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4. 07:33

유재석의 명석함과 리지의 예능감이 런닝맨을 살렸다

유재석이 새롭게 시작한 '런닝맨'은 주목 받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하지만 기대만큼의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하자 다양한 비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지요. 등장과 함께 최고 혹은 최고와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도한 기대는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 수밖에는 없었어요.

뛰어야 하는 런닝맨, 잠시 사색을 하면 재미있어진다




'런닝맨'은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에서 날을 세면서 게임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기존의 고정 멤버에 매주 새로운 초대손님을 모셔 게임을 하는 방식은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바꿀 수 없는 뛰어야만 하는 게임의 한계이지요.

VJ와 함께 숨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자신만 숨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다는 이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바에는 없어요. 궁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헬멧에 출연자를 보여줄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그들이 게임을 하는 공간에 다양한 카메라를 설치해 그들이 최대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될 거에요.

철저하게 게임을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방식이 '런닝맨'의 속도감과 숨고 찾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VJ가 함께 하는 그들에게는 이런 극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자신만 숨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함께 다니는 VJ의 존재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지요.

VJ뿐 아니라 작가까지 함께 하는 상황은 출연진이 숨는다고 해도 대충 상대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침이 되기에 재미를 반감시킬 수밖에는 없었어요. 이런 한계를 유재석은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VJ를 활용해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해법을 보여주었어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힘들다면 유재석이 임기응변으로 대처한 이 방식도 뛰어야만 하는 그들의 게임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교였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재미를 이끌어내는 유재석은 역시 유재석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네요.

오늘 특별 손님은 장동민과 리지였어요. 이젠 중고참 개그맨이 된 장동민을 누르고 리지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예능 감이 도드라졌기 때문이지요. 19살이라는 아직 어린 나이에 두려움 없이 방송을 하는 그녀는 다양한 방송에서 자신의 재능을 선보인 것처럼 '런닝맨'에서 자신의 예능 감을 잘 보여주었어요.

게임 방식이 낯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쫓고 쫓기는 본능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끝말잇기에서 보여준 그녀의 능력은 승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했지요. 많게는 20살 이상의 차이가 나는 대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며 밉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녀는 역시 대단했어요.  

자신에게 예능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유재석에게는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연스럽다고 하며 나이를 명확하게 몰랐던 리지는 하하에게만 "오빠"라고 하며 다른 멤버들을 분노(?)하게 했어요. 리지의 기준은 '오빠'는 30살 미만이었고 그 위부터는 모두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었지요.

하하를 20대로 알았던 리지와 그런 리지의 잘못을 지적하며 불쾌해 하는 근육맨 김종국마저 웃게 만들었지요. 이런 엉뚱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리지는 SBS에 나와서 촬영지인 방송국 어느 곳이 익숙하냐는 질문에 "SBS는 많이 안 와봤고, KBS가 더 익숙하다"는 발언으로 모두를 웃게 했어요. 

이제는 익숙하기는 했지만 다른 방송국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경우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기도 하고 싶고 MC도 하고 싶다고 하던 리지는 또 다시 해서는 안 되는 타 방송을 거론했어요.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리지가 왜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어요.  

고정 멤버가 일곱 명이나 되지만 자기 몫을 다하는 멤버는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매번 새롭게 찾아오는 특별 손님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은 거대한 숫자가 하나의 게임을 하는 형식을 취하기에 각자의 몫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는 없게 되지요.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묻히는 존재들을 만들어낼 수밖에는 없어요.

'런닝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정 멤버를 현재보다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거에요. 분명 뛰어다니며 게임을 해야 하는 방송의 특징에 맞지 않는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하지요. 여기에 매번 이어지는 게임의 방식은 고정 멤버들에게는 익숙해진 방식이 되었어요.

고정 멤버들이 하이라이트인 게임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형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의미에요. 오늘 같은 경우 유재석이 일당백이 되어 재미를 이끌었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법이지요. 시청자와 출연진들을 모두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한 기획이 있어야 할 거에요.

술래잡기 하듯 행해지는 방식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추리를 통해 이를 풀어가며 누가 먼저 정답을 찾아내느냐는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런닝맨'을 더욱 의미 있고 재미있는 방송으로 만들 거에요. 무조건 뛰는 것이 아닌 잠시 쉬면서 함께 모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지요.

유재석의 일당백 능력이나 게스트로 출연한 리지의 예능 감을 매번 동일하게 요구할 수는 없어요. 그렇기에 평범한 방식은 더 이상 흥미를 유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거에요. 유재석 스스로 해법을 찾고 제시한 만큼 좀 더 발전하는 '런닝맨'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