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송포유'는 논란만 만들고 상처만 부추긴 최악의 방송이 되고 말았습니다. '송포유' 담당 피디가 격양된 목소리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던 모습과 눈물을 보이던 상황들이 흘러가고,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상황에서 성지고 교사의 분노는 '송포유'가 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폴란드 합창대회를 목적으로 학교와 사회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을 노래로 하나가 되게 한다는 취지 자체가 비난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100일 동안 이어진 이들의 일상을 3회 분으로 편집해서 방송한다는 사실은 분명 고역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담당 피디의 의중과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 특집은 절망과 같은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현실은 결코 영화가 될 수 없고, 그런 희망을 가진 다는 것 자체가 무모할 수밖에 없음을 '송포유'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방송을 위해 자극적인 문구를 모두 동원해 문제아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한 방송은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개과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못된 아이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음악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만 강렬했던 시간들은 시청자들에게는 고역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그들이 원하는 목적은 이미 공중분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폴란드 합창대회 자체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고, 은상 수상이라는 허울뿐인 잔치는 비난을 키우는 용도로 전락했습니다. 그들이 원한 그 어떤 가치와 감동도 존재하지 않는 한심한 방송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교조주의적이라는 담당 피디의 날선 발언과 방송에도 나오지 못하는 한심한 루저들의 분노라는 담당 작가의 비아냥에서 '송포유'의 핵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100일 동안 노력했다고 굉장히 갱생하거나 모범생이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회에서 일찍 낙인찍히거나 어른들이 밀어내버린 라인 밖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이나 사랑이 작은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송포유' 제작과 관련해 담당 피디는 이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갱생하거나 모범생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저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발언에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일찍 낙인 찍히고 어른들에 의해 밀려난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체도 방송은 그 모든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입바른 소리들은 그저 수사일 뿐이었고, 그런 수사와 다른 방송의 내용은 커다란 괴리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이들이 자신들이 발언한 내용에 걸 맞는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런 의지를 방송에 담았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분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등장한 내용은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문제아를 하나의 아이템으로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희생함으로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사실에만 만족했습니다.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좋은 취지로 촬영을 한다고 하여 우려 반 기대 반으로 협조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아이들을 가장 나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졌다"
"앞도 뒤도 다 자르고 아이들을 깡패처럼 보이도록 교묘히 편집을 했다.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다 당한 것이다. 시청률을 위해 그렇게 막장이지도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식으로 매도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못 잔다"
성지고 교사는 '송포유'와 관련해 분노에 가까운 글을 남기며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지고 교사는 아이들을 가장 나쁘게 보이려고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던졌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편집을 통해 아이들을 최악의 존재로 만들고, 아이들만이 아니라 교사들마저 자신들의 방송을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철저하게 악마로 만들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고 분노했습니다. 이 글은 일파만파 퍼지고, 논란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서 피디와 제작진 일부가 직접 성지고를 찾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담당 피디의 사과는 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서 PD가 오전 학교를 방문했다. ㄱ교사가 아무리 말을 해도 서 PD는 별 대답 없이 돌아갔다"
"내가 봐도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이 다 그런 아이가 아니고 한 두명만 그런 것인데. 앞뒤 다 잘라서 방송에 출연한 다른 많은 아이들까지 욕을 먹었다"
담당 피디가 학교를 방문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문제의 글을 남긴 교사가 서 피디에게 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음에도 별다른 답변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성지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교사가 밝힌 내용과 유사할 듯합니다. 분명 문제가 있는 학생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문제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서 PD가 와서 사과가 아니라 브리핑을 하고 간 것이다.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사과를 받아서 피해보상 받으려 하는 거냐'는 전화가 계속 온다"
"ㄱ 교사의 동료 교사라고 기사가 나갔는데, 선생들한테 다 물어보니까 인터뷰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기사를 마음대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
성지고 교감은 보도가 나갔던 교사의 동료 교사라는 이의 기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서 피디가 성지고를 찾아 사과한 적은 없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사과가 아니라 브리핑 정도를 한 것이 전부였다는 말이었습니다.
논란의 핵심이었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담당 피디가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단순한 브리핑을 하고 갔다는 발언은 충격입니다. 서 피디가 직접 이야기를 했듯,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교조주의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밝힌 것처럼 서 피디의 사전에 사과는 존재하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궁지에 몰려 급하게 3부 시사회를 하고 기자들 앞에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직접 관계가 없는 기자들 앞의 사과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작 큰 문제였던 학생들과 교사에게 사과는 하지 않은 채 그저 전반적인 일들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이 전부인 제작진들에게 논란은 그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정도로 생각한 듯합니다. 미화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문제 학생들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느냐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담당 피디의 발언과 작가의 발언들 속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찾기는 힘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듯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부터 흔들린 상황에서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달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담당 피디의 발언처럼 교조주의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나이 어린 가해자를 무조건 비난하고 낙인찍으려는 이들은 드뭅니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을 통해 용서하고 이해하려는 대중들의 마음마저 닫히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그 책임마저도 단순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송포유'가 얻은 것은 학교 폭력의 현실과 이 폭력의 현장이 결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공간이라는 막막함만 가득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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