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30. 10:13

장기하 음원가격 평균 976원보다 41%가 선택한 무료 다운로드가 중요한 이유

장기하가 자신의 앨범을 소비자 스스로 가격을 책정해 다운로드 받는 프로젝트를 시도했습니다. 현대카드뮤직 측이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한  '백지수표 프로젝트'의 결과는 현재의 음원시장에 많은 것을 시사했습니다. 

 

음악에 매겨지는 가격이 과연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는 흥미롭습니다. 현재 정해져 있는 가격이 정말 합리적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했습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소비자만이 아니라 가수와 제작자들 모두 큰 관심이었습니다.

 

현대카드뮤직과 장기하와 얼굴들이 함께 한 이번 프로젝트 결과는 의외성도 많았습니다. 가격을 정하지 않고 소비자가 알아서 비용을 내는 방식은 최초는 아닙니다. 라디오헤드가 2007년 7집 '인 레인보스'를 공개하며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라디오헤드의 실험은 한 달간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료 다운로드를 선택한 이들은 38%였고, 그들의 평균 지불액은 6달러였다고 합니다. 이 실험으로 음원은 100만장을, CD 음반은 175만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평가한 가격도 적지 않았고, 음원이나 음반 모두 만족할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실험이었습니다.

 

라디오헤드의 성공적인 실험 이후에 프린스도 음반은 공짜로 하고 공연만 돈을 받겠다며 영국에서 25만 파운드어치 앨범을 공짜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라디오헤드나 프린스는 세계적인 스타라는 점에서 이런 실험도 가능했지만, 다른 이들의 경우 이런 실험은 성공적일 수 없었습니다. 유명 스타들은 소비자들이 후한 가격으로 소비를 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무료 다운로드만 할 뿐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꺼려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이튠즈의 최신곡 1곡에 1.29달러(약 1454원)을 책정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 600원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음원 유통은 쉽지 않습니다.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원을 판매하는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시장 정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하의 실험은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카드뮤직 측에 따르면 장기하와 얼굴들 '좋다 말았네' 음원은 3월29일 오후2시부터 4월28일 자정까지 총 3,666명이 다운로드 받았다고 합니다. 음원 총 판매금액은 3,579,464원으로 집계됐다고 음원의 평균 구매가격은 976원(상세 가격 976.2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음원을 구입한 사람들 중 약 41%는 해당 음원을 0원에 다운로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난 소비자들의 평균 구매가 976원은 음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패키지 상품으로 묶여 판매되는 곡들이 곡당 채 100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신곡이 9배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료로 다운 받은 사람들이 절반에 가까운 41%였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음원 가격과 판매 방식에 대한 얘기가 많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이 얼마인 지 들어보고 싶어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막상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보니 다운로드하는 과정이 스트리밍 보다 번거롭다고 느꼈다. 무제한 스트리밍 방식을 찾는 소비자를 탓할 수도 없음을 느꼈다"

 

장기하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점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다운로드 과정이 스트리밍보다 번거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비자를 마냥 탓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규 회원가입과 단곡 결제 등에 따른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불구, 3,666명의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특히 976원이라는 가격에는 불합리한 음원유통 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본다"

현대카드뮤직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불합리한 음원유통 구조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976원이라는 가격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현재의 가격과는 큰 차이가 있는 1000원에 가까운 금액이라는 점이지요.

 

현대 측에서는 이번 실험을 통해 현재의 음원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실험 대상이 마니아가 많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현재의 모든 음악 시장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의 대상으로 삼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기 때문입니다.

 

라디오헤드와 프린스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유명 스타들은 소비자가 평가하도록 해도 성공할 수 있지만 이런 실험이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도 그들의 실험은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아닌 다른 이들이었다면 결과 역시 전혀 다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는 큰 힘을 가지기 힘들 듯합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원가격이 평균 976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현재의 음원 가격을 아이튠즈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린다는 발상은 문제가 될 겁니다. 1400원이 넘는 아이튠즈와 국내에서의 600원 사이에 있는 장기하의 이번 음원은 그저 하나의 실험일 뿐 음원 시장의 가격을 다시 책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40%가 넘는 소비자가 무료로 다운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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