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3. 12:18

데프콘 무한도전 가요제 지드래곤 정형돈 절대구도 깬 신의 한 수로 등장했다

지드래곤과 정형돈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구도가 완벽함으로 다가가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지디가 자신에게 집착한다며 나무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래서 더욱 재미있기만 합니다. 패션 테러리스트의 패셔니스타에 대한 패션 지적은 정형돈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은갈치 패션으로 모두를 잠재운 정형돈은 범인들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패션의 지존이니 말입니다. 

 

지난 가요제에서 정재형의 명품 티셔츠를 보면서 개화동으로 오라고 호통을 치던 정형돈은 여전히 패션만큼은 당당했습니다. 당시에도 지디에게 패션을 지적하던 형돈은 이번에도 패션 지적을 하다 전혀 상상도 못한 지디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자신도 놀라면서도 노골적으로 집착하지 말라며 허세를 부리던 형돈은 오늘 방송에서는 달랐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지디에게 사육당하고 있었습니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완벽하게 믿고 보는 예능의 정석입니다. 말도 안 되는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해 무도 멤버들과 짝을 이뤄 가요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최고입니다. 이미 개최되었던 세 번의 가요제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던 만큼 이번 가요제 역시 기대가 큽니다. 더욱 지디와 보아, 그리고 유희열이라는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뮤지션들과 프라이머리, 김C와 장기하와 얼굴들과 장미여관이라는 다양한 조합이 만든 결과는 최고의 노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홍철이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경쾌한 곡을 선보인 장미하관 팀은 의외의 성과를 보여줄 듯도 합니다. 장미여관의 육중완은 지난 번 무도 출연이후 동네 주민들이 쌀과 라면 등을 줬다는 에피소드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던 시절과 달리, 무도 한 번 출연만으로 달라진 위상은 역시 무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무도 효과는 장기하와 얼굴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본인 멤버이지만 한국어 이름인 양평으로 활동 중인 양평이 형은 하하의 제안으로 시작된 대결로 인해 거리에 나서야 하는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본 유명 배우의 아들로 음악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양평이형이 거리에 나서 웃음을 줘야하는 상황이 우리나라 인디의 현실로 다가오기도 해서 짠하기도 했습니다.

 

 

양평이형이 식판을 들고 나서 자신의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라고 이야기를 하자 주변에서 그에게 다가서기 시작했지요. 한 여성은 무도에서 봤던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하며 YG 식당에 간 양평이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무도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과 장미여관의 경우 무도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겁니다. 장기하는 유명하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에서 이번 무도 출연은 그들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될 테니 말이지요.

 

보아는 S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프라이머리는 무서운 형 박명수에 대적하기 위해 회사 사장이자 선배인 개코와 함께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달라진 음악을 보며 흡족해하던 박명수는 개코를 보자마자 "최자 어딨어"를 외치며 최근 이슈남인 그를 찾는 모습에서 빵 터지게 했습니다. 시청률 올리기 위해서는 최자를 부르라며 호통치는 박명수가 과연 프라이머리의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지도 궁금하기만 하네요.

 

유희열과 유재석의 농익은 농담들은 고수들의 만남처럼 반가웠습니다. 알앤비 음악을 거부한 이유가 가창력이 안 되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던 유재석도 유희열이 만든 곡을 듣고는 댄스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유재석과 달리, 댄스 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며 유재석을 위해 준비했다는 댄스 음악은 많은 이들을 재미있게 해주었습니다. 현진형과 지디의 음악을 교묘하게 뒤틀어 유재석을 놀리는 유희열은 역시 막강했습니다. 감성 변태라는 별명에 걸맞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표절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지디의 집착으로 표현되던 형돈과의 결합은 사실 형돈의 지독한 지디 사랑으로 밝혀졌습니다. 형돈이 있는 녹음실까지 찾은 지디는 형돈과 데프콘에게 홀대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 안달이난 인물은 형돈이었습니다. SNS에 글을 남겨도 답문만 한다는 지디에게 벌써 식었냐고 묻는 형돈은 지디에게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적인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밥부터 먹자는 형돈으로 인해 YG 식당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배달음식은 식사가 끝난 후 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연장자인 데프콘이 막내가 된 상황에서 배달음식을 옮기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치우는 역할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디가 남긴 비빔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데프콘의 먹성은 대단했습니다. 이런 데프콘의 활약은 이후 동묘 이야기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패셔니스타인 지디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기 위한 선택에 아무렇지도 않게 정색을 하는 데프콘은 압권이었습니다.

 

라스에서 운동화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를 다시 꺼내더니, 동묘에 간다는 지디에게 "나는 반대다"라는 말을 한 데프콘의 본심이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반대하는 이유가 패셔니스타인 지디가 가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만족해 싹쓸이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모두가 웃을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2, 3000원씩 하는 중고를 판매하는 곳에 지디가 반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우려해 지디가 동묘에 가는 것을 막는 데프콘의 예능감은 최고였습니다. 

 


동묘는 자신들에게는 가로수길과 같다며, 잘 꾸미고 오지 말라는 데프콘은 그렇게 하고 가면 도매상으로 착각한다는 말에 시청자들마저 포복절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출연자들로 인해 분량 뽑기가 만만치 않았고, 웃음 코드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데프콘은 완벽한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찰진 대사로 짧은 분량에도 완벽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데프콘은 진정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동묘에서 지디의 '삐딱하게' MV를 패러디하고 다양한 의상을 쇼핑하는 장면 그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오늘 방송의 진정한 주인공은 데프콘이었습니다. 형돈도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분량을 어떻게 챙기는지 알고 있는 데프콘은 농익은 예능감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농담들로 무한도전의 새로운 존재감으로 각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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