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4. 11:02

변호인 봉하마을 방문에 담은 가치는 곧 천만 관객의 염원이었다

2014년 첫 천만 영화인 '변호인'의 주역들이 모두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예정된 수순이 아니라 예고되지 않은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했습니다. 송강호가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남긴 '영광이었습니다'라는 문구는 어쩌면 같은 시대를 살아간 우리 모두가 남기고 싶은 방명록이었을 듯합니다. 

 

 

노골적으로 고인을 욕되게 하고 비난하는 무리들 속에서 이 영화는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천만을 넘긴 영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영화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 지독한 시절 큰 희망이 되었던 변호인 노무현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현실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모든 이들에게 '변호인'은 그래서 행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지독한 삶 속에서 30여 년 전 그는 당당하게 지배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억울하게 권력에 의해 희생양이 된 서민들 편에 서서 당당하게 외치던 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강렬하게만 다가왔습니다.  

 

천만 관객을 기념해 관객들에게 무대 인사에 나선 배우들과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행복해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감동을 영화에서나 느껴야 하는 설움을 그들은 그렇게 털어놓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런 울분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나눠야 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래서 슬프기만 합니다. 관객들과 만났던 그들은 그렇게 고인이 잠들어 있는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송강호와 곽도원, 제작자인 최재원 대표, 양우석 감독 등이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저 마음이 시켜 향한 그곳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그저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 촬영이 되고 언론에 알려지게 되며 대단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의 행동은 국민이라면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입니다. 그를 기억하고 그의 삶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를 찾고 참배를 하는 행위가 이상할 수도 화제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그를 찾는 행위가 이렇게 화제가 되고 특별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일 겁니다.

 

 

영화 '변호인'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30여 년 전과 현실이 여전히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천 만이 넘는 관객들이 찾은 것은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라면 결코 '변호인'이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울분이었습니다. 그런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재 우리가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여전히 지배 권력은 자신들에게 반하는 이들은 모두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30년 전 당당한 사회를 꿈꾸던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가던 권력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이런 지독한 현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천 만이 넘는 관객들은 동의를 표했습니다. 오락 영화도 아닌 이 영화가 천만을 넘기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적 문제를 국민들이 그만큼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게 봉하마을을 찾는 것 역시 일상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민들과 함께 가장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던 한 변호인은 훗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저 국밥이나 먹으며 쇼를 하는 정치인이 아닌 진짜 서민으로 국민들 곁에 머물고 싶었던 한 인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영원히 잠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잠든 그를 찾는 것은 국민이라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정치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아쉬움보다는 가장 서민의 삶을 잘 알고 보듬어 주었던 그를 찾는 것은 천만 관객의 염원이기도 했습니다. 송강호와 일행의 봉하마을 방문은 바로 천만 관객과 함께 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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