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3. 06:09

이승철 해명과 추석특집 송포유 왜 시청자들은 불편해할까?

문제아들을 노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진 추석특집 '송포유'에 대한 평가는 환영보다는 비난이 더욱 많습니다. 문제아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꾸려 밝은 세상을 이야기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가해자를 미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높은 수위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들이 모여 있는 문제 학교를 대상으로 이런 방송을 기획했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속의 극적인 상황을 이야기하고, 극적인 변화를 이끈 신화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방송을 위한 방송은 역효과가 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추석특집 '송포유'는 대한민국 하위 3%의 유쾌한 반란을 그린 예능입니다.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의 마스터가 돼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린 3부작 프로그램입니다. 그 기획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승철과 엄정화가 문제 학교의 마스터가 되어 꿈과 목표가 없는 학생들을 이끌고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기획 자체가 문제일 것은 없을 겁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최악의 아이들을 성장시킨다는 설정은 가장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들이 노래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고 건강한 인물로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사실은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기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모인 성지고와 과기고에 이승철과 엄정화가 합창단을 꾸려 국내에서 대결을 하고, 한 팀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해 값진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가장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송포유'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량학생들을 음악으로 하나로 모아 개과천선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건 영화가 아닌 실제라는 사실이 불편합니다. 방송에서 드러난 아이들의 행동은 가관입니다. 문신에 음주, 폭행, 흡연 등 학생이라고 보기에 힘겨운 상황은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외형적인 모습만으로 이들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성지고와 과기고 학생들이 모두 가해자라고 할 수도 없을 겁니다. 역으로 피해를 당하고 더 이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망가졌던 학생들도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등장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피해를 당해 소외되었던 이들이라고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가해자 집단일 뿐이었으니 말이지요. 폭행으로 전치 8주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안함을 엿볼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 등에서 실제 문제 학교가 개과천선했다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국내에서 과연 얼마나 현실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입니다. 학교 폭력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무지하게 놀았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전과가 딱 9범이었다. 대마초 두 번 피워 감옥에 두 번 갔다왔다. 한 번 이혼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 가수 중 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마이너스였던 내 삶을 평균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인생을 뒤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너희들의 재능을 내가 발견해 줄 테니 믿고 따라와 주면 된다"

 

마스터로 출연하고 있는 이승철은 학생들에게 전과 9범이라는 말을 해서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대마를 피우고 이혼을 하고 이제 삶의 평균을 맞춰가는 중이라고 밝히는 모습은 그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당혹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전과 9범이었다는 말은 황당할 뿐이었으니 말이지요. 사실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고, 대마 흡연은 고교시절이 아니라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전과 9범이 무엇인지를 알 수도 없을 막연히 내뱉는 식의 발언일 뿐이었습니다.

 

이승철은 방송 후 논란이 거세지자 자신이 했던 전과 9범 발언은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했던 발언인데 그 내용이 그대로 방송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아이들을 선도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어느 정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이승철의 주장은 그의 교수법이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이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 학생들을 음악으로 선도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과연 가해학생들의 반성이 없는 방송을 위한 방송이 무슨 의미를 담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짧은 녹화를 통해 아이들의 인성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그저 막연한 기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입니다. 이미 죗값을 치르고 나온 아이들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서혜진 담당 피디의 발언은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폭행 가해자에 의해 여전히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피해 학생들이 다수임에도 그런 모든 것이 이제는 무의미하다며, 그들에게 촛점을 맞추는 서혜진 PD의 발상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미 과거 논란이 있던 거짓말 논란에 이어 이젠 폭력 학생을 미화하기 위해 죗값만 치르면 사과할 필요도 없다는 이 민망한 발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가해학생들을 계도하고 그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추가적인 학교 폭력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송포유'가 전하려는 가치를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방송 한 번으로 가해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진심으로 반성할 것이냐는 점에서는 의문입니다. 방송을 보고 학교폭력 해결을 믿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시청자들이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송포유'에 대해 불편해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런 일시적인 방송 한 번으로 문제아들이 개과천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변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방송을 위한 방송은 어설프게 가해자들을 스타로 만드는 부작용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면 '송포유'는 피해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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