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들의 여행은 '1박2일'의 여행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 방식에서 다른 거라면 아이들과 함께라는 것이 큰 차이이지요. 하지만 최근 게임들이 들어가고 그 과정을 통해 체험형 일들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1박2일'과 점점 닮아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버라이어티라면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1박2일 동안 여행하면서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라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빠 어디가' 역시 '1박2일'과의 유사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장수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듯합니다.
여수로 향한 여행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직접 물고기를 잡는 체험을 하는 이들은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좋은 추억들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바닷가와 섬 등에서 낚시대를 드리우며 고기를 낚으려는 그들에게 그 순간과 과정은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아버지들이 쉽게 시간을 내기 힘든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자신의 팔뚝보다 큰 숭어를 잡고 환호하던 민국이의 모습은 보기 좋았네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하는 낚시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숭어 잡이는 어린 민국에게는 큰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아빠 어디가'에서 가장 큰 형이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민국에게 이번 낚시는 중요한 변환점이 될 듯하네요. 어른들이 가는 새벽 아귀잡이에도 함께 할 정도로 민국에게 숭어잡이는 큰 변화의 시작으로 다가왔습니다.
성동일과 준이의 경우도 민국이네와 같이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하지 못한 낚시에 성공했습니다. 성동일이 아들에게 낚시를 가르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지만, 준이의 낚시대에 걸린 고기는 아빠를 머쓱하게 했습니다. 그 낚시대에 걸린 건 도다리였습니다. 묵직한 무게감이 고기가 걸린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줄이 엉킨 것은 아닌가 의심했던 준이는 도다리를 잡고 환호했네요.
준이보다는 아빠인 동일이 더욱 환호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성동일의 변화입니다. '아빠 어디가' 초반에 보여준 성동일은 무서운 아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집 안에서도 권위적인 그를 두려워하는 아들 준이는 모습은 안타깝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얻은 나이 차이도 많은 부자는 이른 나이에 아버지 없는 집에서 살았던 성동일에게 좋은 아버지 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빠 어디가'가 여행 버라이어티인 '1박2일'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바로 그곳에 있지요. 아버지와 아이들의 여행을 통해 가족의 정을 더욱 키운다는 점은 중요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가족 여행을 통해 많은 가치들을 담아낸다는 사실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 아버지들이 대부분 아이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는 중요했습니다.
윤민수의 경우도 자신의 아들이 잠든 자신을 보고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엄마 쟤 또 왔어"라는 말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지요. 그만큼 아버지들의 '아빠 어디가'는 중요했습니다. 은퇴 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송종국이 딸 지아와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요. 오히려 송종국과 지아의 관계가 여행 이후 조금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을 정도였습니다.
윤민수가 아들 후와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져 행복하다느 말은 방송들에서도 잘 보여주었지요. 이번 여행에서도 아들과 낚시를 하면서 좀 더 가까워진 그들은 방 안에 존재하는 거미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과정들은 재미있었지요. 아들보다 벌레를 더 무서워하는 민수가 아들을 시켜 거미를 잡으려는 모습과 아빠를 너무 닮아 벌레마저 싫어하는 후가 우는 장면까지 그들에게 그 모든 시간들은 결코 중요한 추억이었습니다.
식탐이 많은 물고기 도다리를 설명하면서 후가 바로 윤도다리라는 별명도 지어주며 즐거워하는 이들 부자에게 과거의 서먹함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그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었고,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를 느껴가는 과정은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 가치였지요.
아귀 잡이 배에 타는 후보들을 뽑는 인기투표에서 김성주가 0표를 얻으며 한계를 드러냈지만, 준이와 후 동갑내기가 서로 자신의 아버지를 적자는 합의를 하며 표를 나눠가지는 편법을 동원했지요. 이런 불법으로 인해 이들의 표는 무산이 되고, 결국 최다표를 얻은 민수가 열외가 되어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되어습니다.
안 가도 되는 상황에서 불법 투표는 결과적으로 모두를 아귀 배에 타는 이유로 만들었지요. 투표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 대한 단순하지만 명쾌한 교육은 중요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 '아빠 어디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의 장이었지요.
성동일은 함께 하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란 준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후와 같은 나이임에도 전혀 다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그런 아빠의 문제가 있을 겁니다. 스스로 아버지의 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살았던 성동일은 아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해주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준이와 여행 초기에는 아들을 방치하듯 하던 성동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다른 가족들의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중요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들 준이에게 눈싸움을 하다 눈을 깜박이고는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보며 아버지 성동일이 보여준 모습은 중요했습니다. 성동일이 준이에게 진짜 아버지 역할을 하기 시작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니 말이지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던 준이는 다른 이들과 대결에서 졌다는 사실이 분해 울었습니다. 그런 아들의 강한 승부욕이 결과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일은 어린 아들에게 자상한 아버지로서 역할에 충실해주었습니다.
과도한 승부욕을 못이겨 눈물을 흘린 아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는 성동일에게는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혹시나 아들이 그 상황을 통해 상처를 받고 잘못된 승부욕에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마저 감동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어린 아들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다독이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성동일의 모습은 '아빠 어디가'가 근본적으로 '1박2일'과 다른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거칠기만 했던 성동일을 진정한 아빠로 만들어주는 '아빠 어디가'는 어쩌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하기 힘든 그들을 통해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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