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9. 14:01

이영표 세리머니 헌정다큐 이보다 아름다운 은퇴 경기는 있을 수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이었던 '초롱이' 이영표의 은퇴식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화제입니다. 어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떠난 이영표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보여준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은퇴경기를 치르는 이영표의 모습을 담은 이 짧은 영상 속에는 그가 얼마나 착실하고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비록 그가 은퇴를 한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는 2년을 선수로 뛴 것이 전부이지만 그는 이미 그들에게는 레전드가 되어 있었습니다.

 

 

활동한 시간보다는 그 과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영표는 이번에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한국과 네덜란드, 영국과 독일을 거쳐, 중동 리그까지 뛰었던 그의 최종 정착지였던 미국리그에서 그는 안양 엘지에서 프로 데뷔를 했을 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근면함과 성실함은 많은 선수들과 팬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증명해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단순히 성실하다는 것만으로 36살까지 현역으로 뛸 수는 없습니다. 성실함 뒤에 뛰어난 실력이 없다면 결코 프로리그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영표는 단순한 성실함만이 아니라 뛰어난 실력도 겸비한 선수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영표가 마지막으로 뛰었던 밴쿠버 화이트캡스 구장은 마치 이영표를 위한 무대 같았습니다. 경기 역시 홈 팀이 3-0으로 완승을 하며 팀의 레전드의 마지막 경기를 더욱 뜻 깊게 만들어주었다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시합 전 연습을 하러 그라운드에 나서는 이용표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보는 이들의 심장마저 뛰게 했습니다. 선수 대기실에서 구단 관계자, 감독,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이영표를 위해 열심히 뛰자는 주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축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세계적인 유명 구단을 두루 거친 스타가 왔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최전성기를 지난 뒤라고는 하지만 여전한 체력과 기술은 그가 현역을 떠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밴쿠버 팀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에게 축구의 재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영표는 화이트캡스의 전설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영표 선수의 은퇴경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우리는 낯선 이방인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편견 없이 선수가 보여주는 모습을 평가하고 그를 기억하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국내 K리그에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존재하고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는 점에서 한국 리그에서 화려한 마지막 장식하는 멋진 선수에게 이영표의 마지막 경기처럼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본 경기를 하기 위해 통로를 나서는 이영표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어린 팬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이영표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미래의 축구 선수를 꿈꾸는 꿈나무들이 전설이 될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방문했고, 마지막 경기를 하기 위해 입장하는 이영표와 하이파이브를 한 기억은 평생 이어질 겁니다.

 

은퇴 경기에서도 한 번 언급되었듯, 페널티킥을 얻은 상황에서 이영표가 자신이 할 수도 있는 킥을 팀을 위해 양보하고 뒤에서 응원을 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이영표가 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 한 장면이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지요. 박지성과 함께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뛰던 시절 실수한 이영표와 박지성이 경기중 손을 잡는 사진은 큰 화제였고, 감동이었습니다. 그것만큼이나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이영표의 배려는 역시 큰 선수임을 증명한 장면이었습니다.

 

이영표가 골을 포기하고 대신 골을 넣은 까밀로가 골인을 시킨 후 공을 가지고 이영표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는 장면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낯선 외국 리그에서 존경을 받는 이영표 선수의 모습은 당연히 감동 그 이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까밀로와 함께 이영표 주위를 둘러싸고 다 같이 포옹을 해주는 화이트캡스 선수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이영표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외치는 모습은 위대한 영웅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화려하게 빛나는 자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팀을 위핸 헌신한 한 위대한 선수의 마지막은 그래서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름다운 마지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 밴쿠버 화이트캡스 팬들과 선수들 모두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 듯합니다. 그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고 축구 행정가로서 더욱 뛰어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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