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1. 06:26

이경규와 강호동, 그들은 진정한 1인자였다

해피선데이는 일요일 예능 시간대를 장기 집권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에요. <남자의 자격>과 <1박2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감성을 자극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도전들로 인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경규와 강호동이 해피선데이에서 살아가는 법



이경규와 강호동은 남다른 인연을 가진 존재이지요. 씨름 천하장사였던 강호동이 연예계에 뛰어들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던 존재가 바로 이경규였어요. 초짜였던 강호동에게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그가 개그맨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독려해준 스승이었지요.

세월이 흐르며 강호동은 국민 MC라는 칭호를 받으며 최고에 올라섰지만 이경규는 더 이상 과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채 떠도는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남자의 자격>이었어요.

<무한도전>에 대항하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제압하겠다는 그의 도전들은 모두 처참한 기록만 남긴 채 씁쓸하게 사라져 갔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인생을 반추하며 살아가면서 하지 못했던 많은 도전들을 수행하는 그는 다시 한 번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과 함께 하니 자연스럽게 인기도 얻게 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남자의 자격>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합창대회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어요. 박칼린이라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존재와 배다해와 선우, 신보라를 스타로 만들기도 했어요. 낯선 이들이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버리고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였지요.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들은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그렇게 선택한 그들에게 과거 첫 발걸음을 시작하던 그 시절은 힘겨움이었지요. 이경규로서는 아들 같은 나이대의 후배들 앞에서 아이디어 심사를 받기도 했어요.

현재의 개그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원초적인 웃음에 매달려야 했고 '분장실의 이선생님'이라는 패러디 코너를 통해 쉽지 않은 개그콘서트 미션을 수행해냈어요. 그 과정에서 이경규가 보여준 모습은 신선했어요.

굳이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될 텐데도 앞장서 망가짐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천상 개그맨임을 알게 해주었어요. 그가 40여 년 동안 연예인으로서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했지요. 독선적이었던 그는 '남격'을 하면서 타인을 생각하게 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가는 그는 대단한 존재감이었어요. 

MC 몽의 병역 기피를 위한 의도적인 발치로 인해 기소되는 상황은 <1박2일>에게도 위기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최고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예능으로서는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자리에 장기 집권 중이었던 그들은 그 위기 앞에 당당한 강호동이 있었지요.

나영석 피디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남은 멤버들을 규합하고 하나로 묶어 움직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강호동의 존재감은 위기 상황에서 빛나기 시작했어요. 다섯 명이 처음으로 함께 녹화를 한 '서울특집' 부터 그는 한 사람이 빠졌기에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더욱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보기 좋았어요.

오늘 방송되었던 <1박2일 센티멘탈 로망스>에서도 과도해 보이는 오프닝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의지는 명확했어요. 그가 흔들리고 침체되면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그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죠.

이경규와 강호동은 오랜 시간 사제지간으로 혹은 정겨운 형 동생으로 지나오며 재미있게도 하나의 틀로 규정된 예능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시간차는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노력해서 현재의 '남격'을 만들어낸 이경규와 위기 상황에 더욱 노력하는 강호동은 역시 최고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맏형인 그들이 스스로 망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망가짐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그들은 진정 1인자일 수밖에는 없었네요. 최근 많은 이들인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경규를 최고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