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4. 13:59

송강호 2000만 관객 동원 특급 배우 2014년은 실업배우?

최근 개봉한 '변호인'에 출연한 송강호는 마침내 한 해 2천 만 명을 동원하는 유일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국내에 천만 배우는 있었지만, 상상하기도 어려운 2천만 배우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만 합니다. 여기에 송강호는 누적관객 수가 7천 5백만을 넘어서며 조만간 1억 배우라는 경이로운 기록까지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송강호의 엄청난 기록을 생각하면 내년 작품에 대한 시나리오는 그에게 쌓여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변호인'에 출연한 송강호에게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현재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차기작에 출연해달라는 제작자와 감독들의 제안이 쏟아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개봉 전 그는 다른 때와 달리, '변호인' 출연 후 시나리오가 뚝 끊겼다는 사실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송강호를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한 것은 바로 '넘버3'의 조필이었습니다. 어수룩하고 엉뚱한 조폭으로 등장한 그는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라며 외치던 송강호의 모습은 하나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그런 송강호가 이렇게 대단한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동석 역으로 처음 영화계에 발을 내민 송강호는 23편의 주연작과 4편의 출연을 하며 오직 영화에서만 잔뼈가 굵은 진정한 영화배우입니다. 1998년 송강호의 첫 주연작인 '조용한 가족'은 엉뚱하고 잔인한 산장 가족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었지요.

 

제대로 흥행배우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였습니다. 잔인하지만 원리원칙에 충실한 특수요원으로 등장해 한석규와 최민식과 함께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작품으로 성공을 이끈 송강호는 다음 해 김지운 감독의 레슬링 영화 '반칙왕'에 출연해 소심한 직장인의 변신을 흥미롭게 담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홍상수와 강제규에 이어 김지운 감독을 거친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병헌과 함께 출연했지요. 북한군 장교로 출연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김광석을 좋아하고 초코파이를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북한군 오경필 중사로 출연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다룬 이 작품은 송강호에게도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2003년 봉준호 감독과 함께 했던 '살인의 추억'은 시골 형사이지만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내며, 역시 송강호라는 찬사를 받게 했습니다. 2006년 '괴물'은 그에게 천만 관객을 선사했고,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깐느의 여인이 된 전도연을 완벽한 존재감으로 만든 종찬 역으로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박쥐', '의형제' 등 다양한 소재의 영화에 출연하던 송강호는 2013에 개봉된 세 작품으로 2천만이 넘는 관객 동원에 성공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한재림 감독의 '관상'에 이어 송우석 감독의 '변호인'으로 이어지는 세 작품은 송강호 연기 인생의 절정을 선사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성국열차'는 원작에 없는 인물로 출연해 왜 송강호가 위대한 배우인지를 보여주더니, 사극인 '관상'에서는 농익은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변호인'에서는 처절한 시절 정의를 외치던 외롭지만 강했던 변호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지 스스로 증명해주었습니다. 단순한 2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20년 가까운 외길 인생이 만든 성과였습니다.

 

 

송강호와 함께 한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왜 이 배우가 대단한지를 다시 알게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에 강제규와 홍상수, 유하 등 내노라하는 최고 감독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은 그가 진정한 최고 배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감독들이 믿고 맡기는 이 위대한 배우가 내년 어떤 영화를 출연할지 고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지금은 (차기작 섭외가)없다. 어떨 때는 계속 있었는데 데뷔 이후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통 2~3편 있었는데 전화 한 통 없다"


"자연스럽게 '변호인' 하고 나서 쉬게 될 것 같다. '설국열차' '관상' 연달아 두 편에 '변호인'을 했으니 조금 쉬면서 그 다음 작품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찾아뵙게 될 것 같다. 자랑을 하는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송강호는 '변호인' 개봉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한 인터뷰를 통해 현재 차기작이 없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항상 개봉을 앞두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그에게 이번 작품은 한 동안 작품을 쉴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데뷔 이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변호인'에 출연했다는 이유 만으로 이름만으로도 관객동원이 가능한 송강호에게 차기작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입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와 부림사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차기작 출연 제의가 끊겼다는 사실은 한심한 일이니 말이지요.

 

 

송강호는 처음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고서도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연을 못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묻어나는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그는 출연을 결정했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송강호가 현 정권에 반하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차기작 출연조차 어렵다는 사실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방송이 통제되고 영화판을 좌우하는 재벌들조차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2천만 배우 송강호의 실업사태는 황당함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변호인'의 엄청난 흥행 돌풍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차기작들이 쏟아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웃으며 한 인터뷰였지만 씁쓸함이 가득 담겨 있던 송강호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욱 아리고 한심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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