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4. 11:26

응답하라 1994 윤진이 빙그레 나정 남편 찾기보다 재미있었다

나정이 남편 찾기에 몰두하자 역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던 '응답하라 1994'가 다시 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정이 남편 찾기가 잠잠해진 사이 빙그레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며 예전의 재미를 회복했습니다. 

 

오늘 방송의 핵심은 쓰레기를 좋아하던 빙그레에게 멋진 여자 친구가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아직 그 선배가 빙그레의 연인으로 발전할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빙그레의 성 정체성이 풀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신사의 품격'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윤진이가 등장해 빙그레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점에서도 오늘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윤진이의 등장과 함께 오늘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해준 것은 바로 응칠이의 등장이었습니다. 응칠이의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해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며 쓰레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여기에 서인국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단순한 한 회 등장이 아닌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수술로 인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을 가지게 된 빙그레는 다시 복학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쓰레기에게 알리고 싶었던 빙그레는 그가 왜 쓰레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었습니다. 단순히 남성에 대한 이끌림 때문이 아니라 가장 힘든 시기 자신을 도와준 쓰레기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함께 했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왔네요.

 

 

신입생 MT를 갔던 2년 전 모두가 사발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배들에 의해 위기를 벗어나는 동기들과 달리, 지역에서 올라온 빙그레에게는 그런 따뜻한 선배 하나가 없었습니다. 오직 홀로 술을 받아 마셔야 했던 빙그레는 힘겹게 아침 산행을 하면서 자신을 도와준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에 그가 본과 선배인 쓰레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빙그레의 묘한 감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의지할 곳도 없었던 빙그레에게 쓰레기라는 존재는 단순한 선배 이상이었습니다. 인생의 멘토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빙그레에게 쓰레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복학을 다짐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쓰레기였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MT를 가서 만난 다이다이 선배는 쓰레기와 비교가 되면서 빙그레의 성 정체성을 풀어주는 중요한 열쇠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지나왔던 빙그레에게는 이번 이야기는 중요했습니다. 쓰레기를 짝사랑했던 빙그레가 진짜 사랑을 만나며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던 빙그레는 조금씩 자신을 조여 오는 상황에서 옆에 있던 이가 남은 술을 모두 마시며 불안감이 해소되었습니다. 흑장미를 자처하고 나선 그녀는 바로 쓰레기가 그렇게 주의를 줬던 다이다이 선배였습니다.

 

 

첫 키스와 마지막 키스가 쓰레기였던 빙그레에게 볼 키스를 하는 다이다이 선배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새벽 일찍 홀로 일어나 집으로 향하는 선배를 마중하는 빙그레와 그런 후배를 보며 마음이 설레는 선배 진이의 모습은 극적인 로맨스를 꿈꾸게 했습니다. MT 후 족보를 이유로 함께 식사를 하자는 선배의 삐삐 메시지는 그들이 어쩌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빙그레가 마중 나갔던 그 차가 바로 윤진이가 타고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부산으로 파견을 간 쓰레기가 고교생 한 무리와 다툼을 일면서 빙그레의 연인이 윤진이가 아니라 준희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윤제를 사랑했던 준희가 의대를 가고, 응칠의 마지막에 누군가의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과 빙그레의 모습은 묘하게 일치하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의대생이자 성 정체성이 같은 빙그레와 준희가 연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이가 과연 카메오일지 아니면 후반부 빙그레의 연인으로 계속 출연할지는 궁금하게 다가옵니다. 그 차에서 빙그레를 반갑게 맞이하는 존재가 준희일지 진이일지에 따라 빙그레의 성 정체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해태 면회를 가는 윤진이와 모래시계 촬영지인 정동진을 가고 싶어 하는 성균이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둘의 데이트만이 아니라 해태와의 이야기도 품고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군기 바짝 든 일병에서 완전히 풀어진 상병의 모습까지 둘의 데이트와 함께 연결되며 해태를 소외시키지 않는 제작진의 배려는 반가웠습니다.

 

나정이와 쓰레기의 연애는 과거 친남매 같았던 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장난에 과격한 응징이 함께 하는 장면까지는 그대로였지만,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에서 연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지요. 그런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 분노한 아빠 동일의 행동과 그런 모든 것이 사람 사는 집 같다고 넘기는 엄마 일화의 모습은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TV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1996년을 보내버린 그들은 1997년을 맞이하며 HOT에 열광하는 시원이를 보면서 동일이 거침없이 비난을 하는 장면은 재미있었습니다. 실제 드라마에서 아버지 역으로 나왔던 동일이 TV 속 과거 자신의 딸을 보며 그런 딸이 있었으면 이라며 욕을 하는 장면은 응칠이를 봤던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 그 이상이었습니다.

 

즐겁고 평이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쓰레기와 나정이는 부산 파견 근무로 인해 헤어지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쉬워하고 두려워하는 나정이의 모습은 짐을 옮기는 장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짐을 옮기는 쓰레기 뒤에서 떨어지지 않고 따라다니는 나정이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떠나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그저 쓰레기의 옷만 잡고 따라다는 나정이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으니 말이지요.

 

부산으로 내려간 쓰레기가 버스 안에서 응칠에 등장했던 주인공들과 대면하고, HOT 음악을 사이에 두고 말싸움을 벌이던 쓰레기와 시원이로 인해 그들의 왁자지껄한 재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응사에서 보이던 음악이 아니라 응칠에서 자주 쓰였던 OST가 흘러나왔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김지훈을 애도하기라도 하듯 투투의 노래까지 흘러나오는 이 섬세함은 역시 응사였습니다.

 

빙그레의 마음을 흔드는 윤진이의 등장과 응칠의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은 나정이의 남편 찾기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정이 남편 찾기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오늘 에피소드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빙그레가 기다리던 차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그리고 쓰레기와 나정이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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