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8. 12:10

이영표 은퇴경기에 퍼진 기립박수, 이천수와 극과 극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초롱이라는 별명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영표가 선수로서 마지막 은퇴 경기를 가졌습니다. 박지성과 함께 2002 월드컵 4강 주역을 이끌었던 이영표는 히딩크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로 향했습니다. 네덜란드에 이어 영국과 독일, 아랍을 거쳐 캐나다까지 그의 축구 인생은 다양한 지역에서 다채롭게 이어졌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축구 인생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기억될 뿐입니다. 

 

화려한 공격수도 경기를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도 아닌 측면 수비수인 이영표가 이렇게 오랜 시간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흐트러짐 없이 축구를 위해 줄곧 달려왔다는 점에서 이영표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존재였습니다. 

 

 

2000년 안양 엘지 치타스에서 프로 선수로 시작한 이영표는 2002 월드컵 4강 주역으로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6개월 임대 선수로 갔습니다. 6개월 임대 후 완전 이적한 이영표는 그곳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2005년에는 최고 프로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스카우트되어 갔습니다. 한국 선수로 한국 프로리그를 거쳐 네덜란드에서 활약한 것도 대단했지만, 최고 리그에서 중상위 팀인 토트넘까지 진출하는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측면 수비수로서 실력만이 아니라 근면성까지 보여주며 찬사를 받아왔던 이영표는 독일의 도르트문트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사우디 리그에서 활동 중 친정팀인 엘지의 복귀가 성사될 듯도 했지만, 이영표는 은퇴 후 스포츠 비즈니스와 행정을 배우기 위해 미국 리그를 최종 종착지로 선택했습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축구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가졌습니다. 

 

올 해 36살인 그로서는 참 다양하고 멋진 축구인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국 축구의 최전성기에 함께 했고, 유럽과 중동, 그리고 미국 프로리그까지 경험한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가치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밴쿠버 팀에서 행정 일을 배우며 현역 선수 이후 영원한 축구인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2011 시즌부터 2013 시즌까지 뛰었던 밴쿠버 화이트캡스 팀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 9시 5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2013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시즌 최종전에 주장으로 선발 출장해 후반 추가시간 교체 아웃될 때까지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이영표의 마지막 경기에 홈 팬들은 그의 이름 "와이 피 리"를 연호하며 위대한 선수의 마지막을 축하해주었습니다. 관중석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팬들 사이에서 펼쳐졌고, 기립박수로 마지막 경기에 나서는 이영표를 축하해주는 모습은 감격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은퇴 경기를 치르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리그 소속으로 은퇴 경기를 하는 외국인인 이영표가 이렇게 환대를 받는 것은 그만큼 그가 팬들에게 특별한 인물로 각인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근면 성실함이 미국리그에서도 여전했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팬들이 사랑하는 것은 당연했을 듯합니다. 행패를 부리거나 스타라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이영표라는 점에서 이런 찬사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노력하는 이영표에 대해 팬들이 감사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고국이자 그의 프로의 시작점인 K리그가 아닌 MLS에서 은퇴 경기를 했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마지막 경기는 그를 위한 경기였습니다. 이영표의 마지막 은퇴경기를 위해 구단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에게 주장 완장을 주며 기억에 남을 마지막 경기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이영표가 보여준 감동은 마지막 경기에서 더욱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자신의 은퇴 경기를 위해 전반 44분 경 얻은 패널티킥 찬스가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마지막 경기에 수비수이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이영표였지만, 그는 이런 기회를 포기하고 양보했습니다. 주인공으로 화려한 축포까지 올릴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이영표는 욕심보다는 팀의 승리를 선택했습니다.

 

이영표의 배려로 페널티킥을 K리그인 경남에서도 뛰었던 까밀로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관중들까지 이영표를 연호하며 골을 넣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영표는 까밀로에게 양보했고 그는 멋진 골로 보답했습니다. 그리고 넣은 볼을 가지고 와 이영표 앞에 무릎을 꿇고 전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주종관계가 만든 복종이 아니라, 위대한 선수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신이라는 점에서 까밀로의 이 행동은 대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모습에 팀 동료들도 동그랗게 둘러싸 함께 축하해주는 장면은 감동이었습니다. 이영표가 밴쿠버에서 두 시즌만 뛰었지만 이 성실함과 팀을 위해 배려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 유도해서는 나올 수 없는 자연스러움은 그래서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영표가 더욱 위대하게 보이는 것은 이천수를 보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이천수는 화려한 공격수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스타선수였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천수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이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뛰어난 능력과 달리 사생활에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근면하고 성실하게 축구에 모든 것을 받친 이영표는 타국에서도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은퇴 경기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실력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이천수는 구단도 팬들도 모두 외면하는 한심한 선수로 전락해 있습니다. 같은 2002 월드컵 4강 주역이면서도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영표와 이천수만 봐도 이영표의 위대함은 더욱 크게 다가올 뿐입니다.

 

MLS 리그에서 마지막 은퇴 경기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환호해준 팬들을 위해 박수를 치는 이영표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던 축구인생의 마지막 경기에서 그라운드에 울려 퍼지는 이영표에 대한 환호와 거대한 태극기는 이영표만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우리마저도 감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영표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 소속팀에서 행정 연수를 한다고 합니다. 선수로서도 성실하게 임했던 그가 행정 업무를 통해 어떤 새로운 인생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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