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5. 08:03

아메바컬처 이센스 디스 대전보다 프라이머리의 촌철살인이 반가운 이유

이센스의 공격에 이어 개코가 맞디스를 통해 힙합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디스는 힙합 고유의 장점이자 가치라는 점에서 이센스와 개코의 힙합 전쟁은 그동안 주류 음악에서 밀려나 있던 힙합이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힙합 정신이 기존의 가치에 대한 부정을 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소외 받은 흑인들 사이에서 주류음악이 되었고, 그들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음악의 한 장르로 정착되었다는 점에서 힙합이 흥미로운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센스와 개코가 벌이는 디스는 힙합의 활성화를 위한 목적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감정들이 폭발해 시작된 디스라는 점에서 아름답게 다가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소속사였던 아메바컬처와 계약을 끝내고 그동안 쌓인 감정을 폭주하듯 풀어놓은 이센스로 인해 모든 이들은 과연 이센스와 개코, 그리고 아메바컬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힙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좋았겠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힙합보다는 그들이 터트리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들에 대한 호기심이 지배적입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 과연 힙합 부흥에 일조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습니다. 이센스의 디스 속에 힙합 정신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힙합 본연의 힘에 대한 갈구보다는 개코에 대한 미움과 비난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하니 말이지요.

 

논란이 된 이센스의 디스가 발표 된지 하루 만에 개코는 화답하는 디스 곡으로 대신했습니다. 그 안에는 이센스의 공격에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자신에게 공격을 가했던 이센스에게 던지는 개코의 공격은 이센스 이상으로 파격적이었습니다.

 

개코 'I Can Control You'

못된 형이 맘 떠난 동생한테 해주는 마지막 홍보  간만에 좀 커지겠지 매일 풀려있던 니 동공
팻힐리급은 되니깐 받아줄께 나는 알도  재 털어라 어제 흘린 술 묻은 티 좀 빨고

하루의 반을 잘 때 아낌없이 재능을 줬네  넌 열심히 하는 랩퍼 애들한테 대마초를 줬네
맨정신으로 만든 랩 반응봐 "이XX 약빨았네" 네이버 검색 고개 숙인 니 사진 봐 "약빨았네"
X 싸놓고 회사한테 치워보라는 식  참아준 형 배신하고 카톡으로 등 돌리는 식
한곡 부르고 목 쉬어서 항상 빡쳐있는 입  너의 냉소와 염세 때문에 지쳐있는 내 주변인들의 기분 때문에 한다고 인마  우리 땜빵으로 번 돈이 나보다 많아 인마  고상한 너에게 볼펜 살게
지렁이는 잘 돼야 미꾸라지 아님 뱀  랩대물이랑 만든 열번째 대박앨범 BAAAM
뱅뱅 종 울렸어 땡땡 안해도 되는 경기지만 간다 이 지저분한 엔터테인
선풍기랩 회전모드에 바람세기는 허풍  휩쓸리는 건 너같이 관심병 환자들뿐
암적인 존재 니 존재 자체가 독  아마 십년 후에도 프라이머리의 독이 니 대표곡
아니면 "아 개코 디스한 애"  "지 무덤 파고 몸뚱이 묻은 치명적인 실수한 애"  "별일 없어 은퇴한 애"
출두 전 질질 짤 때 해줬던 freehug  널 존중한 기억은 지웠어 법이 개입하기 전
용감함과 멍청함 이제 구분해라 돈만큼 말 좀 아껴  할 줄 아는 게 투정뿐인 무뇌야
병사 대 병사  웃기지 마라  i am the king 집에서 그냥 X뺑이 까라
니가 뭘해 놈팽이 니가 뭘해 창 없는 옥살이 하게 될거 야 내가 널 벌해
i am not a business man 내일 난 앉아 비지니스 클래스
난 꽤 바쁜 사람 go fXXX yourself  버릇처럼 넌 말했지 개코형이 내 롤모델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난 너의 롤모델  hiphop

개코는 이센스의 공격에 맞서 힙합으로 풀어냈습니다. 힙합으로 디스하고 그런 힙합에 맞춰 힙합으로 디스하는 이런 모습이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된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많은 이들의 주목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센스가 인신공격을 해왔고, 개코가 그에 걸 맞는 공격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개적인 디스의 핵심이 그저 서로를 인신공격하는 것이 전부인 상황은 긍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힙합 디스전이 공개화 되고 많은 이들에게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면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힙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단순한 인신공격은 잘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인신공격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열정 낭비와 함께 힙합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자마자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국민이 지켜보는 싸움구경이 정치판에만 있는 건 아니구나"

"페스티벌끼리 싸우는 꼴도 우습고 한심스러운데 음악 하는 동료끼리도 싸움질이네. 한쪽이 참으면 되는데 이겨보려고 화내 욕하고 미워하고..으이고 구경 한 번 잘했네!! 지금부터라도 피스"

 

논란이 커지자 자우림의 리더인 구태훈은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싸움구경이 정치판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그들의 힙합 대전을 단순한 싸움으로 인지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인신공격은 결과적으로 많은 대중들에게 이런 씁쓸한 싸움 정도 밖에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페스티벌이 장사가 되니 수많은 페스티벌이 생겨나며 서로 싸움을 하는 한심한 상황에 같은 동료끼리 싸움질을 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모습은 큰 공감을 불러왔습니다. 이겨보려고 화내고 욕하고 미워하는 현실에 대해 한심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쌈디, 프라이머리와 같이 가봐라. gay bar", "난 그 새끼 상자 벗기지? 걔는 울껄 병X"

 

스윙스의 공격적인 디스는 노골적으로 쌈디와 프라이머리를 함께 비아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극단적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모습은 재미있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이게 길어지게 되면 짜증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정치판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힐책하는 모습에 질린 대중들에게 이들의 싸움은 답답함으로 다가오니 말이지요.

 

"다들 부추기시는데 대화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 모르겠음. 참. 관심"


의도하지 않았지만 힙합대전에 휩싸인 프라이머리는 이런 상황을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힙합대전에 참여해 디스를 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은 안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서로를 공격하고 이를 통해 승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려는 이들의 행동은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 기관차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대화도 해보지 못한 이에게 디스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한 프라이머리가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글과 함께 디스라는 단어를 활용한 은유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들의 대결이 과연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프라이머리가 올린 사진 한 장은 촌철살인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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