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5. 09:42

정우 프러포즈 응답하라 1994 정우 고아라에 키스, 최고의 로맨틱 장면인 이유

서울과 부산이라는 극과 극의 장소에서 지내야 하는 쓰레기와 나정이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주 만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는 항상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정의 생일을 위해 쓰레기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며 이들에게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칠봉이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평온하게 연인 관계를 이어오던 그들에게 하나의 방해꾼이라면 바로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였습니다. 가끔씩만 볼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애틋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만,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 내려가 쓰레기를 보는 순간 나정이의 표정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으로 내려가기 전부터 들떠 있었던 나정이와 달리 가볍게 다쳤다던 쓰레기가 목과 팔에 깁스까지 하고 있는 모습은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크게 다치고도 거짓말을 하는 쓰레기가 밉기만 했습니다. 자신에게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해서 보호를 받으려 노력해야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쓰레기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생일날 싸우지 말자는 쓰레기의 말을 믿고 집으로 가는 나정이는 작년 생일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선물을 준비하면 그때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문제의 작년 나정이 생일이 그녀에게 지독한 고통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커플링을 받고 싶었던 나정이와 달리, 쓰레기가 준비하는 선물은 너무나 실용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허리 디스크로 항상 고생하는 나정이를 위해 쓰레기가 준비한 것은 '꺼꾸리'였습니다. 그걸로 열심히 운동해 허리 디스크에 좀 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여자가 생일 날 이런 것을 받으며 좋다고 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선물 사는 센스가 항상 제로에 가까웠던 쓰레기가 이번 생일에도 이상한 선물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던 나정이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집을 보며 생일 선물도 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생일날 쓰레기를 혼내기도 어려웠던 나정이는 정성껏 자신의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생일을 기념하기 보다는 쓰레기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들은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후부터 개인의 삶이 점점 줄어든 쓰레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는 것도 힘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은 상관없으니 빨리 병원으로 가라는 나정이에게 뽀뽀를 하는 쓰레기의 모습에서는 그저 연인이 아닌 부부의 모습이 엿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쓰레기를 보내고 홀로 식탁에 앉아 잠이 든 나정이와 이를 마치고 급하게 아침에 집으로 돌아온 쓰레기는 텅 빈 공간에 촛불도 붙이지 못한 케이크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에 허탈해합니다.

 

삐삐를 쳐도 응답이 없는 나정이로 인해 서운한 마음에 서울로 올라간 것이 아닌가 걱정만 컸습니다. 그런 상황에 어머니의 건강검진 약속도 잊어버린 쓰레기는 친구에게 드레싱을 맞기고 마중을 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환자는 쓰레기만 좋아한다며 거부하는 마이콜로 인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쓰레기에게 민정은 자신이 대신 마중을 나가겠다고 합니다.

 

절친인 민정이 건넨 그 한 마디는 중요했습니다. 쓰레기가 여자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쓰레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살뜰하게 쓰레기를 챙기는 민정이는 자연스럽게 쓰레기 어머니를 마중 나가는 행위를 통해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쓰레기에게 그런 것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단박에 왜 너가 가는데 라는 말로 선을 그어버린 쓰레기로 인해 머쓱해져버린 민정이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그 어떤 틈도 주지 않는 모습은 정말 멋지게 다가왔습니다.

 

둔하기만 한 쓰레기라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사랑에 대해서도 둔할 정도로 하나만 택하는 쓰레기의 마음은 그래서 사랑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쓰레기의 마음을 나정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사라진 것은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집에 있을 수 없어 목욕탕에 갔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가 병원에 함께 온 나정이게는 그 어떤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리지만 단단한 사랑을 보여준 나정이를 위해 잠자리를 준비한 쓰레기와 그런 제안에 낯설어하는 나정이의 수줍은 모습은 사랑스러웠습니다. 1시간 동안 자자는 표현이 언뜻 묘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의 옆으로 오는 쓰레기를 바라보며 숨죽인 채 긴장하는 나정이의 모습은 너무 리얼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껴안아 준 쓰레기에게 선물 이야기를 하다 쓰레기의 옷을 가볍게 잡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나정이의 모습은 완벽하게 사랑에 빠져 행복한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잠이 안 온다고 했지만, 날이 저물 때까지 잠을 잔 나정이와 그런 나정이를 지켜보던 쓰레기는 준비한 선물을 주려합니다. 자신의 직업상 오늘과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쓰레기는 괜찮다는 나정이와 달리, 자신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정이는 쓰레기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사랑했고, 여전히 일방적으로 자신이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나정이에게는 쓰레기의 이런 행동이 이별 통보를 위한 준비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쓰레기는 나정이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습니다. 쓰레기는 나정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나정이가 결혼을 해준다면 자신의 불안감과 미안함이 덜해질 것 같다며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가늘게 떠는 눈동자와 손의 모습만으로도 쓰레기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프러포즈를 받고 차마 말도 못한 채 눈물만 흘리던 나정이는 아직 답변을 못 들었다며 나와 결혼하는 게 싫으냐는 쓰레기의 질문에 달콤함 키스로 답을 대신합니다. 눈물 나도록 행복했던 프러포즈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었습니다. 비로 일본으로 떠난 칠봉이가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 데뷔해 신인상까지 받는 등 엄청난 성공을 한 칠봉이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연인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는 발언은 쓰레기에게는 긴장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공개적으로 자신이 나정이를 좋아하고 있고, 언젠가는 자신이 나정이를 사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에서 쓰레기로서는 편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정이의 남편이 누가 될지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극적인 프러포즈까지 한 상황에서 등장한 칠봉이의 이 한 마디는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응칠과 응사의 결합은 16회만은 아니었습니다. 2013년 현실 속에서 위층 사람들이 시끄럽다며 항의하러 올라간 나정이와 아버지 동일은 그곳에서 시원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주말 부부인 자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동명이인인 자신들의 아버지 동일을 소개합니다. 서로 운동도 함께 하고 잘 알고 있다는 두 명의 동일이 주는 재미에 이어 남편도 온다는 말에 문을 열어주던 시원이 아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장면은 더욱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야구 코치인 아버지를 둔 시원이 역시 칠봉이를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역시 시원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고교 시절 쓰레기의 목과 팔에 깁스를 하게 만든 장본인이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정이에게 건넨 프러포즈 반지를 골라준 존재도 바로 시원이라는 점에서 악연이지만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운명이 곧 나정이 남편이 쓰레기가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도 합니다.

 

쓰레기의 나정에 대한 프러포즈 키스가 최고의 로맨틱한 장면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민정이의 속마음을 단 칼에 베어버리며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는 쓰레기의 존재감에 무뚝뚝하기만 해보이던 그가 나정이를 위해 속마음을 그대로 담은 프러포즈는 그만큼 극적이면서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냄새나는 병원 베드에서 반지 하나를 끼워주며 하는 프러포즈였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프러포즈였습니다. 쓰레기가 나정이의 남편이 아니라면 최악의 순간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이 멋진 장면을 위해서라도 나정이와 쓰레기가 행복한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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