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7. 10:24

김구라, 뜨거운 형제들 망치는 주범이다

MBC 일밤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뜨거운 형제들'은 의외의 선전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비록 두 자리 수를 넘어 일요일 예능 시간대 최강자가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마니아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이후 언제든지 최고를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주고 있죠.

김구라 이기적인 행동이 뜨형을 망친다




처음 접한 그들의 조합은 과연 이들로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였어요. 박명수와 김구라 조합은 누가 봐도 최악일 수밖에는 없었죠. 더욱 동갑끼리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가장 서먹한 사이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조금 성향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악마 캐릭터의 충돌은 재미를 줄 수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도 있어요.

영화 '아바타'를 응용한 아바타 소개팅은 시작과 함께 장안의 화제가 되었어요. 조종하는 자와 조종당하는 자 사이에 나올 수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들은 당연히 웃음 포인트로 다가왔고 그런 웃음들은 즉각적이고 직설적이어 더욱 재미있었어요.

감동과 의미를 생각해야 하는 다른 예능 방송과는 달리 오직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에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들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지요. 여기에 소개팅을 하러 나온 일반인들의 외모가 방송 후 연일 화제가 되며 연예인이 되기도 하는 상황들은 '뜨형'을 더욱 이슈가 되도록 했어요.

이런 외부적인 이슈들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출연진들의 문제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네요. 큰형인 탁재훈은 아바타에서는 어느 정도의 재미를 던져주기는 하지만 그 외 상황에서는 모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어요. 여기에 한상진의 한계는 지속적인 논란으로 남아있지요.

초창기 멤버였던 노유민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계속 겉돌기만 하다가 하차를 가장한 강제 탈퇴를 당하며 주말 버라이어티가 만만한 공간이 아님을 보여주었죠.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개그맨 박휘순이 타깃이 된 듯하네요. 한상진의 여전한 적응기와 함께 개그맨이면서도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박휘순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인 것만은 사실이지요.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박휘순 장가보내기'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한없는 마이너스 요소만 있었어요. 의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스스로 리얼이라 강조함으로서 과연 그를 좋아할 수 있는 여자가 과연 있기나 할까란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아바타와 소개팅이라는 한계에서 새롭게 시도한 '움직이는 집'은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티브로 한 이 특별한 시도는 순환선인 2호선에 특별하게 제작한 집을 두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순환선인 2호선을 통해 집을 나서면 집을 찾아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재미를 던져주었죠. 미션이 끝날 즈음 제작진들은 박휘순을 납치 아닌 납치로 감금하고 형제들에게 그를 찾도록 유도하며 새로운 반전을 준비했지요.

하지만 이런 반전은 멤버들의 박휘순에 대한 비난이 더해지며 최악으로 치닫기만 했어요. 미션 수행에서도 재미를 떠나 자신 마음대로 미션을 클리어하기만 하는 김구라는 노골적으로 박휘순을 비하하고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다른 이들의 모습이 장난 반 진담 반이었다면 김구라는 뿌리 깊은 불신이 그대로 드러나며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어요.

호텔에 누워있는 박휘순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마시던 생수병의 물을 얼굴에 뿌리며 화를 내는 김구라의 모습은 최악일 수밖에는 없었죠. 이를 재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변태로 보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감히 "너 같은 놈이 나를 가지고 놀아"라고 말을 하듯 행동하는 김구라로 인해 '뜨형'의 재미는 반감되고 최악의 특집이 되고 말았어요.

김구라의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그의 캐릭터는 '뜨형'에서는 최악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큰형이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탁재훈은 전체를 아우르거나 이끌지 못하고 있고, 비슷한 성향의 박명수와는 견원지간처럼 서로 충돌하지 않으려고 노력만 할 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만만한 박휘순이 타깃이 되고 그런 형들이 놀림과 왕따는 동생들에게도 전염이 되어 모든 형제들이 박휘순을 따돌리고 폄하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이런 상황이 더 지속이 된다면 시청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뜨형'을 외면하는 이유가 될거에요.

방송 콘셉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리얼하고 노골적인 그들의 모습은 예능에서 지양해야만 하는 악행을 웃음으로 포장해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네요. 충분히 새로운 재미와 경쟁 예능 방송과 대적해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방식보다는 한명을 왕따 시키며 가학적인 즐거움을 찾는 그 중심에는 김구라가 있고 그로 인해 '뜨형'은 자멸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