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5. 06:25

이적, 선주문 2만장이 의미하는 것

국회에서 걸 그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은 아이돌 세상임이 분명하지요. 방송을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전성시대 이적의 새로운 음반이 선주문만 2만장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것이 많네요. 아이돌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다양함이 필요한 사회에 이적은 새로운 가치로 다가오네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이돌 전성시대에요. 뉴스에서 아이돌을 3초 가수로 폄하해도 그들의 영향력은 줄지 않고 일본시장까지 진출하며 이젠 국제적인 파괴력을 갖추게 되었어요. 아이돌 중에도 실력을 갖춘 이들이 있고 진짜 3초 가수에 걸 맞는 노래 부르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요.

아이돌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 벌기 위해 고도화되고 정교화 된 방식으로 전략을 사용하는 기획사들의 횡포에 놀아다는 일부 팬들과 방송들이 반성을 해야 하지요. 결속력이 좋은 팬덤들로 인해 결과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은 모두 아이돌 차지가 될 수밖에는 없어요.

'슈퍼스타 K'를 보면 대한민국의 아이돌 팬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골몰하는 방송의 습성도 엿볼 수가 있어요.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이들이 특정 세대에 집중되면서 드러나는 팬덤은 아이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에요. 배용준에 대한 일본의 극단적인 사랑은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꿈꾸게 해주기를 기대한 아줌마 그룹들의 열정적인 사랑이 만들어낸 현상이었죠.

팬덤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고 봐야겠지요. 국내에서는 아이돌 팬덤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지 누구나 자신의 세대를 뒤흔들 무언가가 있다면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아이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이들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만나고 싶다고들 하지요. 문제는 그런 노래 잘 하는 이들이 설 무대가 적어지고 그들이 내놓은 음악에 대한 관심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도 그들을 알릴 수 있는 음악무대는 모두 아이돌의 차지이고 음반 시장은 붕괴된 상황에서 음원마저도 아이돌 차지라는 것은 힘겨운 도전을 할 수밖에는 없지요.

좀처럼 자신들의 진가를 과거처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적의 등장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네요. 싱어 송 라이터인 이적은 패닉이란 남성 듀오로 시작해 긱스, 카니발까지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 자신의 음악성을 널리 알려주었어요.

주옥같은 노래들이 지속적으로 이적이라는 가수를 더욱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며 그의 신곡에 대한 요구와 열정은 많았었지요. 하지만 이적과 함께 '카니발'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동률이 프로젝트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로 돌아왔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요.

유사한 음악적 성향을 보이고 대중들이 보기에 비슷한 싱어 송 라이터인 그들은 김동률이 의외의 모습(음악성과 상관없는 대중들의 선호와 인기)을 보이며 이적 역시 그저 묻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했죠. 하지만 이적이나 김동률 같은 노래 잘하는 가수들에 대한 바람은 단순한 기대가 아닌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네요.

선주문만 2만장 가까이 들어오며 최근 DJ DOC가 기록한 5만장 판매 기록을 넘어 10만장도 예측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돌들이 3주 가수라면 이적과 같은 싱어 송 라이터들의 곡들은 스테디셀러로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드높이는 게 사실이죠.

언제 들어도 감미롭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가사들과의 조화는 멋질 수밖에는 없어요. 제대한 이후 방송에 나서기 시작한 성시경 등 발라드를 주로 율동 없는 노래로 팬들과 교감하던 이들의 귀환은 아이돌 전성시대 가장 강력한 라이벌들이 등장할 수 있음을 예고했네요.

아이돌 문화가 대세이니 그들을 몰아내고 다른 문화가 왔으면 좋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모든 장르들이 골고루 환영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중요한 것이지 하나의 장르가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야기할 뿐이에요.

문화는 다양성이 보장되고 그런 다양성이 풍성한 문화를 만들 수 있지요. 이적의 기지개와 함께 팬들의 호응은 다양한 문화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하네요. 물론 그들을 품고 방송할 수 있는 무대들이 여전히 협소한 상황이 아쉽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대중문화 전면에 나서며 열심히 활동한다면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고 그 실력은 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아이돌이 대세가 아니었듯 흐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에 노력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결과를 만들어내겠죠. 대중들의 기호는 언제든지 바뀔 수밖에는 없고 그런 흐름을 만드는 것이 트렌디 세터가 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