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5. 15:14

이승기 날개벽화 삭제된 이유가 씁쓸하다

이승기가 '1박2일 서울특집'에서 미션 수행하며 나왔던 천사 날개가 사라졌다는 소식이네요. 날개가 갑자기 생명을 얻어 하늘로 날아갔을 리는 없고 그림을 그린 이가 어쩔 수 없이 지워야 했는데 그 이유가 무척 씁쓸하기만 하네요. 작가정신으로 공공미술을 그려왔던 그가 자신의 작품을 지우며 느꼈을 안타까움은 그 누구보다 컸겠지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는 야만적이다




지난 주 방송되었던 '1박2일 서울특집'은 서울에 과연 이런 멋진 공간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경함으로 다가왔어요. 종로야 술집과 극장, 커피숍 정도만 익히던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멋진 광경은 왜 미쳐 그런 곳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이 들었어요.

먹을거리와 볼거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공공미술을 통해 잊혀진 골목이 활기를 되찾은 모습들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멋진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었어요. 그런 멋진 공간에서 그들이 보여준 사람 사는 냄새와 낯선 외국인들과 활기차게 하나 되는 모습들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지요.

많은 이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벽에 그려진 천사 날개였어요. 관심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미 직접 이승기처럼 사진도 찍은 이들도 많았겠지만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죠. 더욱 이승기가 직접 그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대단한 유명세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어요.

아마 가까운 일본이나 아시아권에 '1박2일'이 알려진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필수 코스로 삼을 정도로 의미 있는 장소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나간 후 그곳은 장사진을 이뤘다고 하네요. 길게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고도 하네요.

방송이 나간 후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연락을 해 훼손된 날개를 복원해 달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래서 작가는 그림을 다시 그리러 현장에 나섰고 그렇게 나선 현장에선 의외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처음 날개 그림을 그리러 갔을 때 자신에게 커피까지 타주던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그림을 지워줄 수는 없겠냐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충격이었을 거에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와 촬영을 하는 상황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그런 소란스러움을 조금은 참을 수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그림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혹스럽게 야밤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팬티 바람으로 날개 그림에서 사진을 찍으며 소란스럽게 떠들었다는 거에요.

재개발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낯선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황에 힘들어 한다는 것도 지워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되었다고 해요. 낡고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은 어린 아이에게 천사날개로 인해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슬프게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을 듯해요.

그렇게 작가는 새롭게 정성들여 그린 날개는 단 3일 만에 지웠다고 해요. 낡고 허름한 골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공공미술은 삭막한 도심을 화려하고 생명력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일이에요. 천사의 날개를 그린 것은 이를 보는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을 텐데 이로 인해 불편함과 좌절감을 주었다면 작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지요.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스위치 온)에 이화동 날개는 자기 자신에게 꿈과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고, 날개를 그린 후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시작점이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작가에게도 이화동 천사날개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런 특별한 날개를 지워야만 했던 작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함께 즐기며 서로 행복할 수 있는 공공미술에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타인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일부 시민의식이 결여된 이들로 인해 많은 이들은 특별한 공간을 잃고 말았어요. 누군가는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절망에 빠진 자신을 일으켜 세웠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는 날개가 달린 자신을 지금도 간직하며 힘들 때마다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죠.

나만을 위함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조금만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요. 조금만 배려할 수 있었다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이화동 날개는 사라지지 않고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 거에요. 배려심 없는 행동들 하나가 모두의 행복을 앗아가 버린 상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