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6. 08:21

응답하라 정우의 재발견과 SM 연기 저주 푼 고아라의 망가짐이 반갑다

응칠이 만큼의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지난 주 연속 방송된 2회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번 주 방송에서 보여준 나정이의 첫사랑과 MT 이야기 등은 왜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응답하라 1994'는 전작처럼 1994년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당시를 살았던 많은 이들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시작 전에는 과연 고아라가 여주인공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과거 연기자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만큼 연기에 대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이야기될 수도 있겠지만, 데뷔작 이후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고아라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고아라의 연기에 따라 이번 작품의 성공 여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오늘 방송된 3회는 이제는 과거의 추억처럼 다가오는 강촌에서의 대학 MT의 아련함을 잘 담았습니다. 대학 MT는 여전하지만 과거처럼 순박함이 가득한 행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회를 보면서 과거 추억을 곱씹는 이들이 많았을 듯합니다. 당시의 대학 생활을 했던 이들이라면 너무 익숙한 강촌의 풍경과 한 방에서 모두 모여 자던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시청자들이 참 많았을 거 같습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어 처음 만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어설픈 인생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게임도 하던 그 시절의 풋풋함은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아련함을 넘어 강렬한 추억 중 하나였을 겁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 아련함을 다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응답하라 1994>는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MT를 가는 날 아침 거대한 잡채의 산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는 하숙집의 풍경은 재미있었습니다. 허리 부상으로 입원 후 퇴원한 나정이의 걸걸한 입담과 전라도 출신의 아빠인 성동일과의 거친 말들 역시 그저 친근함으로 다가올 정도로 애틋했습니다. 2회부터 시작되었지만 나정이의 사랑은 이번 회에서 꽃을 피웠지요. 의대를 다니는 오빠 쓰레기가 바로 그 대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오빠의 절친이었던 쓰레기와 결혼을 하고 싶었던 나정은 한동안 잊었던 그 감정을 다시 찾았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을 찾아 따뜻하게 감싸주던 그의 품에서 그저 막연한 오빠가 아닌, 진짜 남자가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그런 오빠의 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드럽게 깨우려던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환상과 현실은 너무 달랐기 때문이지요. 잠을 깨우는 자신을 넘어트려 함께 자자는 쓰레기를 무는 나정에게 사랑스러운 감정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방귀까지 뀌고 이불로 덮어버리는 쓰레기의 행동은 도저히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왜 이런 남자를 사랑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방을 나오던 나정이었지만, MT에서 재미있게 놀고 나서도 생각나는 것은 오빠 밖에는 없었습니다. 오빠의 삐삐에 채했다며 어린양을 피우는 나정이의 모습과 연락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나정이는 아침 산책을 하다 쓰레기를 발견합니다.

 

연락을 하지 않아 심술이 났던 나정이는 삐삐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안심을 했지만, 여자 친구와 화이트 데이를 같이 보낸다는 오빠의 말에 묘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춥다며 자신에게 벗어준 점퍼를 집에 와서도 벗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 나정이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오빠가 집에 온 것을 알고 뛸 듯이 반가웠습니다.

 

 

저녁도 안 먹고 들어온 쓰레기가 여친 주기위해 산 사탕 바구니를 나정에게 주자 한없이 기쁘기만 합니다. 곧바로 삐삐 음성을 들으며 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복해하는 나정이는 분명 사랑에 빠졌습니다.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온 오빠가 이제는 남자로 다가왔습니다.

 

쓰레기가 나정의 남편인지 알 수는 없지요. 칠봉이가 나정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함께 하숙을 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정이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입니다.

 

SM이 아이돌 왕국이라고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연기자 분야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곳입니다. 몇몇 연기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SM의 연기는 최악으로 분류되고는 합니다. SM이 기획한 드라마는 절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이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외부 배우들을 주식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영입하는 초강수를 쓰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저주를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문제를 푸는 방법이 외부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내부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야 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그런 결과물을 고아라가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고아라의 데뷔작이었던 '반올림'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연기는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지요.

 

고아라는 이 번 작품을 위해 스스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모든 것을 올인했습니다. 비록 연기자로서 대성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긴 시간 연기를 하며 인지도를 높인 스타라는 점에서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완벽하게 망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노력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찬사로 돌아왔습니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완벽하게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정우와 함께 고아라의 변신은 눈에 확 뜨입니다. 이 둘이 과연 결혼까지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뻤습니다. 절대 궁합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이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갈지 기대되네요.

 

작품을 고르는 눈과 스스로 모든 것을 내건 연기만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고아라는 몸소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풀어가고 있는 고아라가 과연 SM 전체의 저주까지 풀어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절망에 가까웠던 고아라의 연기 인생에 '응답하라 1994'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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