복해했습니다.

 

그저 돈벌어다주는 기계 정도로 취급받던 아버지들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은 때로는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직업 체험과 취미들을 경험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좌중우돌하며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의외의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이경규라는 백전노장에 예능 초보에 가까운 이들이 함께 하는 과정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예능이 일상적이지 않아 오히려 신선했던 남격은 그 날 것 같은 이들의 행보가 흥미롭고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예능에 익숙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들이 내세운 버킷리스트는 당연히 한계를 가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우주여행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나오지 않는 한 현재의 틀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더욱 다양한 도전을 하기에는 너무 큰 한계를 가졌던 그들로서는 큰 도약을 이끌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남격 합창단'은 처음에는 많은 관심을 받고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합창대회는 식상함으로 다가와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습니다. 매번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식이 몇 달 동안 지속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이탈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예능 자체가 익숙하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던 이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지면서부터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그들의 도전 과제도 신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익숙해져버린 출연자들로 인해 그들에게는 더 이상 특별하거나 재미있는 그 무언가를 던져주지는 못했습니다. 초기 멤버들에서 조금씩 새로운 멤버들이 보충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도 했지만, 새롭게 들어온 이들 역시 큰 역할을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기존 멤버 중 하나는 마약 관련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이어 해당 피디가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피디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그들에게 시청자들이 조금씩 떠나가는 것은 당연했으니 말입니다. 더욱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던 최근 방송은 그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윤형빈과 정경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려된 특집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고가의 결혼 선물을 하는 과정이 남격의 재미라고 시청자들은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는 같은 멤버에게 축하 선물을 해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걸 굳이 예능으로 만들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 특집이 철퇴를 맞은 것은 당연했지만, 그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격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특별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던 그들이 반전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습니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예능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그런 예능의 끝은 하나 밖에는 없는게 현실입니다.

 

남격을 처음 만들었던 피디가 케이블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시작된 부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도약을 만들지 못한 그들이 현상유지를 하기에는 상대 방송의 반격이 너무 힘겹기만 했습니다. 매번 실패만 하던 MBC가 '아빠, 어디가'로 반격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동시간대 강력한 존재가 등장한 상황에서 새로운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남격으로서는 이번 폐지 논란은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아직 멤버들이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말로 폐지 논란이 앞서나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시청자들의 사랑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예능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에는 포맷 자체가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왕성한 활동을 준비하던 이경규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일 듯합니다. 지난 해 가장 화려하게 활동을 한 그로서는 일자리 하나를 잃게 되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도약이 필요할 듯합니다. KBS의 일요 예능이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남격의 폐지는 '1박2일'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이 떠난 예능의 마지막은 언제나 이런 씁쓸함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수습을 하고 생명을 연장하기에 분명한 한계를 보인 남격의 현실은 폐지라는 단어와 익숙해져야만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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