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5. 06:13

송강호 노무현 회고 인신공격까지 각오하고 연기한 변호인 필견의 영화인 이유다

송강호가 자신이 출연한 '변호인'와 관련해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도 없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다루고 있는 '변호인'에 출연한 송강호는 분명 대단한 용기를 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현재의 권력 분위기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일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송강호도 그렇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자나 감독 역시 이 영화를 故 노무현 감독을 위한 헌정 영화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비록 부림 사건에 핵심이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시대를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럽지만, 이를 정치적인 용도로만 몰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 역시 그곳에 있을 겁니다.

 

누군가를 신격화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 약자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 누군가를 그렸고, 그 누군가가 故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일 뿐이니 말입니다. 80년 지옥과도 같은 시절이 현재와 오버랩되며 동일시하는 분위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약자의 편에 서서 부귀영화마저 버린 그를 생각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것은 단순히 영화로 만들어지는 내용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송강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벌인 인터뷰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인간 노무현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그 모습이 송강호가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는 고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 뵀다. 한 번은 전도연 씨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청와대 훈장을 받았을 때였고 또 한 번은 10년 전인가? 내가 모범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다"

"두 번 다 청와대에 계실 때였다. 칸 영화제에서 돌아왔을 때는 특별히 크게 훈장 수여식을 한 게 아니라 이창동 감독님을 비롯해 영화계를 대표하시는 분들과 함께 소박한 식사를 했었다. 이창동 감독님과는 또 워낙 친분이 있으시다 보니까 감독님과 거의 얘기를 하시고 또 도연이가 상을 받았으니까 도연이가 중심이 된 자리였다. 난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밥만 먹었다"

"당시 기억나는 대통령님의 한 마디가 있다. 이창동 감독님께 '단역 배우들 조차도 연기들이 좋더라. 그 캐스팅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하셨다. 아직도 가끔씩 생각이 난다. 그렇게 감독님, 또 여러 대표님들과 영화 얘기를 많이 하셨다. 열심히 들으면서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에 앞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 국무총리상을 김선아 씨가 받았는데 연예인은 딱 둘 뿐이었다. 그 외 한 60여 분 정도는 경제인이나 각계각층 대표들이었다. 정말 큰 홀에 다 같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대통령과는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다. 실질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 대화 하시는걸 보고 들은 적은 있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기념한 훈장을 받을 때와 모범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 직접 만났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포근한 친구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소박한 식사라는 말 속에 숨겨진 소탈함이 돋보였고,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역시 어떤 권력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단역 배우들 조차 연기가 좋았다는 평가를 하는 대통령은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제대로 보며 영화 속에 들어나 있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 그 따뜻한 시선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송강호에게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특별했을 듯합니다. 군림하지 않고 소박함 속에서 따뜻함으로 많은 이들을 품었던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어쩌면 국민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같았을 듯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TV를 틀었을 때 나오는 모습이 나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직접 만나 뵀을 때는 어떤 위화감이나 괴리감 없이 평범하셨다"

"특히 청문회 하실 때 모습이 나에게는 가장 강렬하게 각인 돼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었다. 내가 막 특별히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던지, 그 분을 추앙하고 따르고 이랬던 열혈 부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통령 직에 계셨을 때나 그 전과 후를 떠올렸을 때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연기라는게 반영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지 않냐. 그 분의 열정과 물불 가리지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해 내비쳤던 확고한 신념 등을 표현하실 때 모습을 단순하게나마 연기를 통해 전달하려 노력했다. 청문회 모습을 연기하는데 많이 채용했다던가 모델로 잡은 것은 아니지만 따지지 않고 진실을 위해서 파고드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큰 느낌은 분명 있었다"

송강호가 기억하는 故 노무현 대통령은 청문회 때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 기억 속에는 송강호와 마찬가지 기억일 듯합니다. 추앙하고 따르는 열혈적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통령 이전과 이후를 상관하지 않고 그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장면은 바로 청문회 때의 전두환을 혼내는 모습이었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권력에 야합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한 남자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송강호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봅니다. 비록 자신이 인신공격을 당할지라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그는 정치적인 색깔이 아닌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해서 반갑기까지 합니다. 

정치적인 편 가르기가 아니라 힘겨운 그 시절 두려움 없이 정의의 편에 서서 열정적으로 살았던 한 남자를 연기한 송강호는 진정한 배우입니다. 그가 왜 위대한 배우인지는 그저 올 해 개봉한 영화의 관객 수가 2천 만 명 가까이 들어서는 아닐 겁니다. 그저 흥행을 이끄는 스타로서의 송강호만이 아니라, 진정한 연기자로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송강호야말로 진정한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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