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0. 08:18

꽃보다 할배의 진짜 주인공이 할배들이 아닌 이서진인 이유

평균 연령 76세의 할배들의 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는 많은 사랑을 받는 국민 예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이들이 이 예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배들의 활약보다 주목을 받는 것은 이서진이었습니다. 

 

'꽃보다 할배'는 나영석 피디가 케이블로 직장을 옮기면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심만큼 나 피디의 이 작품은 시작 전부터 화제였고, 첫 방송부터 대단한 기록을 세우며 나 피디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스타들이 만드는 성공이 아니라 이제는 스타 피디가 성공을 이끄는 시대가 왔음을 나 피디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파리로 떠난 이들의 여정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걷는 것도 쉽지 않은 적지 않은 나이에 낯선 장소에서 편하지 않은 여행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이번 여행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릎이 아픈 백일섭은 한없이 걷기만 하는 이번 여행이 부담이었습니다. 얼마나 힘겨웠으면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준 장조림을 꺼내 던져버릴 정도였을지 이해가 갔습니다. 여행 후 주치의가 백일섭의 무릎이 상당히 부어 있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에게 한없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과정은 고역이었을 겁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가는 과정도 그들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소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쉬웠습니다. 엄청난 행렬의 인파들이 그 모든 것을 증명했으니 말입니다. 할배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었겠지만 이서진에게는 이 모든 것이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아무 것도 간섭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할배들이 아닌 서진이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였습니다.

 

티켓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진은 처음으로 버럭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자동 발매 티켓도 문제고 줄을 서는 것도 힘겨운 상황에서 방관하듯 바라만 보는 제작진들과 대선배들을 대신해야 하는 서진으로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티켓을 구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에서 티켓을 발급 받으려는 이들을 돕고 길 안내까지 하는 서진의 모습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새로운 모습들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저 도시적인 모습만 봐왔던 그에게 이런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이 있었을 줄은 몰랐으니 말입니다.

 

힘들게 들어간 베르사이유 궁전의 웅장함도 백일섭에게는 그저 마석 가구 거리와 다름없다는 말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런 반응도 가능하다는 사실과 백일섭이 팀의 막내라는 점에서 다른 형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하게 했습니다. 신구가 파리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이런 경험이 생전 마지막 이라는 말과 달리, 백일섭에게 다시 올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강한 신념이 그의 여유로운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듯했습니다.

 

파리 여행을 마치고 스트라부스로 향한 그들의 여행은 여전히 이서진의 분주함만 가득했습니다. 짐꾼으로 선택되어 여행에 합류한 그로서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이서진의 고통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차 역앞 30m 밖에 있는 렌트카 가게에서 역을 찾아가기 위해 정신없이 헤매는 서진의 모습은 그가 느끼는 고통과 아픔이 어느 정도인지 잘 드러난 모습이었습니다.

 

대 선배들인 할배를 데리고 사전에 계약한 호텔로 향한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렌터카를 운전하는 과정에서도 할배들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던 그는 자신이 예약한 호텔이 너무 비좁다보니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사진으로는 충분히 좋아 보였지만 실제 장소는 너무 비좁고 다른 투숙객들조차 찾기 힘든 그곳을 잡은 이서진은 좌불안석이었습니다.

 

 

많은 짐을 홀로 나르면서도 대선배들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 숙소 바로 앞에서 제작진들이 짐을 옮기도록 하는 배려에서도 이서진의 진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아버지뻘인 대선배들을 모시고 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형이 중간 중간 선보인 장면은 대단했습니다. 드라마 출연 중인 그는 여행지에서도 틈만 나면 대본을 숙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본에 집중하며 철저하게 분석하는 그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여기에 7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탄탄한 몸을 유지하는 박근형의 모습은 최고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한 체조에 이어 복근 단련을 하는 박근형은 자신의 몸을 가꾸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형은 신구를 대하는 근형의 모습 역시 대단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저 시크하게 타박을 하는 듯했지만, 형 구야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근형은 마음이 한없이 따뜻한 인물이었습니다. 뭔가를 자주 잊는 구야형을 타박하는 듯하지만 너무 친해 자연스럽게 하는 애정의 표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고생하는 서진에게 즉석 미팅을 주선하기도 하는 박근형의 모습은 최강이었습니다. 

 

 

서진에 대한 사랑은 구야형의 적극적인 행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함께 하는 자리에서 구야형은 자신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진에게 조각같이 잘 생겼다는 말과 함께 볼 뽀뽀를 하는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신구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존재감은 바로 이서진이었습니다.

 

이서진이 '꽃보다 할배'의 진짜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까지 방송된 내용만 봐도 충분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할배들이 중심이고 영원히 할배들을 위한 방송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이서진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제작진들 역시 이서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그에게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이서진의 분량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까지 보여진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이서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서진의 맹활약도 흥미롭지만 결국 이 여행 버라이어티의 중심은 할배라는 점에서 뭔가 변화도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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